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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컬처] <1> 설치작가 홍범…우리의 기억과 상상력은 어디에서 오나

갤러리코리아 뉴욕-런던 작가 교류전에 '숨바꼭질2' 전시

‘세계 문화의 1번지’ 뉴욕엔 21세기를 이끌어갈 예술가들이 모인다. 문학·미술·음악·무용·건축 등 다양한 부문에서 우리의 오감을 자극시키고, 삶을 돌이켜보게 하는 작품들을 만나는 도시다. 문화계에서 주목할만한 예술가들과 그들의 작품세계를 만나는 ‘피플@컬처’를 시작한다.

“예술은 한 인간이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한 자기 인격의 반응을 기록하기 위해 자신을 표현하려는 욕망이다.” -에이미 로웰(시인, 1926년 퓰리처상 수상)-
미술가도 자신의 기억과 상상을 토대로 사회와 반응해 이미지를 만드는 예술가들이다. 그래서 작품은 그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이 관람객의 감성이나 지성을 움직이는 보편성을 띤다면 그는 행복한 작가일 것이다.

지난 16일부터 12월 16일까지 뉴욕한국문화원 내 갤러리코리아에서 열리고 있는 뉴욕-런던 작가 교류전(NyLon:London-New York Exchange Exhibition)에는 뉴욕의 설치작가 진 신씨와 홍범씨, 런던의 조각가 신미경씨와 미디어아티스트 박제성씨가 참가하고 있다.

‘통통∼통통통’ 리드미컬한 소리가 배경으로 깔리며, 구리파이프 구조물에 달린 여러 모티프들이 회전하면서 벽에 컬러풀한 이미지를 그리고 있다. 홍범씨의 설치작 ‘숨바꼭질 2(Hide & Seek II)’는 할러데이 시즌 갤러리코리아를 장식하는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숨바꼭질 2’은 단순한 설치조각&비디오 작품이 아니다. 창문 너머 어렴풋이 생각나는 ‘우리의 기억과 상상력은 도대체 무엇으로 이루어졌는지’를 묻고 있다.

-작품이 회전목마처럼 돌아가는 크리스마스 트리같다.

“나도 이 작품을 데코레이션처럼 생각한다. 이게 우리 마음의 구조이자 나의 추억과 상상력이 숨어서 사는 ‘방’이다.”

-동물, 식물, 캐릭터같은 모티프가 구리파이프에 매달려 돌아간다. 기억의 파편들인가, 잠재의식이나 판타지에서 뽑아내는 작가의 어휘(vocabulary)인가.

“수첩에 늘 그려왔던 그림들로, 내 어릴 적 추억과 결합된 캐릭터들이다. 군대의 악마같은 고참, 내가 공상을 좋아했는데, 수업시간에 나를 놀린 선생님, 중고등학교 때 암울했던 기억들 등 공간과 상황에서 나오는 캐릭터 등 다양하다.”

-작업하면서 잊고 있었던 기억들도 나오던가.

“내가 세발자전거를 타고 있고, 동생이 닭장에 몰래 들어갔다가 갇혔던 기억도 불쑥 나왔다. 어머니가 닭을 키우신 적이 있었다. ”

-놀이공원의 음악같은데.

“사실 미싱 돌아가는 소리다. 2008년 한국에서 패션회사 닥스에서 전시회를 할 때 천을 갖고 캐릭터를 만들어 송곡미술관에 매달아 패턴을 비디오로 만들어서 뿌렸다. 이것이 숨바꼭질의 시작이었다. 미싱 소리는 기억이 기록되는 것과 같처럼 흔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상처를 꿰맨다는 말도 있지 않나. 통통통통통∼”

(서울에서 2남 중 장남으로 태어난 홍씨는 초등학교 때 아버지 사업으로 자주 이사를 다녔다. 중곡동에서만 10번 이상 이사했고, 잠실 아파트를 거쳐 세곡동으로 정착할 때까지. 때문에 어린 시절 친구들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동생과의 추억이 제일 많다. 그래서일까. 첫 번째 작품의 소재가 집이었다. 자주 이사다니면서 기억에 남았던 집들을 스카치테이프로 만들고 거기에 야광 점을 찍어서 모빌처럼 떠돌아 다니고 어둠 속에서 빛나는 작품이었다.)

-공간이 중요한 화두인 것 같다.

“공간을 어떻게 인식하느냐가 작가로서 중요한 문제였다. 기억, 상상력, 지식, 추억과 어떻게 작용하는 지 관심이 많다. 어떤 장소에 가면 어떤 추억과 기억이 상기되고, 교감이 된다. 그러면 사진을 찍어서 하얀 점을 찍어서 후에 그림을 그린다. ‘숨바꼭질2’도 2년 전 어떤 일로 충격을 받아 시작한 것이었다.”

-어떤 일이 벌어졌나.

“이스트빌리지에 작업실을 구하러 갔다. 1800년대 지어졌지만, 현대식으로 개조해서 번쩍거리는 빌딩에 들어갔다. 렌트비가 비싸 놀라자 빌딩 수퍼가 씩 웃더니 ‘지하실로 가볼래?’하며 데려갔다. 겉으론 현대식 건물인데, 지하엔 100년 이상 묵은 나무 조각조각들이 건물을 탄탄히 받치고 있었다. 먼지가 뽀얗게 앉아있는 녹슨 구리 파이프들이 사방에 얽혀져서 있었다.

건물의 공력, 역사가 나타나고, 시간의 두께가 묻어났다. 내 마음 속에도 전달되거나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인 정보, 지식, 가치관이 나의 마음을 버티고 있겠다고 생각했다. 어디선가 온 파이프가 순환되고 있겠다고 생각했다. 당시 그 이미지가 내 마음 속에 들어왔다는 생각을 했다. 그걸 보면서 내 마음 속에 이런 게 있겠구나하고 생각했다.”

-작가로서의 깨달음이었나.

“전환점이었다고 생각한다. 초현실적이었지만, 너무 생생한 체험이었다. 나를 기다렸다는 듯이. 얼기설기 얽힌 구리 파이프를 보면서 여러 생각을 했다. 살아가면서 공간에 대한 나름대로의 꼼수, 아이디어의 연결점이 됐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이미지들이 산적해있었다. 그런데, 바로 작품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후로 1∼2주간 책만 읽었다. 가스통 바슐라르의 ‘공간의 시학’‘지하실과 다락방’등을 읽었다.”

-그 후 첫 작품은.

“해인아트프로젝트였다. 올 10월 해인사 팔만대장경 1000년 기념으로 성보박물관에서 비디오아티스트 빌 비올라, 김아타씨, 조덕현씨 등이 참가한 국제미술전에 파이프 드로잉을 전시했다. 검은 종이에 은색 펜으로 점으로 1년 정도 파이프를 그려서 계속 연결해 14미터가 됐다.”

-파이프가 계속 등장한다.

“상상력이나 추억의 이미지를 파이프 위에 그렸다. 꽃이 구리 파이프에서 자란다. 내 그림은 실험실처럼 씨를 뿌린 후 그것이 자라는 것을 관찰하는 그림이다.”

-다음 작업은.

“작품도 진화할 것이다. ‘숨바꼭질’은 유희적이지만, 다음엔 감정의 기복이 심해질 것 같다. 여행의 초입엔 모든 것이 아름답지만, 시간이 가면 추한 것도 보이지 않는가.”

☞◆홍범= 서울에서 태어나 홍익대 산업디자인학과 졸업 후 웹디자이너로 일했다. 캐나다 밴쿠버를 거쳐, 2001년 뉴욕으로 이주 스쿨오브비주얼아트(SVA)에서 컴퓨터아트로 석사학위를 받은 후 사진, 비디오, 미디어로 다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뉴욕, 서울, 베를린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영화잡지 ‘키노’ 사진기자 출신 박종호씨와 사이에 3남과 맨해튼에 살고 있다.

박숙희 문화전문기자 sukie@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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