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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원'에 살수 있다는 말에 고국으로 돌아왔죠

제주도로 '역이민' 선택한 장득용씨

"그저 한 달에 100만원이면 살 수 있다는 말에 진짜 그럴까 하고 시작된 역이민이 벌써 1년이 넘어섰네요."

미국에 이민왔다가 한국으로 역이민해 제주도에 정착한 장득용씨가 역이민을 고려한 이유는 바로 '100만원'이라는 단어 때문이었다. 그는 제주에 정착 후 '역이민 카페'를 운영 자신같이 역이민에 관심 있는 사람들과 정보도 나누고 조언도 해주는 등 이제는 당당한 열성 블로거가 됐다. 이민 1세대인 그를 제주도로 찾아갔다.

만나자마자 장득용(55)씨에게 물었던 것은 제주도인 이유다.

한국의 다른 어떤 곳보다 날씨가 따뜻하다는 것 관광 말고는 별다른 산업이 발달하지 못한 탓에 공기와 자연환경이 좋다. 그리고 생활비가 그의 예산과 맞아떨어진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마치 캘리포니아 같이 교통체증이 없어서 선택했다. 물론 요즘에는 과속으로 간혹 사고가 나지만 말이다.



그가 혹했던 100만원을 둘이서 따져봤다. 중간에 부인이 끼어들어서 장씨가 모르는 것은 훈수를 뒀다.

"주위에서 볼 때 보기 흉하지 않게 생활하려는 경우"라고 단서를 달았다. 일단 먹는 것은 두 사람 식비가 1주일에 10만원이다. 여기에는 간편한 외식이 포함된 것이다. 제주도의 생활비가 싸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그러면 한 달에 40만원 경차 운영비 15만원 한국은 세금이 적고 주차비가 절반에 불과하다. 신호 위반 같이 경찰에게 걸려서 내는 범칙금도 미국에 비하면 1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옷이 문제인데 다행히 장씨 부부는 뉴저지 출신이라서 눈이 왔을 때 입을 수 있는 두터운 것까지 포함해서 사시사철 의복이 다 있다. 이걸 싸서 왔다. 의료보험 5만원 전기요금 5만원 2대 휴대폰 요금 5만원 TV-인터넷-집 전화 5만원. 가스 및 난방용 10만원(여름)~20만원(겨울) 기타 잡비 15만원이다. 합계는 100만원(여름)~110만원(겨울)이다.

식비에는 텃밭에서 기르는 갖가지 채소를 넣으면 더 절약이 가능하다. 외식도 제주도는 3000~5000원 정도면 한끼를 맛있게 해결할 수 있다. 물론 소주까지 반주로 얹으면 둘이서 2만원도 나온다.

물론 이 100만원 계산에는 주거비가 들어가지 않는다.

만약 주거비를 넣어야 한다면 월 40만원 정도를 잡으면 된다. 한국에는 전세 월세 이외에도 지역마다 다르지만 '깔세'라는 것이 있다. 깔세는 매달 내야하는 월세액 만큼을 미리 1년치 내는 것이다. 굳이 따지자면 연세(?).

장씨 부부의 경우 처음 정착할 때에는 정착비로 1억1000만원을 썼다. 850만원짜리 경차를 포함한 액수인데 신제주에서 6.77마일(10.8km) 떨어진 버스 종점이 있는 외곽지역의 35평형 연립주택 중 한 유닛을 8000만원에 샀다. 부인은 1억 2000~3000만 원짜리를 원했지만 합의를 봐서 지금 있는 곳으로 결정했다. 가전제품의 경우 한국은 110볼트가 아닌 220볼트라서 미국에서 쓰던 가전제품은 모두 버리고 대부분 다시 샀다. 가전제품은 미국보다는 훨씬 비싸다고.

실제로 장씨 부부는 역이민 준비에 2개월이 채 걸리지 않았다. 장씨는 40일 걸렸다고 했다.

여기서 자녀는?

장씨의 제주도 새집 거실 벽에는 자녀 1남2녀와 함께 찍은 사진이 크게 걸려 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온 자녀는 이미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다니거나 인턴을 하고 있는 쌍둥이 딸과 아들이 있다. 이들은 뉴저지에서 3남매가 한집에서 잘 살고 있다.

"아이들 결혼이 문제일 수도 있죠. 하지만 다들 잘 알아서 할 것으로 봅니다. 미국에서 자란 아이들에게 부모의 역할이 있나요."

사실 자녀와 따로 떨어질 경우 은근히 걱정되는 것이 한국 내 신분문제일 수도 있다.

마침 장씨 부부 중 장씨는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고 부인은 미국 영주권이 있어서 부인이 영주권을 포기했다.

어차피 장씨는 F-4 비자와 함께 거소증을 받고 생활해야 하기 때문에 별 차이는 없지만 부인의 배우자로 한국의 의료보험이 저렴해질 수 있었다. 또한 외국인보다는 내국인이 이래저래 편리하다.

오프라인에서 따로 10명이 자발적으로 모여 모임을 할 정도로 그의 블로그가 시선을 끌면서 정보에 목마른 한인들이 이들을 찾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특히 이들은 상당수가 직접 제주도로 장씨를 찾아온다.

제주도에 1년을 살다 보니 은근히 영주 귀국한 미주 한인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장씨에게 매달 2~3개 가족이 연락을 해와서 만나 의견을 나누는데 1년이 됐으므로 최소 20~30가정은 역이민을 심각하게 고려하면서 현지 조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버지니아에서 온 어떤 부부는 30년이 넘게 미국에서 거주했는데 남편이 연방 국무부 소속 공무원이지만 부인이 우울증에 시달리는 탓에 역이민을 고려하고 있고 네브래스카에서 방문한 신사의 경우도 5년 내에 돌아올 것으로 작정하고 정보를 구하러 제주를 찾았다는 것이다.

또 어떤 부부는 영구 귀국한 지 9년이 된 부부가 있는데 한국서 30년 미국서 29년 그리고 돌아와서 9년을 살았다고 한다. 이들 부부는 한국이 참 편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장득용씨의 한달 생활비
식비 40만원
경차 운영비 15만원
의료보험 5만원
전기요금 5만원
휴대폰 요금 5만원
인터넷 & 집전화 5만원
난방비 10만~20만원
Total:100만~110만원


"50대 중반이면 욕심 버려야죠. 역이민 큰 기대 마세요"
부정부패 만연한 한국서 자녀 키우기 싫어 이민
정리해고된 후 재취업 어려워 고심 끝에 한국행
먹고 사는 것은 아직도 미국이 낫지 않나 싶어
미국 체류 자녀들 사업하게 되면 돌아와 거들 것


장씨를 만난 직후에는 97년 IMF직전에 미국행을 택했기 때문에 14년밖에 되지 않아서 그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국무부 공무원과 29년을 미국에서 거주했던 부부의 얘기를 듣고는 생각이 달라졌다.

재정적으로 좀 힘들어도 원래 살던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사는 것은 어땠느냐는 질문을 해봤다.

불과 14년 정도밖에 안됐지만 장씨는 대화가 안 되더라고 말했다. 옛날과 달리 한국 친구를 막상 만나보니 미국과 관심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래서 속 편한 제주도를 선택한 이유중 하나가 관심사가 상이해서였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미국선 항상 긴장하고 살잖아요. 그런데 한국은 마음이 참 편합니다. 정크 메일도 미국 같이 많이 오지 않죠."

미국에서는 관공서에서 오는 메일이 있을 경우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서 자녀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는데 한국선 그럴 필요가 없다. 이것은 이민 1세대들은 다 느끼는 공통점인 것 같다.

▶얼마나 가지고 와야 살만할까

장득용씨의 역이민에서 가장 궁금한 것은 누가 뭐래도 그의 재정 플랜이다. 가능하면 많은 돈을 갖고 한국행 비행기를 타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 역이민을 감행해서 1년째 제주도에 거주하고 있는 장득용씨의 플랜을 들여다 봤다.

장씨는 정착비용으로 10만달러를 사용했다. 여기에는 35평형 연립주택식 유닛 한 채를 구입한 것이 포함됐는데 이 유닛은 제주도 외곽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자동차는 2년된 경차로 모닝을 850만원에 샀다. 가구 인테리어 비용 등 모두 1억1천만원이 들었다.

장씨에 의하면 제주도 시내나 다른 지방은 집값이 20년 전에 비해서 5~10배나 올랐다.

제주시내의 경우 35평형 아파트가 2억 정도. 또한 자동차나 가전제품 같은 것은 미국에 비해서 무척 비싼 편이다. 그래서 영구귀국시 타던 차를 가지고 귀국하기도 한다고 장씨는 설명했다. 매달 들어가는 생활비는 1개월에 100만 원으로 계산해서 1년에 1만달러 정도를 쓸 계획이다.

장씨는 30만 달러를 미국에서 갖고 왔고 10만 달러를 집 사서 꾸미는데 썼고 나머지는 은행에 두고 있다. 앞으로 몇 년은 추가 소득이 없어도 더 버틸 수 있다.

문제는 미국에서 봤을때 한국에서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가정한데 있다. 장씨 부부는 제주도니까 밀감농장에서 부부가 일해 연 500~600만 원을 벌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실제로 하루를 일해보고 너무나 어려운 중노동임을 깨닫고 포기했다. 현재는 장씨가 평생 해온 일과 관련된 일을 찾고 있다. 만약 쉽지 않으면 식당일이나 주유소 일도 해볼 각오다.

현재 장씨가 미국에 가지고 있는 자산은 401K같은 은퇴 연금에 15만 달러 이상이 마련돼 있다. 빠르면 62세부터 소셜 시큐리티 연금을 받을 수 있지만 가급적 늦게 받을 계획이다.

장씨는 당연히 미국 대사관으로 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시민권자가 아니라도 한국과 미국은 사회보장연금 협정이 맺어져 있어서 미국과 한국에서 낸 연금을 한국의 국민연금공단에서 받을 수 있다.

영주권자의 경우도 외국에 나가면 6개월 이후엔 못 받는데 아시아에서 두 나라 일본과 한국만이 계속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

▶한국을 떠난 이유미국을 떠난 이유

이민과 역이민을 감행한 장씨 부부에게 한국을 떠난 이유를 물었다.

1997년 IMF가 터지기 직전 한국전력에 다녔던 장씨는 평소 한국의 부정부패가 너무 지나쳐서 아이들(1남2녀)을 계속 살게 해야 하나라는 고민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마침 친한 친구가 뉴저지에서 회사를 설립한 후 초청해서 단번에 영주권 스폰서를 서주는 바람에 쉽게 이민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그는 그 회사에서 13년을 일했다.

회사는 직원이 300명이 넘는 규모로 미 전국 여러 곳에 지사가 있을 정도로 규모가 있는 회사였다.

그런데 2008년 적자를 겪게 되자 경영자였던 친구가 물러나고 구조조정의 희생자가 됐다는 것이다.

"아이들 때문에 미국에 계속 있으려고 했습니다. 제 나이에 해고돼서 다른 회사에 취직한 고임금 엔지니어를 봤는데 보통 힘든 게 아니더군요. 막상 관둘땐 쉽게 새로 일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아이들을 뉴저지에 두고 처가가 있는 서부 부에나 파크의 월 1350달러짜리 아파트로 이주했다.

막상 서부로 와보니 동부보다 물가는 쌌지만 인건비가 절반 밖에 안됐고 경기도 더 안 좋았다고 장씨는 말했다. 사업을 한다고 나섰다가 8개월 만에 10만 달러를 날렸다.

다시 어떤 기술자를 따라서 나섰는데 300달러면 고칠 것을 통째로 바꿔서 3000달러를 부르는 것을 보고는 "이것도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런 즈음에 처형과 동서가 미국에 왔다가 "100만원 이면"이라는 말에 미국에야 아이들 보러 2~3년에 한번씩 가보면 되고 미 서부에 사나 한국에 사나 별 다를게 없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향후 계획

역이민자 장씨부부는 여러 가지 계획을 갖고 있다. 그중에는 자녀가 비즈니스를 시작하게 되면 미국에 돌아와서 함께 운영하는 것도 포함돼 있다.

이는 부모로서 자녀를 돌보는 연장선상에서의 계획이다. 장씨 부부의 제주도 역이민은 그래서 아직 진행형이다.

▶역이민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장씨의 블로그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중에서는 그를 비난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역이민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따로 물어봤다.

"일단 50대 중반이면 더 이상 욕심을 버려야 할 것 같아요. 현재까지 쌓아온 한도 내에서 지키며 살아야 할 나이입니다. 특히 한국에 역이민을 오면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먹고 사는 것은 아직도 미국이 낫다고 봅니다."

장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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