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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청춘이다] '폴리USA' 장영기 사장

"많이 버는 것 보다 잘 쓰는게 중요하더군요"

자바시장서 18년째 파티복
돌다리도 두드리며 사업
입양아 위한 단체 기부 등
힘들게 번돈 선행으로 나눔


헐렁한 스웨터에 구김간 면바지. 구수한 인상에 뿔테 안경, 적당히 나온 ‘인격’(뱃살)까지, 누가 봐도 영락없는 이웃집 아저씨다.

LA자바시장에서 18년 째 여성 파티복 전문업체 ‘폴리USA’를 꾸리고 있는 장영기 사장(48). '그래도 자바시장 의류업계에서는 알아주는 중견 기업인인데, 옷이 그게 뭐냐'고 하면 “일 하는 데, 편하면 됐지 뭐”라며 씨익 웃는다. 늘 그런 모습이라 어쩌다 양복이라도 걸치면 전혀 다른 사람으로 비친다.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하고 물으면 정색을 하며 한마디 한다. “이게 원래 난데, 깔끔하고 샤프한 이미지….” 그럴 때면 뿔테 안경 너머로 보이는 눈매가 예사롭지 않다.

장 사장의 '허허실실'한 이미지는 새해라고 해서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누구에게라도 편안한 모습, 하지만 사업과 관련해서는 번득이는 아이디어와 남다른 추진력으로 올해도 거침없이 달릴 태세다.



장 사장은 브라질의 명문 폴리공대를 나왔다. 1976년 한국에서 양품점을 하던 부모님을 따라 파라과이로 이주했다가 다시 브라질로 이민한 탓에 중학교부터 대학원까지 브라질에서 다녔다. 학부에서는 화학을 전공했고, 재료공학 석사를 했다. 학부 때는 부전공으로 법학도 공부했다. 사업체 이름에 폴리를 쓸 만큼 자부심도 대단하다. "어렸을 때 공부 좀 했지." 그러고 보니 뿔테 안경 너머로 제법 '범생이' 냄새도 난다.

드레스를 디자인해서 중국 봉제공장에 보내, 완제품을 수입, 도매하고 있는 장 사장은 머리가 비상하다. 셈이 빨라 장 사장과 거래를 했던 사람들은 혀를 내두른다. 다운타운에서 '은혜주얼리'를 운영하면서 중국에 봉제공장도 갖고 있는 전환수 사장이 들려 준 얘기다. "장 사장과 몇 번 거래를 했는데, 어찌나 계산이 빠른 지, 얘기를 하다 보면 어느 새 빨려 들어가고 만다. 원가 계산이 정확하고 비용 절감을 어느 단계에서 할 수 있는 지를 귀신같이 잡아내니, 당할 수가 없다"고 소개했다.

이에 대해 장 사장은 "중고교 시절 부모님의 봉제공장 일을 돕다 보니 옷을 생산하는 과정에 대해 잘 알게 됐다"며 "당시 내 또래 친구들은 다들 비슷했다. 봉제업을 하는 부모님을 둔 친구들과 친하게 지냈는데, 주말이면 그 친구들과 누가 더 빠르고 보기 좋게 박음질을 하느냐를 두고 내기를 했다"고 회생했다.

장 사장의 사업장은 다운타운 알라메다와 뉴튼에 있다. 2만5000여 스퀘어피트 규모의 건물에 사무실과 드레스 전시실, 디자인실, 물류창고가 모두 붙어 있다. 의류도매상가인 LA페이스마트 지하에도 쇼룸을 따로 갖고 있다.

지난해 다운타운 한인의류업계는 크게 고전했다. 계속되는 경기침체 탓에 대부분 업체가 50~70%까지 매출이 급감했을 것이라는 게 한인의류상들의 짐작이다. 그런 와중에도 장 사장은 2010년 대비 약간의 매출 신장을 기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아직 재고물량을 파악하지 않은 상황이라 정확하지는 않지만 4~5% 정도는 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매출 규모는 큰 편이 아니지만 파티복은 마진이 좋기 때문에 수익률도 꽤나 높은 편이다. 타켓이나 로스, 블루밍데일 같은 대형소매점을 상대하는 게 아니고 로컬 양품점이 주 고객이다 보니 주문 취소나 반품 등이 없는 것도 안정된 사업을 꾸리는 데 유리하다.

장 사장의 사업 스타일은 꼼꼼하다. 돌 다리도 두들기며 건너는 편이다. 디자인부터 원단과 색상 선택, 회계까지 직접 관리한다. 그렇다고 해서 장 사장이 마냥 장고만 하는 스타일도 아니다. 충분한 시장조사를 통해 일단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그 길로 밀어 부친다.

장 사장은 올해를 사업 다각화 원년으로 정했다. 지난해 초반부터 조용히 준비해 온 웨딩드레스 사업을 시작한다. 이미 샘플도 확보한 상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장 사장은 성인용 파티복과 주니어 드레스만 제작했다. "웨딩드레스는 파티복 보다 마진이 더 크다. 기왕에 파티복 사업을 하던 터라 웨딩드레스 런칭은 크게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웨딩드레스 사업과 함께 또 하나 꿈꾸는 사업은 인터넷을 통한 'B2C(소비자 상대 세일)'다. "그동안엔 'B2B(도매상간 거래)'에 안주했는데, 앞으로는 인터넷을 활용하지 않고는 사업을 더 이상 키우기 어려울 것이다. 온라인 쇼핑사이트를 구축해 'B2B'와 'B2C'를 병행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장 사장도 카카오톡이나 트위터 등 인터넷 SNS 이용에 있어서는 '살짝' 구세대다. 하지만 사업에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면 절대 놓치지 않는다. 지난해 웨딩드레스 사업을 기획할 당시 새로운 인터넷 도메인 닷코(.co) 선점 경쟁이 펼쳐지자, 재빨리 웨딩드레스 닷코를 사들였다. "인터넷 경매로 200달러부터 시작했는데, 720달러까지 가서 기어코 살 수 있었다. 지금은 누가 8000달러에 팔라고 한다"며 만족해 했다.

늘 사업 확장을 꿈꾸고 준비하는 장 사장이지만 큰 돈을 벌 생각은 없다고 한다. "많이 버는 것 보다 잘 쓰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는 장 사장은 지난 연말엔 교회 지인의 소개로 입양아를 위한 자선단체 행사에 참석해 기부를 하는 등 선행도 펼치고 있다. 올해는 한인의류협회 부회장과 LA페이스마트 이사로도 왕성한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김문호 기자 moonkim@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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