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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져주는 이해' 가 해결책…성인 자녀와 경제적 독립놓고 갈등 많아

"왜 구직노력 안하냐" 야단치기 보다
"불경기속 경쟁 치열해져" 이해해야

“너 언제나 엄마 아빠로부터 독립할래?” “35살쯤 하면 안될까요?” 한인 주부 황씨는 최근 스물다섯 살인 아들에게 생활비 지원을 끊어도 되는 나이를 물었다. 아들은 전문대학원에 진학할 계획이라며 완전한 경제적 독립은 10년쯤 후에나 가능할 것 같고 답했다.

또 다른 주부 최씨의 사례도 황씨와 크게 다르지 않다. 최씨의 딸은 5년 전 한 대학교 건축학과에 입학했다. 그러나 최씨의 딸은 4학년이 되자, 학교를 휴학하고 무용을 공부해 최근 아예 다른 대학 무용과에 신입생으로 입학했다.

예전 같으면 직장을 다니거나 구직에 바쁠 나이이지만, 최씨의 딸은 최소한 앞으로도 4년 가까이 더 재정적으로 부모 신세를 져야 할 형편이다. 최씨는 “취직 자체도 불투명하지만, 본인이 정말 하고 싶은 공부를 하겠다는데 말리기도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성년이 된 자녀를 둔 부모들 가운데 최근 들어 자녀의 독립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세계적인 경제 침체라는 시대적 상황과 기성 세대들과는 다른 신세대들의 의식이 맞물린 결과이다. 기성 세대들은 과거 부모로부터 하루라도 빨리 독립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때문에 요즘처럼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라면 더욱 악착같이 취업에 매진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요즘 성년 층에 진입하는 젊은 세대들은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좋게 보면, 인생을 좀 길게 또 느긋하게 보는 신세대들이 많다. 하지만 나쁘게 말하면, 독립이 충분히 가능한 나이인데도 부모의 신세를 지는 걸 마다하지 않는 성향을 보이고 있다.

부모와 성년 자녀 사이의 갈등으로 집안이 편치 않은 가정의 경우, 자녀의 경제적 자립 문제가 갈등의 불씨인 경우가 많다. 한번 더 파고들어가면 이런 갈등의 밑바닥에는 부모와 자녀간의 의식 혹은 사고방식의 차이가 깔려 있다. 취업하지 않은 20대 후반의 아들을 둔 한 한인 남성은 “요즘 경제 상황에서 직장을 잡기가 쉽지 않다는 점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정작 아들이 미운 건 직장을 구하기 위해 별달리 노력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자녀와 부모 사이의 갈등과 관련, 부모가 먼저 사고의 틀을 바꾸는 게 갈등 해결에 한층 효과적이라고 지적한다. 한 전문가는 “일자리를 찾기 위해 내 자식뿐만 아니라, 남의 자식들도 다 똑같이 악착같이 나선다고 가정하면 실제로 상황은 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신세대 대부분이 기성 세대처럼 치열하게 구직에 나선다고 해서 제한된 숫자의 일자리가 늘어날 리는 없다는 것이다. 경쟁만 치열해질 뿐 결과는 크게 변하지 않을 거라는 설명이다.

젊은 세대들은 오히려 기성 세대들보다 사회의 변화상에 좀 더 현명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보는 학자들도 있다. 한 사회학자는 “최근의 ‘반 월가 시위’나 한국의 서울 시장 선거 등은 젊은 세대들이 시대의 흐름에 그들만의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즉 개개인의 노력보다는 사회의 틀, 혹은 전체적인 추세를 바꾸는 게 효율적이라는 점을 신세대들이 잘 인식하고 있는 예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자녀와 갈등을 겪고 있는 부모들은 좀 더 긴 안목에서 시대의 변화를 읽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5년, 10년 후의 시대를 통찰력 있게 바라본 뒤 자녀들과 대화에 나서는 것이 당장의 갈등을 줄이고, 장차 자녀의 삶을 보다 풍요하게 이끌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김창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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