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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한식당 잔반 고치자-상] 반찬 무제한 리필이 되레 한식 세계화 발목

한식의 가장 큰 매력이었던 푸짐한 인심이 이제 한식 세계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

5~6달러대의 저렴한 김치찌개만 시켜도 4~5개의 반찬이 따라나오는 것이 한식. 거기에 ‘프리 리필(Free Refill)’, 손님이 원하면 반찬을 무제한 제공하는 것이 한식이 가진 인심이다.

하지만 이러한 인심이 이제는 경쟁력을 갖추고 타인종 시장으로의 진출을 시작한 한식의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요즘처럼 식품 재료비가 상승한 시점에서 반찬비는 한식당 운영에 큰 비용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한식당들이 메뉴 개발이나 서비스 개선에 투자가 줄어 들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환경차원에서도 한식의 음식 낭비는 개선되야할 부분이다.

지난 5월 한식 강의를 위해 LA한인타운을 찾았던 한국전통음식연구소 윤숙자 소장은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한식 싸구려 음식이라는 이미지를 줘서는 안되며 이를 위해 한식당의 무료 리필 문화는 사라져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또 윤 소장은 “해외에 있는 많은 한식당과 비교해 LA는 한식 가격이 저렴한 것은 물론 음식이 푸짐해 음식 낭비도 심각하다”며 LA에 있는 한식당이 개선돼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한식의 잔반 문제와 관련 LA한인타운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한식당들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짚어봤다.

◆하루에만 200갤론

11월 1일 오후 7시 한인타운 내 한식당 박대감에는 손님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삼삼오오 테이블에서 앉아 저녁식사에 여념이 없다. 종업원들은 커다란 트레이에 반찬을 잔뜩 얹어 테이블로 분주히 나른다.

이날에 반찬은 김치 잡채 브로콜리 미역무침 숙주나물무침 등 8가지 반찬에 바비큐 메뉴일 경우 상추 파저리 양배추 샐러드까지 총 11가지의 사이드 음식이 따라 나갔다. 8가지 반찬의 세트는 하루 저녁 평균 100세트에서 최대 200세트가 나간다. 반찬 하나하나 세어보면 800~1600개의 반찬이 담겨 손님 테이블로 나간다는 계산이다.

오후 8시 고객들이 하나둘씩 빠져나간 자리. 3명이 바비큐를 구워먹던 한 테이블 위를 살펴보니 반찬은 70% 이상이 그대로다. 식사 후 테이블 위에 있는 반찬들은 적게는 30% 많게는 70%까지도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식당 주방에 있는 44갤론 부피의 쓰레기 통은 이미 가득하게 차 있다.

박대감 식당의 방지원 매니저는 "주중과 주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평균적으로 하루 저녁에만 4~5통의 음식 쓰레기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하루 170~220갤론 한 달이면 5000~6000 갤론의 음식 쓰레기가 한 식당에서 배출되는 것이다.

서부한식세계추진위원회 조병덕 회장은 "LA는 특히 다른 지역이나 나라에 비해 음식이 푸짐하면서도 저렴한 편"이라며 "재료비가 다른 지역에 비해 저렴하다는 이점이 있겠지만 그로 인해 낭비되는 음식쓰레기가 너무 많다. 낭비되는 면을 개선하면 메뉴와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LA는 고기도 무제한 반찬도 무제한

LA한인타운이 타인종들에게 유명세를 타고 있는 요소 중 하나는 바로 무제한. 고기 무제한 집이 속속 생기면서 타인종들이 한식 바비큐를 즐기고 있다. 하지만 한식을 맛보며 놀라는 것은 고기 뿐 아니라 반찬도 무제한 된다는 것이다.

한식당의 반찬은 양날의 칼이다. 김치를 기본으로 나물 젓갈 조림류 김이나 멸치 볶음 등의 마른 반찬류까지 수도 없이 다양한 반찬들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은 한식의 장점이다. 하지만 고객들을 위한 반찬 수를 늘리고 무료 리필을 함으로써 재료비가 상승하게 되면 한식당 업주들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식당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의 식당에서의 반찬 재료비가 음식값에서 차지하는 비용은 30% 정도다.

한 업주는 "타인종 고객들이 이를 지나치게 이용하기도 한다. 한 타인종 고객은 4세트를 다시 리필한 적도 있다"며 "아무리 무료 리필이지만 도에 지나칠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한식당 박대감을 운영하고 있는 제니 김 사장은 "어떤 타인종 고객은 '한식은 다 무제한인데 왜 너희는 무제한이 아니냐'고 항의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한식은 건강에도 좋지만 정성이 많이 들어간 음식인데 너무 싸구려 음식 취급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결국 음식 낭비는 장기적으로 소비자들에게 부담이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수연 기자 syeo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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