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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기획 현장르포] 유승림 기자, VA 애난데일 경찰 패트롤 동승기

"수상한 차 발견" 지원 요청하니
순식간에 경찰차 몰려
한시간 수색 끝에 대마초 찾아

어둠이 짙게 내린 지난 20일 밤 10시56분. 순찰차 무전기를 통해 경찰 지원 요청이 들려왔다. 위치는 알렉산드리아 그랜드마트 인근 한 아파트 단지. 순찰 중이던 경찰이 주차장에 세워진 차량에서 수상한 움직임을 발견, 지원을 요청한 것이다. 애난데일에서 236번 도로를 타고 현장으로 달려가는 동안 몇 대의 경찰차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원 요청을 듣자마자 순식간에 주변에 있던 경찰들이 몰려든 것이다.
 
주차장 안쪽 끝까지 들어가니 번쩍거리는 푸른 경광등이 눈에 들어왔다. 차량 두대를 여러대의 경찰차가 포위한 모습이었다. 조사등(spotlight)까지 켜놓아 대낮같이 밝은 빛 속으로 차안에 누운듯 늘어져있는 흑인들이 보였다. 옆에 세워진 또 다른 차량에 타고 있던 흑인들은 이미 수색을 받고 있는 상황. 그러나 이쪽에서 ‘쉬고 있던’ 3명의 일행은 구름떼 같이 몰려든 경찰을 보면서도 여유가 넘쳤다.

느긋하게 몸을 일으켜 차 밖으로 나오더니 순순히 몸수색에 응하는 모습이 ‘나는 잘못한 것 없어’라는 듯 했다. 몸 수색 과정에서 별다른 게 나오지 앉자 이번엔 차 문을 활짝 열고 안을 살피기 시작했다. 조사등에 손전등까지 동원해 샅샅이 뒤지기를 몇십분, 드디어 ‘걸렸다’. 두툼한 휴지 뭉치 아래 꽁꽁 숨겨둔 대마초, 맥주를 따라 마신 일회용 컵, 차 아래쪽 바닥에선 먹다 마신 술병이 발견됐다.

다양한 인종 사는 애난데일 사고 끊이지 않아

수색을 모두 마친 후 조서를 작성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거의 한시간. 쌀쌀한 밤 기온에 외투도 안 걸쳤지만 어느 한 명 추위에 떠는 경관은 없었다. 이들은 상황이 종료되자 동료들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던지고는 하나둘씩 차를 타고 흩어졌다.
 
이날 경찰 패트롤에 동승한 시각은 저녁 7시. 애난데일을 관할하는 페어팩스카운티 메이슨 디스트릭트 경찰서에 동행 취재를 요청, 한인 경찰 장현일 경관(32)과 일대를 순찰하기 시작했다. 평일, 게다가 화요일인데도 유난히 바빴다며 인사를 건넨 장 경관은 운전을 하면서도 운전대 오른쪽에 놓인 컴퓨터를 수시로 점검했다. 실시간으로 사건·사고 접수 및 처리 현황이 화면에 떴다. 대부분 얼마 지나지 않아 신고지에서 가까운 경찰이 현장으로 출동하는 것도 볼 수 있었다. 장 경관은 “일단 신고가 접수되면 무조건 가는 것이 페어팩스 경찰의 지론”이라고 말했다.
 
이날 처음 출동한 곳은 갤로우스 로드 선상에 위치한 NVA 정신건강 센터. 이곳에 있는 환자 한명이 임시로 센터에 더 머물게 하는 TDO(Temporary Detention Order) 서류를 갱신해주는 일이다. 현장에 가니 앞서 도착한 경찰이 혼자 움직이지 않고 장 경관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전에 환자가 폭력적인 성향을 보인 적이 있어 최대한 신중을 기하기 위해서다. 다행히 생각보다 간단히 일을 처리하고는 각자 자기 위치로 돌아갔다.
 
오후 8시. 애난데일 한복판으로 돌아가는 길에 자동차 등록 스티커가 만료된 차량을 적발했다. 쉴새없이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도 주변에 있는 차량의 번호판부터 외관, 운전자의 인상착의 등을 모두 파악하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장 경관은 “순찰중에는 늘 주변의 차량을 살피는게 일이고 자연스럽게 몸에 뱄다”고 말했다. 실제로 운전을 하면서도 틈틈이 오른손으로는 차량 번호판을 조회했다. 잠시 뒤엔 헤드라이트가 나간 차를 발견하고 금새 따라 붙었다. 하지만 번호판을 조회하고는 경고 조치만 한 후 보내줬다. 운전 기록이 좋은 모범 운전자라 경고로 끝낸 것이다.
 
장 경관에 따르면 인구가 100만명이 넘는 페어팩스카운티에서도 애난데일 지역은 신고가 많기로 유명한 곳이다. 한인은 물론 남미, 아프리카계 등 다양한 인종이 몰려사는 곳인 만큼 자잘한 사건 사고부터 강력 사건까지 ‘건수’가 많다는 설명이다.
 
하수도 파열, 무단 주차 등 큰 사건 없이 순찰을 돌기를 세시간 여. 10시18분을 갓 지난 시각 애난데일 세이프웨이 옆 아파트 단지 놀이터에서 신고가 들어왔다. 수상한 사람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하자 남미계 3명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공공 장소에서 술을 마시는 것은 불법, 게다가 한 명은 위조 신분증에 대마초까지 소지하고 있어 체포됐다. “저런 경우 거의 추방된다고 봐야죠. 위조 신분증은 불체자라는 뜻이니까요.”
 
밤 11시50분. 95번 고속도로에서 버지니아 주 경찰의 제지를 무시하고 북쪽으로 도주하는 차량이 있다는 디스패쳐(교환수)의 음성이 무전기를 타고 흘러나왔다. 7100번 도로 인근이라 약 5분 뒤면 애난데일 495번 도로까지 오는 상황. 무전을 듣자마자 속도를 높였다. 혹시 필요할 경우 추적에 합류하기 위해서다. 236도로를 타고 495번 고속도로 입구에 다다랐을 무렵 ‘아쉽게도’ 추적이 종료됐음이 확인됐다.
 
자정을 넘기자 도로는 눈에 띄게 한산해졌다. 장 경관은 “오늘밤은 유난히 조용한 날”이라면서도 여전히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긴장만으로는 안됩니다. 주변을 살피고 철저히 경계하는게 우리들 일이거든요. 단순한 교통 법규 위반자를 적발하더라도 항상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야 합니다.”
 미국은 총기 소지가 자유라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차량을 세운 후에는 일단 번호판을 조회해 운전기록, 전과 등을 확인한 후 천천히 운전석으로 다가간다.

대화 나누는 중에도
주변 차량 모두 파악
"역시 경찰" 감탄 절로
만취한 한국 방문객
돈 많아 범죄 표적이


장 경관은 몇달 전 오른손을 크게 베이는 상처를 입기도 했다며 흉터를 보여줬다.
 
새벽 1시를 향해 가는 시간. 콜럼비아 파이크를 따라 폴스처치 방향으로 진입한 순찰차가 갑자기 속도를 늦췄다. 비틀거리는 행인을 발견한 것이다. “저 분 술 좀 많이 드신 것 같은데….” 천천히 행인 옆에 따라붙으며 관찰하더니 곧 앞질러 가 왼쪽 편에 차를 세웠다.

잠깐 한눈파는 사이 이미 노상방뇨까지 저지른 취객이 풀숲에서 비척비척 걸어나왔다. 장 경관이 말을 걸자 취해서 혀가 꼬부라진 아시안 남성이 대답을 했다. 한국인이었다.
 
“아저씨, 왜 이렇게 술을 많이 드셨어요. 이렇게 취해서 돌아다니시면 위험해요.”
 
장 경관의 목소리에 안타까움이 담겼다. 애난데일에서 만취한 한인들이 남미계 강도의 표적이 되는 일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누가봐도 취한 모습이 역력했지만 이 남성은 혼자서 술 한잔 더하러 가는 길이었다며 한사코 ‘괜찮다’고 주장했다. 신분증과 소지품을 확인해보니 수백달러의 지폐가 나왔다. 한국에서 온 방문객이라 현금이 많고 밤거리를 혼자 돌아다니는 모습은 딱 범죄의 먹잇감이 되기 결국 밤새 안전을 위해 구치소로 데려가 보호하기로 했다.

장 경관은 “연말이면 특히나 과음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난다”며 “음주 운전은 본인도 위험하지만 도로 위의 모든 사람을 위협하는 행위다. 절대로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취객에 수갑을 채워 경찰차에 태우는 장 경관의 얼굴위로 씁쓸한 표정이 떠올랐다. 그렇게 ‘유난히도 조용한’ 밤이 깊어갔다.
 
유승림 기자 ysl1120@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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