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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청춘이다] 매일 만보 걷기·크게 웃기로 말기 암 극복 김정구씨

목사 은퇴후 우울증으로 고생
하루라도 행복하게 마음 바꿔
주스 부장·테이블 매니저 별명
아들·며느리에 손수 주스 제공

청춘(靑春). 봄날처럼 푸르른 나날들. 인생의 가장 빛나는 시기. 혹자는 지나가면 다시 못 올 시기가 청춘이라고 하고, 혹자는 가끔씩 꺼내어보며 그리워하는 시절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미국 시인 사무엘 올먼은 말했다. “누구나 세월로 늙는 것이 아니라 이상을 포기할 때 늙게 되는 것. 때로는 20세 청년보다 60세 노인이 더 청춘일 수 있나니….”

“으 하 하 하 하∼!”

중견 연기자 최불암씨 같기도 하고, 산타클로스 같기도 한 웃음소리로 고개를 뒤로 젖히며 웃는다. 웃을 일이 없어도 이렇게 웃다보면 엔돌핀이 샘솟는단다. 그러더니 이내 허리춤에 찬 만보기를 확인하곤 “오늘은 3000보를 덜 걸었다”며 “이런 날은 계단이라도 오르내려 1만 보를 채워야 된다”고 서두른다.

허리춤에 매달린 만보기와 절친한 동지가 된 것은 지난 2000년 ‘전립선 암 말기’ 판정으로 6개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후부터.

그런데 ‘말기암 선고’가 그의 삶을 ‘청춘’으로 돌려놨다. 헤이워드 거주 81세 김정구 할아버지 이야기다.

# 나는야 ‘이팔 청춘’= 나이를 묻자 “내년에 이팔 청춘!”이라고 답했다. “82를 거꾸로 하면 28아닌가? 난 내년에 이팔청춘 되는데?”라며 웃는데 그 웃음이 소년처럼 해맑았다.

웃을 때 드러나는 가지런한 치아는 의치 하나 없이 모두 본인의 치아다. 매일같이 만보기에 1만 보를 채우는 것이 건강 관리의 전부이자 매일의 보람이기도 하다. 젊은 시절 허리사이즈 34인치를 줄곧 지금껏 유지해오고 있다는 그는 아들, 사위와 같은 치수의 바지를 입는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큰 소리로 웃으려고 노력한다”며 ‘김정구식 웃음 법’을 가르쳐 준다고 두 손을 번쩍들었다. 뱃 속부터 우러나오는 소리로 고개를 젖히고 웃는 모습에 취재를 하는 기자까지 웃음이 터져 버렸다.

우울함이라고는 모르고 살았을 것 같은데, 아니었다.

“은퇴 후 노인성 우울증으로 2년간 고생을 했어요. 놀면 좋을 줄 알았는데, 시간이 많아지니까 무기력함이 찾아들고 심지어 목사였음에도 불구하고 교회, 성경도 멀리했으니까요. 심했을 때는 말도 잘 못했습니다.”

김옹은 “은퇴 직후의 관리가 사실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걸어다니는 종합병원에서 ‘암 서바이버’로= 젊은 시절부터 신경 쇠약증을 비롯해서 잔병이 많았던 그는 전직 목사다. 지난 2000년 하와이에서 목회를 하던 중 ‘전립선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그것도 내과 의사인 둘째 아들에게 받은 선고였다.

“6개월 정도 남은 것 같다는 말을 우리 아들한테 들었는데…, 말기인데다가 상태가 너무 심해서 수술도 불가능한 상황이었어요. 은퇴 후에 노인성 우울증까지 겪던 시기에 그렇게 병마가 찾아왔어요. 선고를 받은 날부터 하루를 더 살아도 이렇게 살면 안되겠다는 생각으로 걷기, 웃기를 시작했습니다. 살고싶은 마음도 간절했지만, 우울증으로 힘들었던 지난 2년에 대한 보상심리도 있었죠. 남은 나날들을 무엇보다 ‘행복’하게 살다 가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 쥬스 만드는 남자= 아들, 며느리와 함께 사는 그의 별명은 ‘쥬스 부장’‘테이블 매니저’다. 새벽 4시30분에 기상하는 그는 아침 산책 후 아들과 며느리를 위해 매일같이 손수 당근 쥬스를 만든다. 식사시간마다 테이블 세팅을 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생각나면 하고, 안나면 안하는 그런 일이 아니라 가족공동체 안에서 ‘내 일’이라는 책임감을 느끼면서 해서 그런지 보람있고 행복해요. 나이를 먹으면서 잃어가는 것 중 가장 큰 것이 존재감과 책임감, 그리고 보람이에요. 남자들은 특히 은퇴 후에 더 심해지는데, 그 공허함을 채워질 무언가가 필요한 거죠. 내가 나이 들었기 때문에 대접받아야 한다(?) 그런 생각부터 버려야 청춘같은 마인드로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해요. 몸만 청춘이면 뭐합니까. 마음이 청춘이어야, 진짜 청춘이지.”

김정구옹의 청춘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황주영 기자 sonojune@koreadaily.com

<김정구옹의 건강유지 비결>

◇일, 십, 백, 천, 만 법칙

1. “하루에 좋은 일을 1 가지씩만 선행을 하자”= 누군가의 말동무가 되어주는 것조차 선행이다.

10. “하루에 10사람을 만나 소통하자”= 사람과의 교류, 친교는 장수의 가장 큰 비결이다.

100. “하루에 100자를 쓰자”= 나이가 들다보면 손으로 글씨를 쓰는 일이 거의 없어진다.

1000. “하루에 1000자를 읽자”= 신문, 종교서적 뭐든 읽을 거리로 뇌세포를 깨운다.

10000. “하루에 10000보를 걷자”= 가능하면 만보기 착용이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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