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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우드브릿지 포토맥 밀즈·알렉산드리아 랜드마크 몰…"더 빨리, 더 싸게, 더 많이", 광란의 블랙 프라이데이

경기침체 무풍지대…밤낮 바뀐 쇼핑몰 불야성
개점전 꼬리에 꼬리 문 인파 새벽 3시 ‘피크’
마니아들은 동틀 때까지 쇼핑몰 돌며 제품 구매

24일 밤 11시쯤. 우드브릿지의 포토맥 밀즈 아울렛 쇼핑몰 앞. 추수감사절 저녁 식사로 먹은 칠면조가 채 소화되기도 전부터 ‘세일’에 목말랐던 사람들이 ‘광란의 자정’ 블랙 프라이데이 쇼핑을 하기 위에 진을 치고 있었다.

블랙 프라이데이는 추수감사절 다음날로 연말 대목을 잡기 위한 소매업계가 대대적인 할인 공세를 퍼붓는 날이다. 40도대의 제법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매장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행렬은 주차장까지 길게 이어졌다. 문이 열리자 ‘와~!’하는 환호성과 함께 구름떼 같은 인파가 달려 들어갔다.

쇼핑몰안은 그야말로 불야성이 따로 없었다. 할인 상품을 판매하는 아울렛 매장에서의 반값 세일은 얇아진 주머니가 서러운 소비자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곳이기 때문이다. 일부 인기 매장은 입장부터 긴 줄이 늘어졌고, 계산대 앞 행렬은 두말 할 것도 없었다.

최고의 인기 매장은 한인들도 선호하는 핸드백 전문점 ‘코치’였다. 문이 열린지 얼마 되지 않아 순식간에 100미터가 넘는 줄이 매장 앞에 길게 늘어섰다. 매장안에 일정 인원이 채워지면 혼잡을 줄이기 위해 밖에서 대기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한명이 나오면 한명이 입장하는 시스템이라 시간이 지나도 줄은 줄어들 기미가 안보였다. 새벽 2시쯤 줄 앞쪽에 서 있는 한 여성에게 “얼마나 기다렸냐. 힘들지 않냐”고 물었더니 “30분 정도 기다렸는데 괜찮다. 이제 곧 내 차례라 다행”이라고 말했다. 가족과, 친구와 함께 줄을 서서 기다리는 한인들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이날 대부분의 의류 매장들은 기존 할인가에 추가로 40~60%를 더 할인해줬다. 아울렛 할인가가 대개 정가의 30~50%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결국 할인폭이75~80% 정도였던 셈이다.

그 예로 한 매장에서는 정가 75달러의 스웨터를 54.99달러로 세일, 여기에 추가로 50% 더 할인해 28달러에 판매했다. 철이 지나간 여름 옷은 ‘떨이’ 수준으로 정가의 10~20% 수준에 판매되기도 했다. 가격이 싼 만큼 계산대 마다 긴 줄이 늘어섰다.

 올해 대학에 입학한 이현선(18)양은 추수감사절 연휴를 맞아 집에 귀가했다가 친구들과 함께 블랙 프라이데이 자정 쇼핑에 나섰다. 이들 일행의 쇼핑 목적은 의류 구매. ‘애버크롬비 & 피치’, ‘H&M’, ‘홀리스터’ 등 몇몇 선호하는 매장들만 도는데 걸린 시간이 서너 시간을 훌쩍 넘겼다. 쇼핑객들이 몰리면서 옷을 고르고 입어 보고, 계산을 하기까지 평상시보다 훨씬 긴 시간이 걸린 탓이다. 이양은 “그래도 평소라면 비싸서 못 샀을 옷들을 몇벌 구입해서 뿌듯하다”며 좋아했다.

페어팩스에서 온 직장인 김진호(가명·29)씨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밤샘 할인 사냥에 나섰다고 했다. 25일 자정쯤 쇼핑몰에 도착해 새벽 3시 30분까지 발품을 판 끝에 겨울 옷을 싸게 장만했다고 자랑했다. 특히 “입고 싶었던 명품 브랜드의 스노보드복이 반값 이상 할인된 130달러 정도였다”며 “작년처럼 싸다는 느낌은 없지만 그래도 잘 온거 같다”고 만족해했다.
애난데일의 직장인 이민영(33)씨는 이날 난생 처음 블랙 프라이데이 쇼핑에 나섰다. 그는 한국의 가족들에게 보낼 선물을 고르러 나왔다며 “100달러 이상의 남성 스웨터를 51달러에, 200달러 상당의 여성 정장 바지를 38달러에 샀다”고 했다. 각 매장에서 이날 오전 10시 이전 등 ‘얼리 버드’ 쇼핑객들에게 제공하는 추가 할인 혜택이 쏠쏠했다고 덧붙였다.
새벽 3시를 넘기면서 쇼핑 인파는 점점 많아졌다. 아예 밤을 지샌 쇼핑객들은 물론 잠을 자고 일찌감치 집을 나선 쇼핑객들까지 가세했기 때문이다. 오가는 사람들과의 부딪힘을 피할 수 없을 때쯤 또 다른 ‘개점’ 현장을 찾아갔다. 이번엔 새벽 4시에 문을 여는 알렉산드리아 랜드막 쇼핑몰 내 시어스 백화점. 이곳에도 역시 새벽 단잠을 뿌리치고 쇼핑에 나선 사람들이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리며 줄을 서 있었다.
가장 인기 있는 코너는 무엇보다 전자제품 코너였다. 페어팩스에 거주하는 라이언 김(31)씨는 TV코너에서 미리 점 찍어 둔 삼성 스마트TV 42인치를 재빠르게 건질 수 있었다. 그는 “매장 문이 열리자 마자 갔는데도 이 모델은 딱 1대만 남아 있었다”며 “한 발만 늦었어도 사지 못했을 것”이라고 뿌듯해했다.
이어 “원래는 1000달러 이상인데 799달러에 샀으니 이번 쇼핑의 목적을 달성한 셈”이라며 덧붙였다. 반면 30대 직장인 제인 리(알렉산드리아 거주)씨는 “MP3플레이어를 비교해 보고 사고 싶었는데 이미 인기 있는 상품은 다 나가고 없었다”면서 “백화점에서 상품을 얼마나 준비했었는지 모르겠지만 비교는 커녕 구경도 못했다”고 울상을 지었다.
어느새 새벽을 지나 동이 터오는 시간. 오전 6시 매장을 나서는 순간에도 쇼핑 열기는 점점 더해갔다.
유승림·이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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