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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칸 음식 도전기…리틀 에티오피아 'Merkato' 식당을 찾아서

시큼한 향과 맛의 '인제라' 빵, 중독성 있네요

쇠고기 스테이크 '질질 팁스'
고소하지만 바짝 구워 질겨
생선 요리 '아사 팁스'
인제라에 싸서 먹으니
새콤·달콤한 맛 동시에


커피 커피 커피….

아무리 생각해도 에티오피아(Ethiopia)는 커피밖에 없다. 특유의 쌉싸름한 맛과 날카로운 향. 한 모금만 마셔도 정신이 바짝 드는 그 뒷맛이 좋다. 성난 마음을 가라앉혀주는 그 진한 잔향도 좋다.

일요일 오후 웨스트LA의 리틀 에티오피아를 찾았다. 새해부터 새로운 음식에 대한 도전이다. 눈 앞에서 커피콩을 볶아준다는 커피 세레모니가 너무도 궁금했다. 세레모니 전 손으로 음식을 집어먹어야(?) 하는 관문이 남아 있지만 맛있는 커피를 위해서라면 그 정도는 참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크고 작은 식당들 중 메르카토(Merkato)의 문을 열었다.

천장에는 베이지색 천이 너울거리고 양쪽 벽에는 아프리카 느낌의 미술품이 가득 걸려있다.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노란빛 감도는 추장의 움막 같다. 테이블 너머로 손을 쪽쪽 빠는 사람들을 보니 '아차' 싶다. 어디선가 특이한 향도 난다. 인도나 파키스탄 음식에서 자주 나는 그 냄새다.

오후 3시에 먹는 늦은 점심 배는 고프지만 선뜻 메뉴를 고르기가 쉽지 않았다. 보고 또 봐도 맛있어 보이는 음식은 없다. "처음이에요?"하며 웨이트리스가 방긋 웃는다. 이것저것 시켜보라는 그의 조언에 따라 아사 팁스(Asa tibbs) 예도로 팁스(Yedoro tibbs) 질질 팁스(Zil-Zil tibbs)와 채식주의자를 위한 콤보(Vegi Combo)를 시켰다. 널따란 빵에 싸서 손으로 먹기 때문에 식사 전 손을 깨끗이 씻고 와야 한다. 아무리 둘러봐도 포크.나이프는 없다.

에티오피안 맥주 한잔하자는 친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세인트 조지 비어(ST. George Beer) 등장. 목 넘김이 좋다. 색은 보통 맥주와 비슷한데 맛은 씁쓸한 맥주 맛 탄산음료 같다. 알코올농도 4.5도에 거품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오 깔끔한데?'라는 생각이 든 순간 웨이트리스가 갓 볶은 커피콩 냄새를 맡게 해준다. 손잡이가 길고 속이 깊은 냄비(?) 속 달달 볶은 콩이 연기를 뿜어낸다. 커피향이 콧속에 가득하다.

잇따라 음식들이 테이블 위에 차려졌다. 아프리카식 구절판 같다. 동그란 빵 위에 고기며 채소가 가득 올려져 있다. 빵은 토르티아보다 두껍고 식초 맛이 강하다. 인제라(Injera)라 불리는 빵인데 효모와 테프(Teff)라는 곡식을 빻아 만든다. 시큼시큼한 향과 맛이 중독성 있다. 차갑고 촉촉해서 음식을 집기에 용이하다. 우선 가장 익숙해 보이는 생선 아사 팁스에 레몬을 뿌렸다. 고등어보다 약간 작다.

과감하게 손으로 살을 발라 인제라에 싸서 먹으니 새콤하고 담백한 맛이 동시에 느껴진다. 소금 맛과 레몬향이 적절히 만나 고소하고 단단했다. 원래 살이 많은 생선이라 그런지 뼈를 발라낼 필요로 없었다. 첫 시도 성공!

예도로 팁스는 여러 향신료에 볶은 닭고기였다. 겉모습은 닭갈비인데 토마토의 진한 맛이 난다. 달콤하고 진하다. 토마토 즙에 오랫동안 졸인 양파와 양배추가 씹을 필요도 없이 물러 있다. 그 옆에는 마늘과 샤프란 등 여러 허브로 맛을 낸 양배추 시래기를 무쳐놓은 것 같은 이름 모를 초록빛 채소와 콩 여러 소스가 놓여있다. 양배추는 달고 약간 카레 향이 난다. 아삭아삭한 맛이 아직 살아있는 시래기는 마치 된장에 무친 말린 무청 같은 맛이다. 분명 오랫동안 볶고 삶았을 텐데 아직 씹을 것이 있고 씹으면 단맛도 흐른다.

문제는 이 소스다. 노란 콩과 빨간 렌털콩을 각종 향신료에 섞어 만든 것인데 맛이 좀 독특하다. 노란 콩은 적절히 단맛도 있고 콩 맛도 살아있어 먹을 만하다. 반면 빨간 렌털콩 소스는 입에서 물파스 맛이 난다. 맵고 쓰고 싸하고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맛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인제라에 조금 찍어먹었다가 눈물을 주룩 주룩 흘렸다.

소독약과 비슷한 향과 맛. 혹시 나만 그런가 싶어 옆에 있는 친구에 물으니 "스모키(Smoky)하고 인도음식 같은 맛"이라고 했다. 개인적으로 비위가 약한 사람에겐 추천하고 싶지 않다.

질질 팁스는 웃긴 이름과 달리 쇠고기 스테이크다. 육즙이 살아있다기 보단 바짝 구워냈다. 잘 익은 고기 한점을 인제라에 싸서 크게 한 입 먹었다. 오물주물 씹은 지 10분도 넘었는데 아무 맛도 나지 않는 고기가 아직도 남아있다. 고소하지만 너무 질기다. 턱관절이 아파 질질 팁스는 패스. 전체적으로 힘줄만 가득한 불고기를 계속 구웠다고 보면 된다.

식사 후 검은 커피 한잔. 목이 긴 검은 주전자에 커피향이 그윽하다. 맛을 보니 '씀바귀'가 따로 없다. 온몸이 움찔할 만큼 쓰고 진하다. 색다른 맛에 놀란 혀를 적당히 가라앉혀 준다. 에피오피아는 역시 커피다.

생애 첫 아프리칸 푸드치고는 대성공이었다. 손에 음식물이 닿는 껄끄러움을 피하기 위해 인제라를 크게 떼어내야 한다는 것 빼고는 맛도 풍성함도 기대 이상이었다. 나물과 고기 반찬 한 데 모두 펼쳐놓고 먹는 것은 꼭 한국식이다. 그동안 '입이 짧다' '향이 싫다' 등의 이유로 저버렸던 새로운 맛과 향이 아쉽다. 뭐든지 한번쯤은 시도해 볼만하다. 새해엔 씹는 맛도 살아가는 맛도 놓치고 싶지 않다.

▶ 주소: 1036 1/2 S Fairfax Ave Los Angeles CA 90019 (323) 935-1775

☞리틀 에티오피아?

리틀 에티오피아는 LA지역 피코와 페어팩스 애비뉴가 만나는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사우스 페어팩스라 불리는 한 두 블록 사이에 에티오피안 식당과 마켓 등이 촘촘히 모여있다.

구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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