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의 즉문즉설] 뜻대로 안되자 아이가 유서 썼어요
단호·확고한 부모의 행동 보여줘야
지난 토요일에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이 자기가 모아둔 목돈을 찾아서 에스보드를 당장 사야 되겠다고 고집을 부려서 남편은 매를 때리고 저는 야단을 쳤습니다. 그랬더니 아이가 제 손으로 쓴 유서를 보여주었습니다. "세상이 짜증난다. 엄마 아빠 때문이다. 괴롭다. 내가 사라지면 엄마 아빠는 편할 것이다." 이렇게 적고 인장까지 찍어놨습니다. 요즘 들어 아들이 왜 뭐든지 엄마 아빠 마음대로 하느냐 하고 해야 할 일부터 먼저 하라고 하면 자신의 24시간인데 엄마 아빠가 왜 간섭하느냐고 하면서 죽어버리겠다는 말도 자주 합니다.
A. 아이가 커서 망나니가 되어 사회에 큰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지요? 아이가 커서 성폭행이나 살인을 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공부는 잘해서 똑똑한데 부정부패를 하는 경우도 있지 않습니까? 그런 사람이 되더라도 살아 있는 게 좋을지 그런 사람이 될 바에야 죽는 게 나을지 한번 생각해 보세요. 내 자식이니까 그래도 살아 있는 게 좋을지 엄마가 분명하게 입장을 정해야 합니다.
제가 무척 극단적인 말 같지만 아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엄마가 둘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자식이라도 차라리 없는 게 낫다고 부모의 입장이 분명해지면 그제야 비로소 아이를 올바르게 이끌 수 있습니다. 부모 마음이 그 정도는 돼야 아이가 유서 아니라 그 어떤 걸로 협박해도 거기에 휘둘리지 않게 됩니다.
아이가 유서 운운하는 것은 부모가 입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원해도 정말 아이를 위해서나 세상을 위해서나 안 되는 일이라면 아이가 죽는다고 해도 안 되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래야 부모로서 아이에게 중심이 잡힙니다. 아이들이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으려고 어떤 수단을 쓰거나 주장을 하다가 안 되면 훔치든지 그것도 안 되면 죽겠다고 협박을 해서라도 결국 얻어가는 꼴로 아이를 키우면 어떻게 되겠어요? 나중에 세상에 물의를 일으키는 사람밖에 안 됩니다.
지금 아이가 하는 짓을 용납하면 세상에 물의를 일으키는 아이가 될 거고 부모가 이것을 개선하려면 아이가 죽는다는 것도 각오를 해야만 개선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그러니 선택을 해야 해요. 부모가 단호하게 한다는 것은 아이가 유서대로 행동할 수도 있다는 걸 전제로 해야 합니다. 그냥 아이 말대로 해줄 걸 하고 죽고 난 뒤에 후회할 마음인지 살펴보세요.
엄마는 자식을 위해서는 자기를 버려야 합니다. 자꾸 자기를 움켜쥐고 분별을 하면 안 됩니다. 아이를 위해서 내가 죽음도 불사하겠다는 그런 각오를 가져야 됩니다. 그런 헌신성이 있어야 아이가 잘못될 때 야단을 쳐도 털끝만큼도 내가 양심에 가책이 없습니다. 이건 정말 아이를 위해서 내가 야단을 치기 때문이지요. 선택의 갈림길에서 하나를 선택할 때는 각오를 해야 합니다. 어떠한 희생이 오더라도 자식을 위해서는 내가 이 길을 꼭 가고야 말겠다는 각오가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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