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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타의 길] 자갈이 둥근 이유

김아타(사진작가)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결국 사라진다.

물은 바람이 되어 사라지고, 바람은 물이 되어 사라진다. 그러나 사라지는 것 같지만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형태가 변할 뿐이다. 이것이 자연의 힘이고 세상의 모습이다.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자연 속에 있다. 그것을 초월할 존재는 이 세상에 없다. 시간이 직선적이고 단층적이라면 자연은 난마처럼 얽혀있어 다층적이고 다의적이다. 그러나 둘 다 복잡한 것 같지만, 순리대로 움직인다. 그래서 자연이다.

법정스님이 열반에 들면서 “이제 시공(時空)을 놓아야겠다”고 했다. 시공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시(時)와 공(空)이다. 자신이 죽으면 자연스럽게 시공은 소멸된다. 사는 것이 시와 공이고, 시와 공이 업(業)의 실체이다. 인간은 살아서는 그 업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래서 끝없이 회개하고 반성한다.

캔버스에 남은 흔적들은 기운생동의 물리적인 변화의 흔적이다. 이것 또한 자연의 업이다. 이 업을 한민족은 한으로 불렀고, 부정적으로 해석하였지만, 한은 부정적인 것이 아니다. 어찌 자연의 물리적인 변화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겠는가? 한은 자연의 에너지의 다른 말이다. 한의 크기가 클수록 창의적인 에너지는 더 커진다. 한민족의 우수성은 여기에서 나왔다 하여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비로소 눈에 보이는 모든 사물의 존재는 긍정적인 에너지의 화신이 된다.



해변의 자갈들은 둥글게 생겼다. 억겁의 시간, 밀려드는 바닷물은 정이 되어 돌을 조각한다. 오래된다는 것은 둥글게 된다는 말과 같다. 둥글지 않은 것이 없다. 시냇가의 바위도, 북한산의 바위도, 그랜드캐년의 환상적인 바위도, 인간의 마음도 그렇다.

물은 얼어서 얼음이 되었다가 다시 얼음은 녹아서 물이 된다. 녹은 물은 기화하여 구름이 되고, 비가 되고 눈이 되어 대지로 순환하여 꽃이 된다. 이것이 자연이다. 자연은 스스로 생산하고, 스스로 해체한다. 그래서 자연은 위대한 연금술사이다. 그 속에 모든 형상이 있다. 부다도 지저스도 마호멧도 다 있다.

그러나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은 자신의 기억 속에 저장된 형상을 만나야 비로소 안도하고 주문을 외기시작 한다. 아이콘은 인간의 관념에 새긴 조각과 같다. 부다상과 지저스는 신성한 관념의 아이콘이다. 그러나 사상은 무게도, 부피도, 두께도 가지지 않는다. 사상은 시공으로 한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위대한 사상이 무게와 두께와 체적을 가질 때 그것이 업이 된다.

시간도 자신의 얼굴을 스스로 드러내지 못한다. 과거는 이미 지나갔고, 미래를 다가오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현재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이것이 시간의 속성이다. 존재의 생멸을 쥐고 있는 절대의 시간이지만, 자신의 얼굴이 없다. 오직, 나 아닌 다른 존재를 통해서만 자신을 드러낸다. 물과 얼음과 자갈과 내가 그것이다.

올 봄 맨해튼 루빈뮤지엄 로비에 얼음으로 부다를 만들어 설치했다. 얼음으로 만든 부다는 결국 시간 속에서 녹아간다. 사라져 가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 또한 사실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물은 얼음이 되어 잠시 부다의 옷을 빌려 입고 나들이를 하고는 집으로 돌아간다. 사라지는 것은, 나의 관념의 형상일 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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