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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 아이를 바꿔놓겠다고요? 엄마가 할 수 없는 일도 있어요

아이의 신호등
수전 엥겔 지음
이주혜 옮김 어크로스
288쪽


자식 키우기가 겁나는 시대다. 내 속으로 낳은 자식의 속도 열 길 물속이다. 다른 아이는 말할 것도 없다. 세상은 더 무섭다. 날만 새면 학교 폭력과 '왕따' 이야기가 오르내린다. 폭력에 시달리던 중학생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부모의 신경은 곤두선다. 혹여 내 아이가 보내는 위험 신호를 도와 달라는 구조 신호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조바심도 인다. 아이의 신호를 해석해 줄 자동번역기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가당치 않은 상상이다. 이러한 불안감에 시달리는 부모를 위해 미 윌리엄스대 심리학과 교수이자 뉴욕타임스(NYT) 교육칼럼의 필자며 세 아들의 어머니인 저자가 펜을 들었다.

 책의 원제가 '위험 신호냐 가짜 신호냐(Red Flags or Red Herrings?)'이듯 내 아이의 행동이 그냥 지나쳐도 되는 파란불인지 지금 멈춰서 바로 잡아줘야 할 빨간불인지 차근차근 따져보는 책이다.

 저자는 일단 부모들을 안심시킨다. 자녀가 부모를 긴장시키고 경계심을 자극할 만한 이상 징후를 보이더라도 상당수는 중요치 않은 가짜 적신호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진짜 신호를 잡아내려면 '거시적'인 시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자녀에게 일어난 특정 사건이 걱정된다면 그 사건은 아이의 다른 여러 경험과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아이 삶의 맥락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녀의 삶도 한 편의 이야기인 만큼 내 아이가 어떤 사람이고 어딜 향해 가고 있는지를 파악하려면 아이가 어떻게 행동하고 말하고 느끼는가를 살펴보라는 주문이다. 다만 "적신호는 사소한 순간에 나타나곤 한다"며 "힘든 일을 할 때 아이가 내뱉는 한마디 더 어려운 목표보다 쉬운 목표를 선택하려는 경향 등은 위험 신호"라며 세심한 당부도 잊지 않는다.

 물론 이 지점에서 부모가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냉정한 관찰자와 합리적인 조력자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 잡기다. 부모의 지나친 관심이나 사랑이 오히려 아이를 망치는 독이 되는 경우도 숱하게 보아온 탓이다.

 우선 부모는 '아이를 내 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는 대전제를 받아들여야 한다. 저자는 "아이를 더 나은 방향으로 지도할 수 있어도 처음부터 다시 설계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다시 한번 못을 박는다. 자녀를 변하게 하려면 부모로서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별하는 것이라며 부모의 합리적 이성을 강조한다.

 부모에게 더 버거운 과제도 부과한다. 저자는 미 스탠퍼드대 심리학자인 빌 데이먼의 입을 빌려 "부모가 해줄 수 있는 일 그리고 부모가 해야 할 일은 도덕적 나침반이 되어주는 것"이라고 했다. 옳고 그름에 대해 설교를 늘어놓을 필요도 엄청난 권위나 도덕주의자의 위엄을 갖출 필요도 없다. 아이의 행동에서 목격한 것에 대해 도덕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이가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아도 된다는 유혹에 빠질 때 이를 바로잡아주는 방향타 역할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부모들은 이 책을 읽으며 아이의 많은 자질은 아주 일찍부터 형성되고 유전자가 많은 것을 규정한다는 각종 연구 결과에 자칫 실망하기 쉽다. 하지만 엄마가 많이 안아주고 쓰다듬어준 아기가 더 영리하고 어른들의 기대심리가 아이에게 강력한 힘을 갖는다는 것 아기 때 경험한 인간관계가 성인이 된 뒤 애정생활의 밑바탕이 된다는 사실을 마주하면 부모의 역할을 새삼 무겁게 느끼게 된다. 그런 까닭에 "운명은 받아들이되 운명론은 거부해야 한다"는 권고가 더 크게 울린다.

 사회 문제로 새삼 부각되는 학교 폭력이나 왕따 문제에 대한 처방도 곳곳에 엿보인다. 학교 내 집단 괴롭힘과 따돌림을 줄이기 위해 다른 사람의 기분에 초점을 맞추는 감정이입 정도를 높이는 활동이 유용하다는 설명이다.

미국의 한 유치원의 실험도 눈에 띄었다. '같이 안 논다고 말하지 않기'라는 단 하나의 규칙을 정해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근절시키고 놀이와 대화에 다른 친구들을 끼워주는 방법을 가르쳤고 이는 효과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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