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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 마당] 한 입 베어 문 사과

최경희/미주시조협회 회원

잘 익은 사과를 사등분 했다

조각마다 그 중심부에는

하트형 이파리 문양이 그 둘레가

봉긋이 돋아오른 양각으로 새겨져 있다

엽맥들도 부조로 결따라 뻗어나 있다

잎 하단부에는 까만 씨 세알씩이

좌우로 펴 나간 엽맥 사이사이에 간격 고르게

붓끝이 톰방 떨군 감탄사 모양 씨알 첨단을

중앙에 서 있는 엽맥 몸 부위에 고집스레

꾹 붙박아 튼실하게 착지하고 있다

종 보존 무늬이파리가 씨알을 옹위하고 있었다



무심히 베어 쪼갠 둥근 사과

그 안에는 사과의 우주가 있었다

눈부신 백옥색 처녀지가 있었다

자연은 항상 실상으로 거기 있었다

창조는 미리 생각하여 얽이를 세워

먼저 밑그림을 그리고 그 속에 사실을 심는다

비옥한 영토에 꿈을 설계했다



질서있게 경계를 이룬 조화로운 통치

그 위에 풍요와 평화가

약속과 희망이 있었다

처녀지 생래의 무구한 향이 흐르고 있었다

그 속에 에덴의 이야기도 있었다

금단의 열매도

생명나무도

자유의지도 있었다

기어이 한 입 베어 문 사과

이브로부터 내림으로

이미 많고 먼 사실들은 두고

가까운 과거 이십세기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이나

최근의 IT 천재전설 스티브 잡스에게

오늘 당신과 나에게도

처음 한입 베어 문 사과

엇나간 그 당초가

종내는 죽음을 내리 받는 것

에덴은 이브의 추방 그 후

화염검을 세웠다



둥근 사과

둥근 지구

둘 다 둥글지만

그 사과에는 지금도 그 에덴이 있었다

그 지구는 지금 기우뚱 물이 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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