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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 남의 일 아니다…한인 청소년 우울증·자살충동 등 호소 늘어

방지법 무용지물…자녀와 대화 시간 중요

#1. 퀸즈 한 고교의 졸업반인 A양은 지난 여름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고교에 진학한 이후 줄곧 왕따(Bullying·따돌림)에 시달리며 성적이 떨어진 데다 결석도 자주했던 그는 다량의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시도했다. 다행히 목숨을 건진 A양은 현재 신경정신과 전문의의 치료를 받고 있다. 자살 충동에서는 벗어났지만 학교에 가지 못하고 대신 가정학습을 한다. A양은 의사에게 “백인 아이들이 시작한 따돌림에 한인들도 가세해 친구가 아무도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2. 뉴저지주 버겐카운티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B양은 지난달 상담 교사에게 ‘왕따로 인해 자살하고 싶다’고 말해 곧바로 전문가 진단을 받은 경우. 외향적인 B양은 늘 주변에 친구가 많았다. 그러나 수개월 전 '한 친구의 개인적인 치부를 다른 친구들에게 잘못 전달했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하기 시작했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던 B양에게는 큰 고통이었다. 특히 페이스북과 문자메시지를 통한 이른바 '사이버 왕따'를 견디기 힘들었다.

한국에서 청소년들이 왕따로 인해 목숨을 끊는 등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뉴욕·뉴저지 한인 학생들도 비슷한 문제로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호소하거나 심지어 자살을 시도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오모세 신경정신과 전문의는 “우울증과 자살 충동 때문에 우리 병원을 찾는 청소년의 절반은 왕따와 연결돼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도 왕따 문제가 심각해 연방정부는 물론 주정부 차원에서도 강력한 왕따 방지법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갈수록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공통된 의견이다.

청소년 상담기관 유스앤패밀리포커스 대표 이상숙 전도사는 “요즘에는 소셜네트워크(SNS)나 문자메시지를 통한 따돌림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예전에 비해 학생들이 ‘또래 그룹에서 소외된다는 점’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김병석 신경정신과 전문의는 “부모 사이에 문제가 있는 가정의 학생들이 왕따 가해자나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며 “아무리 바빠도 자녀와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이종행 기자 kyjh69@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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