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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의 즉문즉설] 청빈한 귀농의 삶 살고픈데 현실이…

Q. 저는 귀농을 꿈꾸고 있습니다. 공기 좋고 물 맑은 곳에서 자유롭게 구애받지 않고 서로 도와가며 더불어 살고 싶기 때문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마음을 비우고 재물에 욕심을 내지 않고 사는 청빈한 삶이 맞는 것 같긴 한데 현실은 괴리가 있습니다. 농사가 잘돼서 돈도 많이 벌고 싶고 남도 도와주면서 부농이 되고 싶습니다. 또 한편으론 농사를 짓다가 쫄딱 망하고 폐인이 되면 어쩌나 불안합니다. 또 장가를 못 갈 거 같아서 걱정도 됩니다.

A. 질문하신 분은 아직 귀농할 수준이 못 됩니다. 욕심이 너무 많아요. 돈도 많이 벌면서 내 맘대로 생활하고 싶고 공기 좋고 물 좋은 데 편히 살면서 남도 돕고 싶고 세상에서 좋다는 건 다 가지려고 하는 거잖아요. 거기다가 장가까지 가야 하고 말이지요.

사람이 욕심이 있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계속 이런 식으로 꿈을 꾸면서 살아가면 현실에 맞지 않는 공상가가 될 뿐입니다. 나중에 결혼해서 살면서도 늘 이렇게 현실에 적응 못 하고 이것저것 공상적으로 생활하면 결혼한 부인이나 아이들까지 고생시키게 되지요.

농사를 지으면서 새로운 농법을 개발해서 농업으로 성공한 사람이 되겠다고 할 때에는 심신이 편하게 산다든지 남을 돕는다든지 이런 것은 실제로는 할 수가 없어요. 일단은 성공하는 게 목적이니까 굉장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정말 밤잠 안 자고 노력하고 연구하고 실패하고 다시 또 해보고 또 실패하고 이겨내야 뭔가 새로운 것을 찾아내고 이른바 성공한 부농이 되는 겁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는 기업을 해서 성공하는 것보다 농업으로 성공할 확률이 훨씬 낮습니다. 우리나라 산업 중에 경쟁력이 제일 떨어지는 게 농업이고 앞으로 처해진 조건 또한 점점 더 불리합니다. 그 불리한 가운데서도 성공하겠다고 마음먹었으면 기업을 해서 성공하는 것보다 수십 배의 노력을 해야 하고 그러고도 성공할 확률이 더 낮은 어려운 일이란 얘깁니다. 그러니 농업을 선택할 때에는 실패할 확률이 많음을 알고 이 모든 걸 이겨낼 각오를 해야 되는 거지요.

그런데 지금 질문하신 분은 허황된 꿈같은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 수준이라면 아예 귀농할 생각을 접든지 꼭 귀농을 하겠다면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장가갈 생각도 내려놓고 부농이 되겠다는 생각도 내려놓고 일생을 바쳐서 우리나라 농업을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분야가 되도록 한번 만들어봐야겠다고 포부를 크게 가져야 합니다.

장가를 못 가도 좋고 평생 가난하게 살아도 좋으니 세상을 위해서 새로운 농법을 개발을 해서 이를 꼭 성공시키겠다는 한 가지 생각만 하고 가야 됩니다. 그저 밥 한 끼 먹는 것에 만족하면서 한적한 시골에 가서 남의 농사일부터 조금씩 해보면서 내 것을 가꾸어 갈 길을 모색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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