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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비둘기처럼 다정한…

이수임(화가·브루클린)

‘콜록, 콜록콜록’ 밤새 기침하느라 잠을 설쳤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몸이 무겁다. 어릴 때부터 편도선 때문에 항상 골골했다. 그런데 나이가 드니 편도선도 있을 곳이 아니라며 내 몸에서 떠났는데 찬 바람이 부는 겨울이 시작되면 거르지 않고 기침 감기가 온다. 세끼를 집에서 해결하는 ‘삼식이’ 남편에게 밥상도 차려줘야 하는데 해소 기침소리를 내며 누워 있다. 머리에 흰 끈만 질끈 매면 영락없는 시할머니 모습이다.

돌아가신 친정 엄마가 꿈속에서 내 손을 잡아끌며 어론가 가자고 재촉했다. 눈을 뜨니 온몸이 땀에 흠뻑 젖었다. 죽음이 별거던가 이러다 죽는 거지. 히잡을 쓴 아랍 여인네 모습으로 온몸을 둘둘 휘감고 약을 사러 밖으로 나왔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뒤통수에서 파도가 밀려오는 듯 몸을 뒤흔들어 대니 눈앞이 어찔했다. 후줄근한 동네 카페에 앉아 핫초콜릿을 마셨다. 길 건너 건물 지붕 끝에 줄지어 앉아 추운 겨울을 날 비둘기들이 지금의 내 모습처럼 처량하고 스산하다. 서로 엉겨붙어 지나가는 젊고 건강한 남녀를 보니 기분이 묘하다.

시대의 돌림병인 양 몇몇 남편 친구들이 늙은 마누라와 이혼하고 젊은 여자들과 재혼했다. 그런데 내 남편은 늙은 나와 사느라 얼마나 지루하고 힘들까? 더군다나 해소 기침을 연중행사로 들어가며 살아야 하니 오죽할까? 여자인 나도 한 남자와 평생을 사는 게 힘든데. 표현하지 않아서 그렇지 아마 속으로는 골골 되는 마누라 팽개치고 싶은 마음도 들 것이다. 남편도 젊은 여자와 눈이 맞아 떠난다고 떼쓰면 어찌 막겠느냐만은…

젊고 예쁜 공주도 아닌 내가 남편이 약을 사다 줄 때까지 누워 있어야 하겠는가? 스스로 일어나 약을 사서 먹는 것이 당연하다. 약국을 향해 휘청거리며 걸었다. 평생을 같이 하던 편도선도 늙은 내가 싫다고 떠났는데 남편이 안 떠난다는 보장이 있을까? 사는 게 참 치사하고 서글프다. 늙은 여자가 젊은 여자 당할 재간 없고, 못생긴 여자가 예쁜 여자를, 약한 여자가 건강한 여자를, 그렇고 그런 여자가 잘나가는 여자 당할 수 없는 세상의 이치가 그러니 어쩌겠는가? 누구를 탓할 일이 아니다. 스스로 알아서 기어야지.

매운탕을 끓이고 가지나물에 김을 가지런히 썰어 밥상을 차렸다. “어찌 일어났어?” “이혼당하기 전에 정신 차려야지.” “이혼 같은 소리 하네.” 남편이 내 밥을 듬뿍 퍼주며 “많이 먹고 일어나야지.” “Thank 콜록 you~ 콜록콜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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