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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삯꾼 이야기] 나는 삯꾼 입니다

장호준/목사·유콘스토어스한인교회

어느덧 목사라는 이름을 얻은지도 스무해가 훌쩍 지나 서른해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노인들과 아이들만 남아있는 시골교회에서 모 심고 피 뽑으며 지냈던 시간들 동남아시아의 정글 속에서 진흙색깔처럼 발바닥이 빨간 아이들과 뒹굴며 보냈던 순간들 그리고 마약 중독자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보낸 시간들을 떠돌다가 미국에 온지도 십여년이 넘었습니다.

미국에 오자마자 교회라는 것을 시작 했습니다. 한 사람 두 사람 모이던 교회가 어느새 오십명 육십명으로 늘어나는 것을 보고 내심 내가 잘난 줄 알았지만 결국 오래 지나지 않아서 사람들의 모인 목적과 사람들을 모은 목적이 같지 않다는 것이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모였던 사람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 버렸습니다. 교회 목사 목회라고 하는 것에 대한 회의를 느껴야만 했던 시기였습니다.

당시 내 기도는 오로지 한 가지로만 집중되어있었습니다.



"하나님 저는 준비가 다 되어있습니다. 내 양을 주십시오!"

"양을 먹이라고 양을 돌보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하나님!"

"도대체 왜 내 양을 안 주십니까?"

"양을 치든 먹이든 일단 내 양을 줘야 뭐든 할꺼 아닙니까?"

"양 줘요!"

그러면서 베드로에게 말 했다는 예수의 말을 되뇌이곤 하였습니다.

"내 양을 먹이라!"

예수는 베드로에게 '내 양을 먹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맞습니다. '내 양을 먹이라'라고 했습니다. 분명 예수는 베드로에게 '내 양을 먹이라'고 말 했다고 복음서에 쓰여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곳에서도 예수가 베드로이든 아니면 다른 어떤 누구에게라도 '네 양을 먹이라'라고 말했다고 기록 된 것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나는 늘 '내 양'을 달라고 졸라댔었고 왜 '내 양'을 주지 않느냐고 투덜거리고 있었습니다.

'내 양'은 없습니다. 처음부터 없었습니다. 다만 하나님의 양일 뿐입니다. 그러니 양도 없는 내가 목자일 수는 더 더욱 없는 것입니다. 다만 예수의 양을 먹이고 치며 돌보는 예수로 부터 삯을 받고 일하는 삯꾼일 뿐인 것입니다. 그럼에도 내가 무슨 양들의 주인이나 되는 듯 목자라도 되는 것 처럼 '내 양' 타령이나 하고 있었으니 하나님 보시기에 얼마나 한심 스러우셨을까 하는 생각을 지금도 합니다.

삯꾼은 삯을 받고 일하는 사람입니다. 삯꾼은 삯을 받은 만큼 일하는 것 뿐입니다. 어떤 사람은 한 시간에 25달러를 받고 일하는 목수 삯꾼이며 어떤 사람은 한시간에 65달러를 받고 일하는 배관공 삯꾼이고 나는 한 시간에 16.85달러를 받고 일하는 스쿨버스 삯꾼입니다. 해서 삯을 받은 만큼 만 일하는 것 뿐입니다. 삯을 받은 것보다 더 많은 일을 하면 손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가하면 삯을 받고 그 삯만큼 일하지 못한다면 삯을 준 사람은 그 삯꾼을 내 쫓고 말 것입니다.

나는 삯꾼입니다. 내가 믿는 하나님으로부터 삯을 받은 또한 지금도 받고있는 하나님의 삯꾼일 뿐입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내게 지불하신 삯은 그저 생명일 뿐입니다. 해서 나는 생명을 삯으로 받은 만큼 만 일을 하는 것입니다. 나는 삯꾼입니다.

◆삯꾼이야기는

한국 민주화의 상징인 고 장준하 선생의 막내아들 장호준 목사가 꾸미는 칼럼입니다. 장 목사는 아내와 함께 99년부터 코네티컷주 맨스필드라는 시골동네서 살고 있습니다. 평일에는 스쿨버스 운전사로 일하고 주말에는 목사로 설교하고 있습니다. 목회자 장호준은 소탈합니다. 소아암 환자를 돕기 위해 머리를 길러 기부하고 교회에서 사례비로 400달러만 받습니다. 장 목사의 글을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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