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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호스피스' 시대에 맞는 '죽음의 철학' 정립해야

의학발달로 평균수명 늘어나며
죽음 목격해야 하는 빈도 증가
담담하게 받아 들일 수 있도록
가족 구성원들 사전 교육 필요

UC의 한 캠퍼스 3학년인 김모군은 9살 때 받은 충격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13년 전인 1998년 김군은 '죽음의 충격'을 처음 맛봤다. 한 집에서 같이 살던 증조할머니가 세상을 뜨는 걸 목격한 것이다. 김군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증조 할머니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살았다. 4대가 한 집에서 기거하는 환경에서 그는 증조 할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손위로 누나가 있었지만 유난히 손이 귀했던 종가의 장손인 탓도 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일종의 크나큰 '상실'의 고통 같은 것이었습니다."

김군은 10년도 훨씬 더 지났지만 어린 마음에 받은 상처가 아직까지도 트라우마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어렸지만 죽음에 대한 개념이 없었던 나이는 아니었는데 자신을 누구보다 사랑해주던 증조할머니의 사망은 뉴스에서나 접하는 일반적인 죽음과는 전혀 달랐다고 그는 털어놨다. 마치 세상의 한쪽이 무너지는 것과 비슷한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전모 할머니는 내년이면 우리 나이로 99세이다. 그는 수년 전부터 귀가 어두운 걸 제외하곤 현재 대체로 건강한 편이다.

최근에는 한쪽 눈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호소하고 있지만 큰 병은 물론 딱히 잔병치레라고 할만한 것도 없다.

규칙적인 식사와 배변은 물론 하루 종일 자동차 여행도 큰 무리 없이 소화할 정도다.

그러나 전 할머니에게는 '마음의 병'이 있다. 위중한 상태로 3년째 병상 신세를 지고 있는 70세의 둘째 아들이 바로 할머니 병의 근원이다.

할머니는 아침저녁으로 잠에서 깨고 잠자리에 들 때면 어김없이 머리맡에 둔 작은 아들의 사진을 어루만진다. 그리고선 "내가 무슨 죄를 지어서 이렇게 오래 사는지 모른다"고 탄식 아닌 탄식을 입버릇처럼 하곤 한다.

김군과 전 할머니의 사례는 어쩌면 '동전의 양면'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수명이 늘어나면서 가까운 이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을 더 광범위하게 접해야 하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평균 수명이 월등하게 늘어난 선진국가들을 중심으로 인류는 지금 '호모 호스피스'(Homo Hospice)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 과거와는 달리 의학 기술 등의 발달로 인해 인생의 후반부가 현저하게 연장되면서 '죽음의 철학'을 두고 오랜 기간 씨름해야 하는 운명을 맞고 있는 것이다.

형제자매간에 죽는 '순서'가 뒤바뀌는 경우는 물론 자식을 먼저 떠나 보내게 되는 사례도 주변에서 찾아보기 어렵지 않게 됐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과 관련 평소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할머니 할아버지부터 손자 손녀에 이르기까지 온 집안 식구들이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 보내야 하는 점에 대해 심적으로 충분히 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노령문제 전문가는 "죽음의 불가피성과 함께 나이가 덜 먹은 식구가 먼저 세상을 등질 수도 있다는 점 등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가족 구성원들이 전체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호스피스와 같은 임종 철학을 개개인이 일찍이 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호스피스는 한 때 말기 암환자 등 죽음에 임박한 사람을 보살피고 마음의 준비를 하는 행위 등을 가리켰다.

하지만 이제는 가족의 죽음이 눈 앞에 닥치기 훨씬 이전에 서로가 건강할 때 마음의 각오를 다지는 호스피스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죽음을 먼저 맞게 될 가능성이 큰 집안의 어른들은 물론 죽음을 인식할 수 있는 나이라면 예컨대 초등학생 정도의 자녀 혹은 손자 손녀들에게도 최대한 담담하게 가족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창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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