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만의 리듬 찾아…뚝심의 영화"…USC서 특별 강연 임권택 감독
"동서양 이해 폭 넓히고
한국 소개할 수 있으니
영화 하길 정말 잘했다"
그가 LA를 방문했다. USC 한국학 연구소(소장 데이비드 강)와 아시아 소사이어티 코리아 센터가 미 주류사회에 한국 문화를 알리기 위해 기획한 특별 강연회를 위해서다.
16일 그의 강연이 열린 USC 타운 & 가운 홀에는 150여 명의 참석자가 모여들었다. '코리안 모던 시네마의 아버지'라 소개된 임 감독에게 '한 말씀'을 듣고자 모인 이들이었다. 임 감독은 천천히 그러나 확고한 목소리로 '한국적 영화'를 찍어 온 자신의 소신을 전했다.
"휴전 무렵부터 영화판에 뛰어 들었는데 당시엔 할리우드 영화에 깊이 빠져있던 상태였습니다. 낡은 촬영기법에 수준도 낮았고 10년 동안 50여 편을 찍어낼 만큼 여건이 형편없었지요. 문득 할리우드 영화의 아류작을 만드느니 한국만의 문화적 개성으로 해외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을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빠른 템포를 빼고 한국인만의 리듬을 찾아 유장함을 담으려 힘썼습니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새 몸에 밴 관습을 버리는 게 힘들었고 주제와 깊이는 있는데 재미와 관객은 없는 영화로 평가받으며 참담한 실패도 경험했다. 그래도 그의 뚝심은 변함이 없었다. 그 오랜 세월 끝에 나온 것이 '서편제' '춘향뎐'과 같은 역작이었다.
"예전엔 해외 영화제에 나가면 '임권택 영화는 아무리 노력해도 이해 안 되는 부분이 많다'고들 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임권택 영화를 통해 한국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참 오래 영화를 해왔지만 동서양의 이해 폭을 넓히고 한국을 전 세계에 소개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영화 하길 정말 잘했구나' 생각하곤 합니다."
그가 보는 오늘날 한국 영화의 위상과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조선시대와 식민치하 한국전쟁과 군부독재를 거치는 동안 한국 영화는 한 번도 허리를 펴지 못했습니다. 90년대부터 갑자기 자유를 얻으며 각종 시행착오를 거쳐 오늘날에 이른 것이죠. 전 한국영화는 여전히 '좋아지는 과정' 중에 있다고 봅니다. 앞으로도 한국 영화도 더 발전하리라는 희망적 미래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임감독은 "이제 그만 물러나라는 사람도 많지만 계속 영화를 해야겠단 생각 뿐"이라며 "다음 작품으로 정해진 것은 없지만 우리 문화를 영화에 담는 과정을 계속해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이경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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