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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 마당] 비숍의 사시나무

안선혜 / 국제펜클럽 한국 본부회원

비숍에서,
골골 앓고 있는 사시나무 보았네

아프다는 말
단풍으로 포장해놓고 해거름 바람에
통곡하는 잎새 팔랑거리던 여름 날에도
오늘을 생각하며
시름에 젖어 울먹였다는 은사시나무



새들도 둥지를 떠나가고 혼자인 나목
다시 아름다워지기 위해
맨발로 얼음 강 건너야 할 저 여린 가지
입김 불어넣은 손으로 두 손 꼭 잡아주었으면
잿빛 구름에 가려진 햇볕이라도
등 두드려 주었으면

곧,
쏟아질 눈 폭탄 거듭나는 세례식이라 생각하며
눈물도 비치지 말라 했네
노랑 단풍잎 책갈피에 넣어 오래오래 널
기억 할거라는 메시지 남겨놓고
비숍을 떠나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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