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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규하는 한인노인들 "양로보건센터가 효자인데…"

어느 알츠하이머 한인 노부부의 애끓는 사연

가주 정부예산삭감 따라
하루 70달러 지원금 끊겨
물리치료·정신상담 등
무료 서비스 받을 수 없어


"띠리리링."

알람시계가 오전 6시를 알렸다.

한효주(70.가명.위티어) 할머니의 하루는 매일 어김없이 같은 시각에 시작된다. 알츠하이머 증세에 시달리는 남편을 데리고 LA지역 양로보건센터에 가려면 부지런히 움직일 수밖에 없다.

또 남편의 증세가 심해지면 밤에 자다말고 갑자기 밖으로 나가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할머니는 밤새 선잠을 자야한다. 그러다 보니 체력적으로 힘에 부친다.

옷을 입혀주는데만도 보통 20분 가량 걸린다. 양말을 신기다 발로 차인적도 여러번이다.

한 할머니의 남편이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것은 2년전이다. 어느순간 부터 가족들의 얼굴을 조금씩 알아보지 못하고 밖에 나오면 왜 외출을 했는지 잊어먹기 시작했다.

"여기가 어디죠? 당신은 누구시죠?." 이제는 남편에게 가장 자주 듣는 질문이다.

증세가 심해진 남편을 혼자서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전문가의 도움도 필요했고 본인도 조금이라도 쉴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했다.

지난 4월부터 이용하기 시작한 양로보건센터는 그런 한씨 부부에게 있어 '제2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요즘 한 할머니는 양로보건센터에 가면 오전 시간에는 한결 마음을 놓을 수 있다.

양로보건센터에서 한씨 부부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는 매우 다양하다.

우선 양로보건센터에 오면 죽 샐러드 과일 우유 등으로 알차게 꾸며진 아침 식사가 제공된다. 또 양로보건센터 직원들이 신문을 직접 읽어주고 방송 뉴스를 틀어 갖가지 소식을 알려준다.

또 맨손체조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게임과 준비된 프로그램으로 노인들의 정신과 몸이 굳지 않도록 돕는다.

한효주 할머니는 "양로보건센터에 가면 정성스럽게 남편을 돌봐주는 간호사도 있고 영양사를 통해 아침과 점심식사까지 제공해주기 때문에 나로서는 한숨 돌릴 수 있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한 할머니는 남편이 양로보건센터에 다니면서 상태가 조금 나아져서 그런지 아주 가끔씩 "부인 맞지요? 옆에 있어줘서 정말 고마워요."라고 말하면 그 말 한마디가 하루를 살아가게 하는 기쁨이 된다.

하지만 요즘 한 할머니는 걱정이 태산이다.

당장 내달 1일부터 알츠하이머에 걸린 남편을 24시간 직접 돌봐야 하기 때문이다. 주정부가 예산부족의 이유로 양로보건센터에 지원하던 지원금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한씨 부부가 느끼는 부담감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제는 주정부가 지원하던 케어비용(1일 70달러가량)을 한씨 부부가 직접 부담하지 않으면 서비스를 받을 수 없게 된다. 한씨 부부의 한 달 수입은 정부로부터 받는 생활보조금(SSI)인 1400여 달러가 전부. 더 큰 돈이 들어가는 너싱홈이나 양로병원을 갈만한 경제적 여유도 없다.

한 할머니는 "자녀도 먼 곳에서 일을 하고 있어서 남편을 돌봐야 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는데 주정부 마저 지원을 끊는다면 어찌 살란 말이냐"며 "우리 부부가 다니는 양로보건센터에서만 200여 명의 독거 노인들이 있는데 서비스가 중단되면 힘없고 아픈 노인들은 당장 타격을 입게 된다"고 하소연했다.

한 할머니는 "나이가 들게 되면 남의 도움 없이는 하지 못하는 일들이 너무나 많은데 의료서비스부터 통역까지 모든 것을 양로보건센터에서 원스톱 서비스로 받을 수 있다"며 "양로보건센터를 이용하지 말라는 것은 힘없고 아픈 노인들에게 남은 생을 빨리 마감하라는 말 밖에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오후 1시는 한씨 부부가 양로보건센터에서의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남편의 손을 잡은 채 힘겹게 자동차로 걸어가는 한 할머니에게 "도와드릴까요"라고 물었다.

할머니는 "앞으로 참 막막하네. 그래도 내 남편 내가 돌봐야지 누가 지키겠어"라고 담담히 말했다. 하지만 할머니의 눈가에는 어느새 눈물이 맺혀 있었다.

장열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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