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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 마라톤에 도전한 제니퍼 고<바이올리니스트>…거장도 겁내는 무반주 솔로곡 3시간 연주

"콘서트에 35년 생애 바친 것 같은 느낌"

현대음악의 최전선에서 생존해있는 작곡가들의 곡을 연주해온 바이올리니스트 제니퍼 고(35). 그가 음악의 아버지 요한 세바스찬 바흐에 도전했다. 제니퍼 고는 지난 달 23일 맨해튼 미문예아카데미에서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6곡 전곡을 연주하는 리사이틀을 열었다. 고씨는 반주자는 물론 악보도 없이 3시간(인터미션 30분) 마라톤으로 연주했다.

‘바이올린의 성서’로 불리우는 이 곡은 바이올리니스트라면 누구나 선망하지만, 완벽한 기교와 심오한 해석, 지성과 열정이 요구되는 부담스러운 작품이다. 이 곡은 바흐가 1720년경 완성했으며, 고씨가 연주하는 바이올린은 1727년 제작된 엑스 그뤼미오 엑스 제너랄 뒤퐁 스트라디바리다. 뉴욕타임스는 고씨의 ‘바흐 마라톤’ 전후로 대서특필하며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뉴욕타임스의 음악비평가 안소니 토마시니는 “그녀는 연주 중 가녀린 샤콘느를 심도있게 표현적으로 해석했다…열광적인 박수는 그토록 열정적이어서 자신의 연주에 몰두한 고씨는 눈물을 닦아냈다”고 평했다.

기도책과도 같은 작품

-반주자 없이 연주하는데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창의적인 측면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



“솔로 바흐를 연주하는 것은 정신적, 영적, 또한 육체적으로 얼마나 집중할 수 있는가를 진짜 시험하는 것이다. 난 연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음악 안에 절대적으로 현존하며 그 음악의 음표 하나하나에 완전하게 살수 있어야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파르티타 제 2번은 ‘샤콘느’로 불리우는 긴 악장으로 끝난다. 청중의 반응은 각별히 열광적이었는데.

“샤콘느는 전 사이클의 중심이라고 생각한다. 난 이 곡을 청중과 소통하려고 노력했다. 솔직히 말해서 샤콘느의 마지막 음표 연주가 끝나자마자, 내 마음은 벌써 다음 곡인 다장조 소나타의 첫 악장에 가있어서 청중의 반응을 용의주도하게 관찰할 수는 없었다. 이 부분을 말해줘서 고맙다!”

-바흐 솔로곡은 ‘기도문’처럼 알려져있다. 종교적으로 음악에 접근했는지.

“바흐의 바이올린 전곡은 기도책과도 같다고 생각한다. 난 연관성을 볼 수 있고, 이 음악에 전생애가 요약되어 있다고 본다. 그건 인간성을 받아들이면서도 신의 초월성을 찾으려 고군분투하며, 삶에서 환희를 발견하는 무척 인간적인 여정이다.”

-연주 중과 연주 끝에 어떤 느낌이 왔나.

“연주하고 있을 땐 음악에 완전히 집중해있었고, 연주 끝에는 정말 감정이 복받쳤다. 마치 그 콘서트에 내 전 생애를 살았던 것처럼 느껴졌다.”

-존 아담스, 루 해리슨, 제니퍼 히그돈, 엘리엇 카터, 존 조언, 그리고 필립 글래스까지 주로 생존해있는 현대 작곡가들의 신곡을 연주해왔는데 바흐 마라톤은 의외였다.

“난 훌륭한 작곡가들과 함께 작업하는 것이 기쁘고도 영광스럽다. 난 음악이란 생생하고, 호흡하는 유기체라고 생각하며, 우리 시대 음악을 연주하는 것은 위대한 음악을 연주하고 싶은 자연스러운 부분이라고 믿는다. 난 300여년 전에 쓰여진 바흐의 음악에 여전히 완전하게 감명받으며, 아직도 무척 즉각적이며, 본능적으로 우리에게 말을 건다. 결국, 어제 쓰여졌던, 300년 전에 쓰여졌던 간에 내가 음악에 접근하는 방법은 같다. 내가 뮤지션으로서 사랑하는 것은 내 자신을 음악의 일부가 될 때까지 음악 속에 빠져서 나와 내가 연주하는 곡이 합일되도록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한미 영부인들 앞에 서다

제니퍼 고는 ‘바흐 마라톤’에 열흘 앞선 10월 13일 버지니아의 애넌데일 고교를 방문한 김윤옥 여사와 미셸 오바마 앞에서 활을 들었다. 여기서 고씨는 외젠느 이자이(Eugene Ysaye)의 곡을 연주했다.

이날 미셸 오바마는 제니퍼 고의 삶을 ‘완벽한 예’로 들면서 연설했다. “제니퍼 고는 어렸을 때 부모가 스케이팅, 수영, 발레, 리듬 체조 등 안시켜본 것이 없었다.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것은 별로였다. 그러나 제니퍼는 계속 탐험하면서 가장 좋아하는 것이 바이올린이라는 걸 발견했다. 오랜 시간 동안 연습을 하고, 교수들과 가까이서 공부하면서 이제 세계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 중의 하나가 됐다”고. 이어서 “이명박 대통령이나, 오바마 대통령, 그리고 제니퍼 고나 이렇게 성공을 이룬 모든 이들은 열정, 인내심과 열심히 일했다는 것이 공통점”이라고 강조했다.

-김윤옥 여사와 미셸 오바마 여사 앞에서 연주했다. 바흐 콘서트와 다른 기분이었을텐데.

”한국의 대통령과 영부인을 환영하는 행사의 한 부분이 되어 놀라운 경험이었으며, 나로서는 무척 기뻤고 영광스러웠다. 또한 미셸 오바마 여사가 내 인생에 대한 연설을 해서 정말 황홀했다!“

-다음 계획은.

”11월 25∼27일 크리스토프 에셴바흐가 지휘하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브루크의 콘체르토를 협연한다. 그리고, 12월엔 세인트루이스심포니와 비발디의 ‘4계’를 연주한다. 내년 3월 30일엔 서울에서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와 브람스의 바이올린 콘체르토를 협연할 예정이다!“


☞ ◆제니퍼 고

시카고 인근 글렌엘린에서 태어나 오벌린칼리지 영문과와 커티스음대를 졸업했다. 11세에 시카고심포니와 ‘파가니니 콘체르토’를 협연하며 데뷔했으며, 94년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러시아 출신 아나스타샤 체보타레바와 금메달 없는 공동 은메달을 수상했다. 한국계 바이올린 연주자로서는 최고의 기록이다.

2009년 피아니스트 레이코 우치다와 녹음한 ‘스트링 포에틱(String Poetic)’으로 그래미상 최우수 체임버연주 부문 후보에 올랐다. 피아니스트 벤자민 호크만과 결혼, 종종 함께 연주를 하고 있다.

박숙희 문화전문기자 sukie@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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