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지 않은 편지(2) [김태환 회계사의 세무노트]

김태환/공인회계사

마이더스의 손을 꿈꾸며 주식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던 친구가 있다. 주식 열풍이 불던 한국에서의 한 시기동안 주식으로 한몫 잡았다는 소리 보다는 그나마 갖고 있던 비상금 몇푼마저 홀랑 날렸다는 소리가 훨씬 자주 들려오는 사실에 신기해 할 즈음 그 친구 또한 마이더스의 손이 아닌 마이너스의 손이라며 자조하던 모습에 쓴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선택한 종목마다 줄줄이 하한가를 기록하는 원망스러운 현실에 선택의 마지막 순간에 자기의 생각과는 정 반대로 선택 하는게 어떨까 라는 생각까지 했다는 소리를 듣고는 만약 반대로 행동했다 해도 결국 똑같은 결과를 초래했을 것이라고 위로 했었다.

미국에서의 주식 거래나 뮤추얼펀드와 같은 투자를 통해 자산을 관리하는 사람들은 일년에 한번씩 거래 금융기관 으로부터 세금보고를 위한 자료들을 받게 된다. 1099-DIV, 1099-INT, 1099-B 등이 그것인데 상세한 정보들을 담고 있으므로 때로는 무척 방대한 양의 서류뭉치들이다. 회계사들도 투자자들의 이자소득이나, 배당소득, 매매차익 등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세심하게 세금보고에 반영해야 함은 물론이다.

착오가 생기면? IRS 로고가 새겨진 두툼한 편지봉투를 만나게 된다. 착오라 하면 회계사에게 모든 서류를 제공하지 못한 납세자의 착오도 있을 수 있겠고 모든 거래를 반영하지 못하고 빠뜨리는 회계사의 실수도 있을 수 있겠다. 때로는 잘못된 정보를 납세자에게 제공하는 금융기관의 어이없는 실수도 발생 하기도 한다.

이미 세금보고를 마친 상황에서 금융기관 자신들의 실수를 수정한 새로운 서류들을 뒤늦게 다시 받게 되면 역시 IRS 또한 새로운 정보를 제공받게 되므로 이를 바탕으로 한 묵직한 세금 독촉 편지를 받게 됨을 피할 수 없다.

10만불어치 주식을 사서 12만불에 팔았다고 가정 해 볼 때 2만불의 매매 차익에 대한 세금이 아닌 12만불을 모조리 소득으로 간주하여 세금을 요구하게 된다. 물론 IRS 의 청구서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금액이 찍혀 있음은 당연하다.

최근 한 고객이 눈이 휘둥그레져서 1만 5천여불을 추가 세금으로 내라는 IRS 의 편지를 들고서 사무실을 방문한 적이 있다. 이 경우는 금융기관에서 잘못된 정보를 납세자에게 제공했던 사실이 문제가 되어 과거 자신들의 실수를 수정한 새로운 보고서를 IRS 에 보고함으로써 추가적으로 계산된 세금의 청구서를 받은 경우였다.

상황이 이쯤 되면 납세자는 어떤 식으로든 IRS 에서 요구한 정보들과 본인이 금융기관으로부터 제공받은 정보들을 면밀히 비교 검토한 후 대응을 해야 한다. 착오들을 수정하고 적절한 설명을 편지로 하면 해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는 하지만 그에 대한 처리 비용이나 하지 않아도 될 일들을 뒤늦게 추가적으로 해야 한다는 점에서 마음이 편치 않다.

게다가 과거에 마이너스의 손으로 날려버린 손실에 대한 금액은 당 해 한번으로 끝나는것이 아니라 그 손실의 액수가 모두 투자 이익과 상쇄될 때 까지 미래에 지속적인 공제 혜택을 적용 받을 수 있으므로 간단한 상황설명으로 끝나지 않고 이미 보고한 수년간의 세금보고를 수정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동반 되기도 한다. 상황에 따라서는 주(State)정부의 세금보고 또한 수정해야 할 필요가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IRS 로부터의 편지는 그래서 어느 면에서 보나 반가운 내용 보다는 달갑지 않은 내용이 훨씬 더 많다. 나 자신도 회계사로써 이런 저런 편지들을 IRS 로부터 받게 되지만 편지봉투에 찍혀 있는 IRS 의 로고만 보아도 “아~ 또 뭐야~!” 라는 생각부터 든다. 마치 동네 어귀에서 길가는 학생의 호주머니 코묻은 잔돈이나 빼앗는 불량배에게 한쪽 소매끝을 붙잡힌듯한 느낌이라면 너무 과한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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