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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읽기] 과학의 현장

남극에 2.5㎞ 깊이 얼음구멍 80개, 도대체 뭐에 쓰는 걸까요

물리학의 최전선
아닐 아난타스와미 지음
김연중 옮김
휴먼사이언스
중성미자·반물질 찾는 물리학자
사막·호수 실험실 10곳의 분투기
2030세상을 바꾸는 과학기술
뤼트게르 반 산텐·잔 후


브람 베르메르 지음
전대호 옮김
까치
기후 변화·식량부족·금융위기…
인류 문제 해결할 과학기술 살펴



오늘날 물리학 최첨단 연구가 이뤄지는 실험실은 남극에서 사막에 이르는 극단적인 환경 속에 자리잡고 있다. 정밀 측정에는 극도로 깊고 차갑고 건조한 곳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입자물리학과 우주론을 연구하는 실험물리학자들은 암흑물질과 반물질 중성미자 힉스 입자 등을 찾아내기 위해 이런 곳에서 분투 중이다. 『물리학의 최전선』은 과학저널리스트인 저자가 첨단실험의 현장을 찾아간 여행기이자 르포다.

시베리아 바이칼호를 찾은 물리학자들이 얼음 속에 넣어둔 뉴트리노 망원경을 끌어올리고 있다.

저자는 반물질 탐사가 진행되는 폐광산 지하의 극저온 탐사기 뉴트리노 탐사가 벌어지는 시베리아 바이칼호와 남극 얼음 밑의 중성미자 측정기 우주에서 오는 희미한 빛을 측정하기 위한 칠레의 고원지대의 사막이나 하와이 마우나케아 산의 정상에 설치된 망원경 스위스의 지하 90m에 자리잡은 거대강입자충돌기 등 10곳의 현장을 소개한다.

예컨대 미국 미네소타주에 있는 폐광산의 지하 700m 지점에 자리잡은 '극저온 암흑물질 탐사기'를 보자. 저자는 덜컹거리는 운반차에 실려 길이 2㎞가 넘는 갱도를 내려가 현장의 과학자를 만난다. 이들이 찾고 있는 암흑물질 입자는 극히 드물게 보통 물질에 미세한 충돌흔적을 남기는 것으로 추정된다. 몇 개 안 되는 신호를 찾는 데도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이다. 실험팀장은 말한다. "암흑물질을 직접적인 관찰로 찾는다는 게 말이 되는 생각일까요? 그건 완전히 도박이에요. 하지만 우리 같은 시도를 하고 있는 사람들 중 대다수는 이게 성공해 수십억 달러가 들어간 대형강입자충돌기와의 경쟁에서 이기는 것을 무척 즐겁게 생각할 겁니다."

시베리아 바이칼호에서 다국적팀이 운영 중인 중성미자 망원경은 호수 중앙 쪽으로 4㎞ 들어간 지점의 수심 1.1㎞ 아래 물속에 자리잡고 있다. 먼 은하에서 날아와 지구를 관통한 뒤 호수 바닥으로부터 위로 올라오는 중성미자의 비행 흔적을 측정하기 위한 장치다. 연구팀은 해마다 겨울이 되면 호수의 얼음 위에 캠프를 차리고 망원경이 매달린 줄 11개를 일일이 끌어올려 측정결과를 점검한다.

기지로 삼는 호숫가의 오두막은 가로 3m 세로 6m에 불과한 데 이곳에서 두 명의 과학자가 생활해야 한다. 러시아의 한 과학자는 자신의 이층 침대에 몸을 기대며 벽에 붙여놓은 종이를 떼어 저자에게 보여주었다. "이게 이 호수에서 첫 번째로 재구성됐던 중성미자의 경로에요." 과학을 사랑하는 학자의 즐거움은 이런 것이다.

남극점에 설치된 '아이스큐브 뉴트리노 망원경'을 보자. 이곳에서는 고압의 뜨거운 물을 이용해 2.5㎞ 깊이의 얼음 구멍 80개를 뚫고 구멍마다 디지털검출기를 집어넣는 일정이 진행 중이었다.

과학자들은 일주일에 2차례 각기 2분씩만 샤워를 하며 야외화장실을 사용하는 생활을 견뎌내고 있다. 이곳의 얼음 굴착기사들이 자기들끼리 이런 농담을 한다. "남극에서 시체를 내다버리기에 이만큼 알맞은 곳도 없을 거야". 저자가 들었던 안전수칙은 "당신에게 가장 위험한 것은 구멍이오. 절대로 구멍에 등을 돌리지 마시오"라는 것이었다.

이런 식의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과학자들이 축적해온 지식은 오늘날 실생활에 기술로서 적용되고 있다. 『2030 세상을 바꾸는 과학기술』이 바로 그런 적용분야를 살피고 있다. "앞으로 20년간 인류는 어떤 과제에 직면하게 될까? 그 과제를 해결하려면 어떤 기술이 필요할까?" 네덜란드의 공과대학 교수 두 명과 과학 저널리스트는 20여명의 과학기술 전문가와 토론을 통해 다음과 같은 과제를 뽑아냈다. 식량 확보 물 부족 기후 변화 대기 오염 지속 가능한 새로운 에너지의 발견 암과 전염병 안전에 대한 위협의 증가 금융 위기와 금융의 불안정성 도시의 폭발적 성장 인구와 이주 무력 분쟁….

저자들은 개개의 의제를 다룰 때는 기술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면서 수시로 기술의 역할을 강조한다. 하지만 지구 전체를 연결망과 복잡한 시스템이라는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시각 위에 서있다. 지금처럼 효율만을 위주로 하는 집중화.전문화.대형화 경향이 가속화하면 카오스적 교란과 폭주 붕괴가 일어날 위험이 크다는 문제의식이다.

저자들이 대책과 관련해 주로 사용하는 단어들은 융통성 규모 축소 다양성 분산화 자체 조직화이다. 자립적이고 자율적인 영역이 확대돼야 시스템 전체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도표와 그래프를 동원해 구체적인 자료를 토대로 논의를 전개하는 것이 이 책의 미덕이다.

조현욱 객원과학전문기자.

코메디닷컴 콘텐트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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