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서류미비 학생 김은진 씨 "한인사회는 불체자 언급 금기시, 현실 인정해야"

조지아 대학평의회 공개증언 "나의 아메리칸 드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고립된 서류미비 한인학생, 기댈 어깨 되고 싶다"

한인 학생이 서류미비 학생 대표로 조지아주 대학 평의회 청문회에 출석, 공개증언해 눈길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조지아주 서류미비 학생동맹(GUYA)에서 유일한 한인회원인 김은진(20·미국명 키시·사진) 씨. 김씨는 청문회 전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서류미비 이민자 문제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언제 애틀랜타에 왔나.

"8살 때였다. 부모님이 "미국에 여행가자"고 했다. 내가 알고 있는 미국은 디즈니월드와 자유의 여신상 뿐이었다. 영어도 몰랐다. 친구들에게 "미국으로 놀러와"라고 말하고 헤어졌다. 그 후 한번도 한국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언제 자신이 서류미비자인줄 알았나

"중학교 때였다. 친구들과 여행을 떠나려는데, 여행자 보험가입에 사용할 소셜 시큐리티 넘버가 필요했다. 나는 그 8자리 숫자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체류신분 문제와 관련 친구와 학교의 도움을 받았나.

"학교에서 신분문제로 차별받은 적은 없지만, 솔직히 내 사정을 이야기할 사람이 없었다. 내가 서류미비자임을 난생 처음 고백한 사람은 바로 고등학교 카운슬러였다. 그는 체류신분이 안돼도 대학에 입학해 학자금 대출을 받을수 있을것이라고 나를 위로했다. 그러나 그는 잘못 알고 있었다."

-대학 입학시 어떤 일을 겪었나.

"2009년 라즈웰의 한 고교를 졸업하고, 조지아의 한 대학에 합격 통보를 받았다. 오리엔테이션도 받았다. 그런데 등록 과정에서 학교측이 내 신분 때문에 제동을 걸었다. 학교측은 내가 누구인지 서류상 규정할수 없다고 했다. 미국 시민도 아니고, 그렇다고 외국 학생도 아니라는 것이다. 난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이다."

-상실감이 컸을 것 같다.

"한동안 우울증에 빠졌다. 무엇보다 같이 이야기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미국 친구는 물론, 같은 한인 학생에게도 내 신분문제 때문에 대학에 못간다고 말할수 없었다. 모든 세상이 날 싫어한다는 느낌이었다. 마치 천국에도 지옥에도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연옥에 머무는 존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처지 한인학생은 없었나.

"한인사회에선 불체 문제를 꺼내는 것 자체가 금기다. 한국사람을 만날 때마다 내 신분이 드러날까 무서웠다. 그러나 현실은 한인 불체자 인구가 17만명에 달한다. 서류미비 청소년은 우리 주위에도 분명히 있다. 그들도 나처럼 혼자서 울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학생운동에 참여한 동기인가.

"지난 5월 조지아 서류미비 학생동맹의 존재를 처음 알았다. 대부분이 히스패닉 학생이었다. 난생 처음으로 그들에게 내 심정을 밝혔다. 그들은 내 이야기를 조용히 들어주고 나를 안아줬다. 누군가 날 이해해준다는 생각이 들었고, 더이상 숨어있으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이름을 밝히고 나서기로 했다."

-부모는 반대하지 않았나.

"부모님은 많이 걱정하셨다. 너희를 미국에 데려온 것이 잘못된 결정이었는지도 모르겠구나,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너는 성인이고, 하고싶은 것이 있다면 하라고 했다. 다만 너의 본분은 공부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했다. 부모님은 그동안 나를 위해 엄청난 희생을 하셨다. 그 희생을 헛되이 하고 싶지 않다."

-서류미비자들은 '불법체류자'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가장 먼저 불체자(Illegal)이라는 단어부터 없애야 한다. 불체자라는 단어는 사람을 비인간적으로 만들고 타자화한다. 우리는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며 세금도 낸다. 사회에 기여하고 있으며 흉악범죄를 저지른 적도 없다. 이곳은 내가 자란 곳이고 나의 집이다. 그러나 상당수 사람들은 우리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나쁜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잊혀지고 있다. 잊혀지지 않기 위해서 나선 것이다."

-왜 사람들이 서류미비자를 싫어한다고 생각하나.

"역사는 반복된다. 경제가 좋을 때는 값싼 노동력 필요해서 이민자를 데려오고, 경제가 어려워지자 가장 밑바닥에 있는 사람을 괴롭히는 법이다. 그리고 우리가 표적이 된 것은 우리가 아무말도 못하고 약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서기로 결심했다."
-남부의 정치적 분위기는 서류미비자에게 호의적이 아니다.

"남부에는 강력한 이민자 커뮤니티가 없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 이민자들은 자신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일어섰고, 뭉쳐서 드림법안을 통과시켰다. 조지아주도 그래서는 안된다. 먼저 조지아주 반이민법(HB87)을 없애고, 조지아 주립대의 서류미비 학생 입학금지 법안을 폐지해야 한다.

-장차 계획은.

"나의 아메리칸 드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음 목표는 조지아 드림법안을 만드는 것이다. 나는 그날을 기다리며 공부를 결코 포기한 적이 없다. SAT점수도 이미 받아놓았다. 언제나 도서관이나 커피숍에서 공부한다. 장차 변호사가 되는 것이 나의 꿈이다."

-같은 처지 한인 학생들에게 하고싶은 말은.

"나는 백만장자도 아니고 넉넉하지도 않다. 하지만 나는 언제나 여기 있고, 당신 이야기를 들어줄수 있다. 그리고 내 이야기를 들려줄수도 있다. 대학을 졸업하건 못하건, 누구나 힘든 시절을 겪을수도 있다고 말이다.. 그리고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김은진 씨 연락처 keish.kim@gmail.com


이종원 기자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