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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페셔널 라인] 화를 다스리는 법

이나미 / 정신과 전문의

평범한 사람들은 며칠만 지나면 잊고 말 아주 소소한 일들 때문에 화를 잘 낸다. 사람마다 화를 내는 방법은 다양하다. 입을 닫고 상대방을 투명인간 취급하는 경우에서부터 사소한 일에 트집을 잡고 까다롭게 구는 이 소리를 지르면서 물건을 집어던지고 폭행하는 사람도 있다.

남에게 화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면 그 분노의 화살이 자신의 몸으로 향하기도 한다. 소화가 안 된다든가 쑤시고 아픈 증상부터 호르몬이나 심혈관 계열의 교란이 오기도 한다. 특정한 사람만 보면 두드러기가 나거나 심장 박동이 빨라지는 사람도 있다. 화를 푸는 방법도 다양하다. 여성들은 주로 수다로 푸는 반면에 남성들은 술 게임 운동으로 푸는 경향이 있다.

화를 치료하는 과정은 대개 몇 단계를 거친다. 우선 화가 나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실제로 화를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화가 나지 않았다고 고집한다면 자신이 원하는 것과 갈등상황에 있는 주변을 바꿀 기회를 영영 놓치게 된다. 화가 난 이유를 구체적 언어로 표현하고 화를 나게 만든 상대방과 타협하고 협상하는 과정을 거치다 보면 과잉된 정서가 논리적으로 정리되기도 한다.

즉각적인 해결책이 없는 경우도 많다는 것을 때론 인정해야 한다. 화가 나 있는 원인을 빨리 제거하거나 교정하려고 지나치게 애쓰지 않는 것이 좋을 때도 있다. 또 굳이 얽히지 않아도 될 부분까지 지나치게 감당하느라 갈등을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거리를 두고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근본적으로 서로 맞지 않아 만날 때마다 화가 나는 상대가 있다면 과연 좋은 관계를 맺으려고 애쓸 가치가 있는지 점검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모든 사람과 영원히 좋은 사이를 유지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그러나 반대로 주변 사람과 자꾸 문제를 일으키고 사사건건 화가 난다면 자신을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진심어린 존경과 공감의 언어를 구사하고 있는지 반대로 화를 내는 것을 자기의 우월한 지위의 징표라고 착각하는 것은 아닌지 너무 지쳐 매사에 다 화가 나는 것은 아닌지 꼼꼼하게 짚어볼 일이다.

무엇보다 화를 자주 내는 사람은 제 아무리 많은 성취를 했다 해도 결국에는 고립되고 경원시된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버럭 XX'라는 별명은 매너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명화된 사회에서는 별로 매력적이지 않다.

스트레스를 제대로 다루지 못해 화를 내는 태도는 성공을 방해하는 걸림돌이 될 때가 많다. 스스로의 품성을 순화시키지도 못하면서 무언가를 이루고 존경받을 수 있다는 희망은 착각이다. 원하면 뭐든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어린애 아니면 독재자일 뿐이다.

뜻대로 되지 않아 화가 나는 걸 잘 참고 있다면 그것은 당신이 한 사람의 책임감 있는 어른으로서 남을 배려하고 본능을 다스리며 산다는 징표일 수도 있다. 나뿐 아니라 상대방의 감정도 헤아려 "서운하셨지요" 같은 말로 공감의 표시를 해보는 것도 좋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고 용서도 되로 주면 말로 받는다. 부조리한 세상에 대해 분노하라는 사르트르의 조언을 엉뚱한데 남발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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