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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시죠? 맛있었습니다

1. 고르다
“인생은 고르는 일 투성이다. 잘 고르려면 먼저 잘 버려야 한다.”
-서울회관 김재평(52) 대표

2. 씻다
“깨끗이 씻어야 본모습이 드러난다. 분노를 씻고나니, 삶이 보였다.”
-고 장준하 선생의 아들 장호준(52) 목사

3. 자르다
“자르는 일은 살리는 일이다. 넉넉하게 잘랐더니 맛과 전통이 살았다.”
-노시스시 노시 쇼고(74) 대표

4. 짓다
“사람은 옷을 짓고, 밥을 짓고, 집을 짓는다. 사는 일이 곧 창작이다.”
-할리우드 작곡가 대니얼 인다트(55)

5. 끓이다
“펄펄 끓는 국처럼 무던히 속을 끓이다보면 인생 진국을 얻을 수 있다.”
-영동설렁탕 최호빈(59) 대표

6. 굽다
“화를 다스려야 구울 수 있다. 붕어빵 하나를 굽는데도 인내가 필요하다.”
-한국 통닭 최영빈(57) 사장

7. 볶다
“뽀글머리는 촌스럽다. 인생도 적당히 볶아야 맛있고, 멋있다. 너무 볶으면 탄다.”
-머리하는 날 안젤라 곽(51) 원장

8. 부치다
“본성을 지켜야 한다. 끈기있게 부치다보니 인생이 따로 놀지 않았다.”
-한송부페 김명희(63) 한식조리장

9. 담다
“정을 담는 일은 가장 어렵고, 값진 일이다. 최고의 선물은 ‘시간’이다.”
-김스전기 에드워드 전(33) 매니저
차리다
1. 음식 따위를 장만하여 먹을 수 있게 상 위에 벌이다.
2. 기운이나 정신 따위를 가다듬어 되찾다.
3. 마땅히 해야 할 도리 법식 따위를 갖추다.
4. 어떤 조짐을 보고 짐작하여 알다.
5. 해야 할 일을 준비하거나 그 일의 방법을 찾다.
6. 살림 가게 따위를 벌이다.
7. 자기의 이익을 따져 챙기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인생을 요리하다'는 요리하듯 썼다.

누군가의 삶을 요리 동사 하나에 풀어내야 했다. 발상은 신선했지만 결과를 자신할 수 없었다. '잘하면 성공한다'는 뻔한 글이 두려웠다.

그래서 내 식구를 먹일 밥상을 차리듯 품을 팔았다. 안성맞춤의 취재 대상을 골랐고 말을 깨끗이 다듬고 글을 정성껏 끓여서 보기좋은 편집으로 담아내야 했다.

그런데 고르는 일부터 쉽지 않았다. 인터뷰 요청에 손사래를 치는 사람들이 많았다. "빚쟁이가 볼까봐" 거부했고 신문 광고와 전혀 상관없다는 데도 "광고비 낼 능력이 없다"고 피하기도 했다.

어렵게 고른 주인공에게서는 딱 떨어지는 말을 얻지 못할 경우가 다반사였다. 일본인 스시 명인과는 직접 말이 통하지 않아 답답했고 할리우드 작곡가는 기자가 모르는 백만장자의 세상을 말해 이해하는데 어려웠다.

문체는 요리 동사의 중의적인 뜻을 최대한 살렸다. 예컨대 '짓다'는 말이 옷과 밥과 집에 두루 사용되는 절묘함을 뽑아썼다.

글을 싣는 순서도 어려웠다. 실제 요리 순서를 따라야했다.

주인공들의 말들은 하나하나가 다 명언이었다. 욕심을 버리고 분노를 씻어 넉넉하게 자른다고 했다. 옷을 집을 짓듯 밥을 짓고 속을 끓이면서 진국이 나왔고 화를 다스려 굽고 볶았다. 끈기 있게 부쳤고 정성을 담았다.

그렇게 차린 10명의 인생이 밥상 위에 놓였다. 밥상을 다 차리고 보니 풍성했다.

주인공들의 부엌에서 찾은 좌절 슬픔 고집 창작 인내 겸손 끈기 정성이 밥상에 고스란히 담겼다.

밥상 머리에 앉아 말이 길어졌다. 열 명이 차린 밥상에서 수저를 든다. 내 인생의 밥상은 어떻게 차려야 할까 자문한다.

정구현 기자 koohyu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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