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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불교 1700년 역사, 뉴욕서 다시 쓴다

휘광 스님, 조계종 초대 미동부교구장 취임
공식 해외포교 첫 발…영어 승가시험 등 추진

뉴욕주 업스테이트 라클랜드카운티의 작은 도시 태판. 인구는 6600여 명밖에 되지 않지만 조지 워싱턴 장군(미국 초대 대통령)이 독립전쟁을 전후해 거점으로 삼는 등 미국 역사에서 중요한 도시로 언급되는 곳이다.

바로 이 곳에 위치한 뉴욕불광선원에서 8일 한국 불교에 역사적 분기점이 될 행사가 열렸다. 대한불교조계종의 미동부 해외특별교구(이하 미동부교구) 초대 교구장 진산식이 봉행된 것이다. 이날 불광선원 주지인 휘광 스님이 해외특별교구장에 취임했다.

이날 진산식에는 조계종 총무부장 영담 스님,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정범 스님, 하버드 출신으로 ‘만행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의 저자인 폴 현각 스님 등 스님 20여 명과 뉴욕중앙일보 권태정 사장, 이우성 뉴욕한국문화원장 등 축하객 200여 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한국 불교 세계화에 역사적인 첫 발자국을 디디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미국 역사적으로 중요한 지역에서 한국 불교의 역사적인 행사가 이뤄진 것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한국 불교, 미국과 만나다= 휘광 스님은 취임사에서 “1700여 년 한국 불교 역사를 돌이켜볼 때 미동부교구는 앞으로 한국 불교 세계화에 초석을 다지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휘광 스님은 또 “해외에서 홀로 사찰을 건립해 포교해 온 많은 스님들과 협력할 수 있고, 종단과의 유기적 관계를 맺어 한국 불교 세계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영담 스님은 총무원장 자승 스님의 치사를 대독했다. 자승 스님은 우선 “사찰 규모가 영세하고 동포 중심의 해외포교 활동, 한국 불교의 장점을 현지에 심어 주지 못한 점 등은 모두 제도적으로 뒷받침이 안된 때문”이라면서 “미동부교구라는 첫 항해를 시작하면서 휘광 스님이 유능한 항해사 역할을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치하했다.

독일 뮌헨에 머물고 있다가 이번 행사를 위해 뉴욕을 찾은 현각 스님은 “200~300년 뒤 후세들은 오늘을 ‘한국 불교, 해외포교를 위한 공식적인 첫 발을 디딘 날’로 기억할 것”이라며 “그런 면에서 휘광 스님이 미동부교구장이 되신 것은 축하할 일이다. 하지만 막중한 책임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큰 자리일 수 있으니 여러분들이 함께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계 인사들의 축사에서도 미동부교구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본사 권태정 사장은 “한국 불교가 미국에서 뿌리내려 명성에 목마른 미국인들에게 새로운 광명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미국서도 행자교육= 이날 행사에서는 미동부교구 집행부 명단을 발표하고 임명장을 수여했다. 우선 원로 스님들이 고문직을 맡는다. 경암 스님(보림사), 도범 스님(문수사), 법장 스님(화엄사), 원영 스님(보리사), 혜성 스님(백림사) 등이다.

부교구장에는 지광 스님(원각사)과 선묵 스님(연국사), 총무국장에는 문종 스님(불광선원)이 임명됐다. 교무국장 연경 스님(혜안정사), 포교국장 석담 스님(청아사), 호법국장 현해 스님(보현사) 등도 주요 직책을 맡았다. 특별자문위원 대성 스님, 교구장 특보 혜민 스님(이상 불광선원)도 활동에 들어갔다.

미동부교구 측은 이번 출범으로 1.5·2세뿐 아니라 타민족의 출가를 받아들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자체적으로 행자(출가했지만 아직 계를 받지 못한 사람) 교육을 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교육은 주로 기초교리와 염불 등 수행자로서 기초 과정이다. 나아가 승가고시를 영어로 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휘광 스님은 “다른 나라에서는 승가시험을 영어로 볼 수 있다”며 “언어장벽 때문에 한국 불교에 귀의하고 싶어도 못하는 일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교구가 펼칠 사업으로 ▶성직자 신분증 발급 ▶부처님 오신 날 연등축제 참관단 및 청소년 한국 불교 체험 연수단 모국 방문 ▶유엔과 국제 불교 행사 ▶어린이·청소년 불교캠프 개최 등이다.

휘광 스님은 “타민족들에게 한국 산중사찰에서의 ‘템플 스테이(Temple Stay)’가 각광을 받고 있는데 미국의 한인 사찰에서도 템플 스테이를 할 수 있다”며 “이러한 사업들을 통해 현지 미국인들과 한국 불교 문화가 결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구는 뉴욕·뉴저지를 비롯해 미 동부 16개 주와 온타리오·퀘벡 등 캐나다 동부 6개 주를 담당한다. 이 지역에 있는 조계종 소속 28개 사찰과 스님들을 하나로 묶어 주는 것.

교구 측은 “거대한 종단 소속이라는 연대감으로 하나가 됐다”며 “교구가 스님들의 구심점 역할을 제대로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휘광 스님= 1991년 미국에 공부를 위해 온 뒤 1000일 기도를 두 차례나 했다. 현재는 777일 기도 중이다. 96년 불광선원을 개원했다. 72년 대학 2학년 때 부산 범어사로 출가한 그는 운암 스님으로부터 동·서양 철학을 배운 뒤 동국대에서 공부했다. 통도사·상원사 등에서 참선 수행하고 도선사 수원포교당 등에서 포교활동을 펼쳤다. 뉴욕불교사원연합회 회장도 맡고 있다.

강이종행 기자 kyjh69@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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