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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쓸 때부터 사회적 공분 있었으면 생각"

LA온 영화 '도가니' 원작자 공지영씨 인터뷰

민수 용서 관련 장면 기억남아
영화 너무 잘 만들어 깜짝놀라
박원순 후보 첫 공개 지지
적극적으로 대선·총선 주시
미국 진출 신경숙에 감사
내 소설도 영어판 번역 시작


인기 소설가 공지영(48.사진)씨가 22일 LA를 방문 한인 독자들을 만났다.

최근 청각장애인 성폭행 사건을 다룬 영화 '도가니'의 원작자로 화제가 된 공 씨는 시사회.사인회.독자 Q&A 등 여러 순서를 통해 직접 영화와 소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와 관련 공 씨는 "여러 번 봐도 마음이 아프고 괴롭다"며 "책의 기본 줄기를 잘 살린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씨는 오는 24~25일 뉴욕 빙햄턴 주립대의 동부 포럼과 28일 뉴욕 한국문화원에서 열리는 '작가와의 만남'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다음은 공지영 작가와의 일문일답.

- 영화 '도가니'에 대한 객관적인 평을 한다면.

"책을 영화로 만들면 실패할 가능성이 큰데 너무 잘 만들어서 깜짝 놀랐다. 내용을 다 아는데도 첫 기찻길 장면부터 가슴이 찌릿찌릿했다. 가장 기억에 남고 제일 많이 울었던 장면은 극중 민수가 '내가 용서하지 않았는데 누가 용서하느냐?'라며 우는 장면이다. 5번이나 돌려봤다. 입술을 파르르 떠는 주인공 공유의 표정이 너무 슬프다."

- 어딜 가나 '도가니' 이야기다. 이런 반응 예상했나.

"솔직히 책을 쓸 때부터 이런 공분이 이런 사회적 반응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책보다는 영화의 힘이 컸다. 매일 성폭행 성추행 관련 뉴스가 넘쳐나고 인권이 유린당하는 사회에 살다 보니 영화 한편에 모두가 참고 있던 분노가 폭발한 것 같다. "

- 왜 '도가니'란 단어를 책 제목으로 썼나.

"대학교 2학년 때 아서 밀러의 '더 크루시블(The Crucible.도가니)'이란 연극을 봤다. 너무 감명을 받아 나중에 책을 쓰면 꼭 제목으로 쓰겠다고 결심했었다. 광주 인화학교 사건은 다 미치지 않고서야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다. (취재를 하며) 너무 끔찍해서 쓸 수 없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범죄자들은 끔찍해서 눈을 돌려버리고 마는 인간의 약함을 이용하고 있었다. 말 그대로 광란의 도가니다. 인간이 가진 혐오감의 끝을 본 것 같다."

- 항상 페미니즘.사형제도.장애.노동 등 약자를 생각하게 하는 글을 쓴다.

"(크게 웃으며) 난 사건.어둠 전문이 아니다. 사실 누구보다도 밝은 소재의 글을 쓰고 싶다. 지금 쓰고 있는 책은 사랑이 주제다. 남녀간의 진한 사랑. 그런데 크레인 농성이 계속되고 밥을 굶는 아이들 이야기를 들으면서 사랑을 논하는 것은 너무 힘들다."

- 그래서 정치에 빠졌나.

"지금껏 공개적으로 정치발언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공 씨는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를 공개 지지했다). 지난 3년간 시민으로서 행복한 적이 없었다. 편안히 글도 못 썼다. 대한민국의 인권은 후퇴하고 있다. (큰딸을 이야기하며) 20대가 희망이 없다는 것은 너무 심각한 문제다. 민주주의는 한번에 완성되지 않기 때문에 뭐라도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의 약자들이 짓밟히고 불안해하면 내가 쓴 소설들은 거짓이고 희망고문이 된다. 적극적으로 대선.총선 모두 지켜볼 계획이다."

- 올해 미주에선 신경숙 열풍이 불었다. 솔직히 부럽나.

"이런 질문 정말 많이 받는다(웃음). 신 작가에겐 '(미국진출) 길을 잘 닦아줘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한 명이 성공해야 뒤따르는 이가 편하다. '엄마를 부탁해'를 출판한 미국 에이전시와 만나기로 했다. 현재 영어판 소설 번역이 시작된 상태다."

글=구혜영 기자, 사진=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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