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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엽 기자의 귀연일기-4] '최대한 자급자족' 기준…에너지 예산 아끼며 생활

"어떻게 살려고?" "뭘 해먹고 살 계획인데?" 시골로 들어가기를 결정한 뒤에도 그랬고 또 나름 뿌리 내리기를 시작한 지금도 종종 주변 사람들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는다. 이런 류의 질문에 대한 답은 매번 똑같다. "무슨 수가 있겠지."

대답에 문제가 있다면 '무슨 수'를 잘 모른다는 것일 게다. 그래서 솔직히 말하면 좀 불안하다. 그러나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에서 흔들리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세상에 얼마나 될까. '무슨 수'는 나만 모르는 게 아니라 아마 대다수의 사람도 잘 모를 것이다.

이스트 밸리로 들어오면서 하지만 한 가지 나름의 원칙은 분명히 세워뒀다. 최대한 자급자족하겠다는 것이다. 너무 모범 답안 같은 얘기로 들릴지도 모르지만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점을 빼고는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

이스트 밸리에서 귀연 생활이 누군가의 말처럼 오래된 수채화처럼 스러져가는 것일 수도 있겠다. 좀 극단적으로 바꿔 얘기하면 자급자족이 되지 않을 경우 세간을 하나씩 처분해가며 버틸 것이다. 그러다 숟가락 젓가락까지 팔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렇게 할 것이다. 그리고서도 식량이 떨어진다면 굶어 죽는 밖에 도리가 없다. 물론 이런 상황이 오기를 바라지도 않고 그럴 가능성도 극히 희박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상사 장래 사람 팔자는 말 그대로 모르는 것이다.



3년 전 얼마 되지 않은 돈으로 이스트 밸리에 집을 지으면서 최대한 짜게 굴었던 것은 최후까지 버티는 상황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다. 근사한 통나무집 혹은 기와집이나 황토 집은 일찍이 배제했다. 철근도 들어가지 않는 시멘트 벽돌 집을 계획한 것은 순전히 예산을 고려한 탓이다. 그래도 실제 면적 1000 스퀘어 피트 가량하는 단층 집을 지으면서 1억 원 가까이하는 돈이 들어갔다. 샘을 파는 데도 전기를 끌어 쓰는데도 상당한 비용이 지출된 까닭이다.

속된 말로 그 때 손이 떨렸다. 계획한 예산을 초과해 돈이 들어가는데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상황에서 다만 위안이라면 잘하면 유지 비용은 많이 들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었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공동주택이든 단독주택이든 유지비용 무시 못한다. 서울의 대형 고급 아파트 가운데는 전기료만 한 달에 100만원도 넘는 곳이 있다고 하지 않는가.

내키지 않았지만 2009년 여름 뙤약볕 아래에서 집 마감 공사를 하면서 단열은 기술자들 대신 내가 직접 챙겼다. 구석구석 발포 단열재를 쏘아대고 그러고서도 틈이 있는지 없는지 보고 또 봤다. 3번 째 겨울을 나는 지금 일단 단열 처리는 성공작이라는 느낌이 온다.

한 달 대략 10만원의 연탄값으로 시골 집 난방을 해결할 수 있다면 괜찮은 것이다. 주변에서 웬 연탄 보일러냐고 했지만 아침 저녁으로 불 갈기가 귀찮을 뿐 그래도 비용 면에서는 확실히 최선의 결정이었다. 산다는 게 물질적으로 보면 에너지를 두고 벌이는 싸움이다. 석유나 석탄만 에너지가 아니다. 음식이며 돈이며 어느 것 하나 빼놓지 않고 세상 만물의 존립 여부는 에너지로 귀결된다.

에너지를 많이 끌어 모을 수 없다면 아니 많이 끌어 모으기를 원치 않는다면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 이게 나의 자급자족 귀연 생활의 뼈대이다. 신앙처럼 남향 집을 고집한 것도 따지고 보면 다 이 때문이었다.

물론 아껴 쓴다는 말이 곧 균형 잡힌 생존을 위한 밥과 돈을 벌어들인다는 의미일 수는 없다. 지금으로서는 최대한 아끼면서 버티는 한편 생존의 수단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다만 어렴풋이나마 먹을 거리 즉 적절한 식품을 생산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중간에 돈이 매개가 되겠지만 나와 식구들이 하루 세 끼를 때우는데 필요한 먹을거리를 다른 사람들과 물물교환하는 개념이 되겠다. 동장군이 위세를 떨치는 겨울의 한가운데에서 납작 엎드려 곧 다가올 봄을 기다리며 이런 저런 구상에 머리가 더 바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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