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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청춘이다] 박학다식에 '네이버'라 불리는 노준종 공인회계사

"시간 낭비하며 살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아요"

스물일곱에 꿈 안고 이민길
매사 긍정적 마인드로 대처
절주·금연·봉사로 체력관리
끝없는 호기심에 배움 열정
댄스·과학·IT·부동산 섭렵
지천명 앞두고 한의대 입학


방문 약속을 하고 그의 사무실을 들어서자, 그는 마침 읽고 있던 책을 내려놓았다. 언뜻 본 책의 제목은 '한의학을 말하다'라는 두꺼운 책이었다. 주위사람들로부터 불리는 별명이 네이버(Naver)라는 노준종 공인회계사는 올해로 50이 된다. 하지만 아직도 청춘, 그렇다고 마음만 청춘이 아니다.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 청춘이다. 그의 청춘 얘기를 들어봤다.

내게 능력 주시는 자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빌리보서 4장 13절)

노준종씨 사무실에 붙어 있는 액자 속 성경의 한 구절이다.

모든 것의 시작은 1990년대에 시작됐다. 1990년대 초반부터 남가주에서 공인 회계사로 활동하고 있는 노씨는 전직 삼성맨이다.

군대를 마치고 대학을 졸업하고 삼성그룹에 공채로 신라호텔에 입사한 후 2년 남짓을 다녔고 다른 이민자와 마찬가지로 가족과 함께 청운에 꿈을 안고 미국에 도착한 나이는 27세였다.

한국에 계속 살았으면 지금쯤 임원이 되었을 텐데 노씨는 이민이라는 또 다른 옵션에 인생을 걸었다.

미국 도착 후 그를 기다린 것은 삼성 같은 대기업도, 신라호텔 같은 비즈니스도 아닌 늦은 나이에 도착한 이민자라는 사실뿐이었다. 그는 우선 전 직장의 경험을 살려 한인타운 호텔에서 파트타임으로 프런트 데스크를 지키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대학원에 다녔다. 그렇게 그의 청춘은 호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무르익었다. 그는 야간에 프런트 데스크를 지키면서 미국을 배우기 시작했다. 현실에 안주해서는 안 되고 끊임없이 공부해야 급변하는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첫 번째로 되뇌였다. 또 사물을 긍정적으로 보는 눈을 갖게 됐다. 일을 하다 보면 만나게 되는 불안과 부정·부패에 굴하지 않으면서 그저 착한 사람이 아닌 현명한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2년 6개월 만에 공인회계사를 취득했다. 그 나이 또래 이민자들이 누구나 겪는 영어 불통을 헤쳐가며 노력 끝에 33세에야 1.5세인 부인(노동희씨)과 결혼, 가정을 일궜고 36세에야 첫 아이 영진군을 봤다. 37세에 둘째 영신, 39세에 셋째 영인군을 낳았다. 막내 돌잔치에 마흔이 됐으니 좀 늦었다.

결과적으로 적지 않은 나이에 첫 아이를 봤기에 아이들의 친구 아빠들과 5~8세 정도 나이가 많다. 아빠들이야 아이들 나이가 기준이 된다. 지금은 이제 40을 갓 넘긴 아빠들과 교류를 해야 하니 젊어질 수 밖에 없고 오히려 미국 오면서 손해를 봤던 8년을 젊은 아빠들과 어울리면서 보상받게 됐다.

"처음엔 미국에 좀 더 일찍 왔었으면 좋았을텐데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하기 나름이죠. 긍정적으로 생각했습니다. 아빠들과 나이를 맞추니 제가 젊어질 수밖에요. 아이들에게 젊은 아빠이고 싶었습니다."

마음가짐만 젊은 것은 아니다.

감사한인교회에서 자신의 아이들 또래 어린이들을 위해서 한국어 초등부 팀장을 맡고 있다. 아이들 하고 함께 노는 것도 그의 일이다.

그런데 인터뷰를 하다 보니 이상한 게 발견됐다. 노씨의 3형제가 모두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인데 한국어 초등부 출신이라는 것이다. 한국어부는 대개 한국에서 갓 온 학생들이 영어로는 주일학교에 다닐 수 없어서 운영되는 것인데 한국어를 얼마나 잘 가르쳤으면 한국어부에서 신앙생활을 할까.

그의 청춘 프로그램중 건강분야의 핵심은 절주와 금연이다. 그의 신체에는 알코올 분해효소가 없다. 담배도 입에 대본 적이 없다. 그의 프로그램엔 운동도 따로 없다. 틈나는 시간은 교회 봉사를 운동삼아 한다.

또 다른 청춘 프로그램은 하루 7시간씩 잠을 충분히 자는 데 있다. 얼마나 열심히 사는지 잠자리에 들고 30초면 숙면 상태에 빠진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무미건조한 생활이죠. 하지만 시간이 없습니다. 호기심을 충족해야 하는데 머뭇거릴 시간이 없습니다. 인생을 낭비하며 살기에는 청춘이 너무 짧아요."

노씨의 청춘에 걸맞은 삶의 핵심은 배우는 것에 대한 열정이다.

별명이 네이버라니, 네이버가 어떤 회사인가. 한국을 대표하는 지식사이트로 다양한 정보가 엄청나게 쌓여 있는 사이트 아닌가. 그는 다방면의 지식을 갖고 있는 제너럴리스트이기도 하다. 나이를 먹지 않는 무한한 호기심과 궁금증, 그것이 그를 청춘에 머물게 하는 배움에 대한 열정의 원동력이다.

비록 노안은 이미 왔지만 정신은 40대 초반도 아닌 30대이고 싶다.

그의 또 다른 모습은 최근에 열린 남가주 회계사협회 연말 파티에서 보여줬다. 바로 라인댄스 강사로 변신한 것. 행사 여흥시간에 참석자들을 이끌고 행사장을 춤판으로 만들었다. 무려 1시간 동안이나.

눈치가 빠른 사람은 왠지 그의 춤발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그는 80년대 초 춤에 심취해 군무, 허슬, 디스코, 브레이킹 댄스를 현란하게 췄던 과거가 있었다. 1981년 12월부터 83년 초 그가 군대로 도피할 때까지 '춤꾼 노준종'이었다.

천문과학과 지구과학에 또 다른 관심이 있다. 남가주가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인 탓도 있지만 우리가 사는 땅덩이에 관심이 많은 것은 그로서는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IT에 관심이 많아서 사서 보유하고 있는 도메인도 적지 않다. 사무실의 네트워크를 직접 설계한 것도 알려지지 않았지만 배움의 열정 탓에 덕본 경우다. 그는 또 부동산 브로커 라이선스도 갖고 있다.

지난해 그의 호기심이 또 다른 사고를 쳤다. 다름 아닌 한의대에 입학한 것이다. 평소 동양철학과 동양의학, 대체의학에 관심이 많았는데 그래서 직접 배워보기로 했다. 대신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늦더라고 졸업은 할 생각이다. 3.5년을 잡았지만 4.5년은 걸릴 듯하다.

"아마도 60대에는 머리도 더 벗겨지고 주름도 늘겠지만 침을 잘 쓰는 한의사가 돼 있을 겁니다. 은퇴를 맞은 후에 병마로 인해 어려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서 즉효있는 침선생이 되고 싶습니다."

노씨가 청춘을 불태우며 이런저런 것을 배우고 한의대에 다니고 있지만 본업을 내팽개친 것은 아니다. 그가 인생을 건 회계사라는 직업에 대해서도 그는 열정 이상의 모습을 갖고 있다.

"CPA라는 직업은 항상 익사이팅(exciting)합니다. 죽을 때까지 놓고 싶지 않은 직업이죠. 하지만 나이 먹어서 같이 늙어가는 사람들에게 침을 놔주고 싶어요."

그의 청춘은 배움에서 시작돼 봉사로 끝날 것 같다. 너무 배우는 것과 알고 싶은 것, 하는 게 많다고? 누구에게나 시간은 같다. 뭘 하느냐는 선택의 문제다. 노준종씨는 그것을 술과 담배, 골프에 두지 않고 배움의 열정에 쏟고 있다.

장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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