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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 마당] 두번의 비극

박 유니스/재미 수필문학가협회 이사

2010년 5월 나는 다리 위에 서 있다. 가 보고 싶은 곳 0순위였던 라틴 다리다. 감회가 깊었다.

발칸반도의 남쪽에 자리 잡은 보스니아의 수도 사라예보를 동서로 흐르고 있는 밀랴츠카 강이 다리 아래로 흐르고 있다. 1914년 6월 18일 오스트리아의 페르디난트 황태자 부처가 이 다리위에서 한 세르비아계 청년의 저격을 받아 암살되었다.

유럽의 반 이상을 지배하고 있던 막강한 합스부르크 왕가는 격노했다. 그날로부터 한 달여 뒤인 7월 28일 오스트리아는 세르비아에 선전포고를 했다. 8월 3일에는 오스트리아의 동맹국이었던 독일이 프랑스와 러시아에 선전포고를 했고 그리고 다음날엔 영국이 독일에 선전포고를 하여 세계는 걷잡을 수 없는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 이것이 세계 인구가 천만 명 가까이 희생된 제1차 세계대전이다.

마침 그때 우리 일행은 동맹국 측인 독문학을 전공한 J 내외 연합국 쪽인 영문과 출신의 K와 그리고 역시 연합국이었던 불문과의 나 이렇게 네 명이었다. 하지만 서로 팽팽히 맞서 싸운 나라들의 언어를 공부했다고 해서 우리 네친구가 불화할 이유는 없었다.

내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것은 출석하는 교회와의 문제였다. 친구들과 여행 일정을 맞추다 보니 교회에서 정한 권사 취임식 날을 지킬 수 없었고 이에 교회는 내 권사 임명을 취소했다. 세르비아의 한 발의 총성은 대 합스부르크 왕가를 무너뜨리고 세계 인구 천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86년 뒤에는 내 권사 직분을 날려버렸다.

폭 10미터 정도의 맑은 밀랴츠카 강물 위에 견고한 돌다리가 놓여 있고 길 건너편에는 황태자 암살을 추모하는 박물관이 있었다. 86년 전 6월 18일은 일요일이었다.

합스부르크가의 왕위계승자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과 그의 임신한 부인 소피는 그날 세르비아에서 있었던 '육군 대연습' 시찰을 마친 후 지난번 자신들에 대한 암살 기도로 부상당한 사람들을 문병하려고 예정에 없던 이 라틴 다리 앞으로 왔다.

암살범 가브리엘로 프린치프는 그 날은 임무를 포기하고 마침 부근에서 식사하고 있다가 다가오는 대공 일행을 보았고 곧 거리로 뛰쳐나와 총을 쏘았다. 지나간 역사에 가정은 있을 수 없겠지만 안타까운 마음을 누르기 어려웠다.

1차 대전에 희생된 원혼들의 저주일까 구유고슬라비아 공화국이 해체되는 과정에서 다시 이곳 보스니아에 전쟁이 일어났다. 1992년부터 1995년까지 계속된 비참하고 참혹했던 보스니아 내전은 곳곳에 부서진 폐가 폭격의 흔적 마치 새가 쪼아 놓은 듯한 총탄의 자국들을 건물마다 남겨 놓았다.

길에 면한 공동묘지마다 비석이 촘촘히 세워져 있었는데 이슬람교도의 비석은 흰 말뚝 모양이었고 가톨릭은 흰 십자가로 그리고 동방정교는 검은 십자가를 세워 놓았다. 죽어서도 서로 화합하지 못하는 이 복잡한 땅의 비극에 분단된 조국의 현실이 겹쳐 마음이 어두웠다.

'사라예보의 첼리스트'로 알려진 베드란 스마일로비치는 이 죽음의 거리에서 22일 동안 알비노니의 '아다지오 G단조'를 연주했다. 1992년 5월 27일 바세 미스키나에 있는 시장 뒤쪽에서 빵을 사려고 줄을 서 있던 한 무리의 사람들을 여러 개의 박격포탄이 덮쳐 22명이 사망했다. 그들을 기리기 위해 스마일로비치는 이튿날부터 거리에 나와 22일 동안 첼로로 이 곡을 연주했다. 용케도 그때 피살을 면하고 그는 지금 북아일랜드에 살고 있다.

알비노니의 장중하고 아름다운 선율이 죽은 자들을 위한 진혼이 아닌 살아있는 사람들을 위해 이곳 보스니아 땅에 영원히 흐르기를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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