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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진의 제주 여행…"혼저옵서예!"

숲·동굴·폭포 어우러진 화산섬, 호텔·박물관·골프장 확충
해산물 요리와 녹차박물관의 과일향 혼합차 풍미 일품

제주도가 ‘세계 7대 자연경관(World New 7 Wonders of Nature)’ 후보에 올랐다. 제주도는 그랜드캐년, 아마존 등 세계의 명소 최종 후보 27곳과 경쟁한다. 제주-세계 7대 자연경관 홍보대사인 팝페라 가수 로즈 장은 내달 9일 오후 7시30분 링컨센터 앨리스털리홀에서 제주 홍보 콘서트를 연다.

이달 초 뉴저지 리지필드의 1&9갤러리에선 사진전 ‘유네스코 3관왕, 신비의 섬 제주를 담다’가 열렸다. 제주도 홍보위원으로 위촉된 1&9갤러리의 디렉터이자 수필가 한혜진씨가 제주도 여행기를 본지에 특별 기고했다. 제주도로 혼저 옵서예!(*제주도 방언: 제주도로 어서 오세요, Welcome To Jeju!)

제주의 속살 체험하다

제주도는 한반도라는 작은 땅덩어리에 덤처럼 딸려있는 섬이다. 도시국가를 방불케하는 팽창하고 비대해진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 사는 대다수의 한국 사람들에게는 은혜로운 선물인 셈이다. 서울에서 비행기로 한시간 밖에 걸리지않으며, 타국이 아니면서도 이국적인 풍광을 느낄 수 있는 점이 선호요인이 되는 것 같다. 미주에 사는 우리 한인들도 한국 방문의 연장선상에서 제주를 자주 방문하는 분들이 많다.

이런 제주를 내가 처음 가 보았던 때는 거의 30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결혼식은 물론 비행기 타는 것조차 첫 경험이었을 그 당시 막 결혼식을 끝낸 신혼부부의 한 쌍으로서 방문했던 제주는 꽤나 낭만적이었다고 기억되는데, 이는 제주의 풍광이 두 사람으로 시작하는 새 인생에 대한 설레임을 부채질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제주 방문은 오래 전 그 곳에 거처를 마련하고 한국에 나갈 때마다 다녀가라고 성화인 지인의 권유를 받아들인 때문이다. 또한, ‘제주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홍보를 위해서 제주도청과 협의하에 제주 사진 전시회를 개최하기 위해서였다. 여동생이 비서를 자처하며 따라나섰고, 요즘 생활이 적적하신 친정 엄마도 합세하시니 모처럼의 모녀 여행이 되어 버렸다.

제주공항에 내리자마자 홍보위원 한분이 안내해주시기 시작했는데, 제주 토박이로 가족 대대 제주에서 살아오신 분이 데려가고 보여주시는 곳마다 제주의 속살같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아마 이런 비유가 맞을 것 같다. 유명한 여배우가 돼버린 이웃집 처녀를 우연히 마주치게 되었을 때, “그래그래 맞아!”하며 동그란 이마와 오똑한 콧날에 다시금 선망과 경의를 표하게될 때의 그 기분으로 나는 제주의 모습을 훝고 있었다. 내가 기억하는 제주가 흰 운동화를 신은 여학생의 모습이었다면 최근에 맞닥뜨린 제주는 하이힐에 숙녀복을 걸친 모습을 하고 있었다고나 할까.

오밀조밀한 매력

제주 도청에서 붙여준 홍보위원이라는 직함 때문인지 나의 눈은 예사롭게 바라보는 관점에서 벗어나오려고 버둥거렸다. 왜 아름답다고 말 할 수 있는 건지, 세계 유수의 유적지나 경치와 비교해서 뭐가 차별화 되는 건지, 내 눈으로 먼저 확인해야 될 것 같았다. 답은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오밀조밀함이라고 말 할 수 있을 것 같다.

섬에 (한라)산이 있는 것도 특이한 현상이려니와 차로 한시간 남짓 운전을 하면 섬의 이곳 저곳을 다 돌아보게 되는 크지 않은 이 곳 제주는 숲과 동굴, 폭포, 경치등이 어우러진 다시 말하면 잘 차려진 7첩 반상을 앞에 둔 기분이 들게 했다. 게다가 도로가 많이 정비되고, 호텔, 박물관, 콘도, 골프장 등이 많은 걸 보면 제반 시설이 많이 확충된 느낌이 들었다.

제주 곳곳에 놓여있는 발그레한 색의 옹기가 매력적이라 했더니,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안내해주시던 L위원님께서 예옹이라는 전통 옹기가마에 데려다 주신 일이 기억에 남는다. 남편분은 목공예를 하시고, 안주인께선 전통가마에 옹기를 굽는 작업을 하시는데, 두 분의 합작품, 예를 들자면 손으로 깍은 나무 손잡이가 달린 옹기 주전자는 같이 동행했던 여동생과 나를 옥신각신하게 만들었다. 결국 그 작품은 그녀의 수중에 들어가고야 말았다.

대신 나는 오래된 나무토막을 이용해서 만든 차탁을 차지했는데 ‘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이라는 말에 솔깃했기 때문이다. 제주 여성들이 물을 길어 나를 때 썼다는 ‘허벅’이라는 항아리가 무척 운치가 있었다. 그런데, 값이 제법 나가는 바람에 어머님은 비슷한 못난이 항아리로 만족하시는 눈치였다.

여행이 기대와 기억이라는 두가지 측면이 있다고 본다면, 우리 세 모녀는 기억의 서랍을 채우고, 과거의 한 순간을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바꾸어줄 도우미를 선택한 셈이었다. 엄마는 그 항아리를 볼 때마다 얘기하시리라. “이건 혜진이와 제주에서 샀지”라고. 포장되는 항아리 속에는 자연스레 내가 담기고 있었다.

이튿날은 골프를 좋아하는 동생 덕에 산방산을 바라보며 공을 날릴 수 있었다. 오랜만에 제주를 찾은 나이기에 여기저기 다니고 싶은 마음이 앞섰으나, “언니 나이에 양보다는 질로 승부하라”는 동생의 충고가 훨씬 설득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골프를 치고 난 뒤의 허기를 채워준 것은 해물 뚝배기였는데 맨 위에 얹혀진 전복을 위시해서 국물보다 해산물 건데기가 더 많은 일품요리였다. 디저트를 먹을 겸해서 들른 곳은 ‘오 설록’이라는 녹차 박물관이었는데, 차에 대한 모든 것을 음미할 수 있게 꾸며 놓았고, 과일을 가미한 혼합차가 새로웠으며, 녹차 아이스크람 한숟가락에 피곤이 스르르 녹는 듯 했다.

올레길을 걷다

여행 3일째 되던 날은 이번 제주 여행의 하이라이트로 꼽은 제주 올레길 체험을 하기로 되어 있었다. 올레는 제주도 방언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란다. 그런데, 아무리 출중한 계획이라도, 여행자의 신체적 요구 앞에서는 속수무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전 날 갑자기 한 운동이 좀 무리였나 보다. 동생은 나의 안타까운 마음을 보듬었다. 동생의 말인즉, 제주는 이제 거의 모든 길이 올레길이다. 오늘 올레길 어느 한 코스에 도전한다는 것은 언니에게 무리이며, 드라이브 위주로 제주를 보는 편이 좋을 것 같다고 제의했다. 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 계획을.

그리고 이젠 점점 하고 싶은 일에 충직했던 나의 몸도 예전과 같지 않다는사실과 함께. 드라이브를 하면서 보니 예전엔 볼 수 없었던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걷고 있었다. 등에는 배낭을 매고 작정을 하고 걷고 있는 사람들…

이 곳 제주에 온 우리들은 전자파같은 일상을 잠시 멀리하고, 청정해역의 물결과 같은 파장이 필요한 사람들임에 틀림없었다. 제주 올레길은 요즘같은 웰빙을 추구하는 시대에 걸맞는 히트작이다. 16코스까지 만들어 졌다니 인기가 대단한 모양이다. 제주올레 이사장이 되신 서명숙씨가 ‘산티아고 길’을 다녀와서 제주에 적용시킨 걸작임에 틀림없다. 제주에 오는 사람들이 이젠 ‘놀멍, 쉬멍, 걸으멍’ 지내다 가게된 셈이다. 걷기는 생각의 산파이질 않는가? 몸안의 독소는 빠지고, 사고의 창고는 풍부해지는 체험으로 제주 관광은 한층 업그레이드되었다.

내심 아쉬워하는 눈치를 알아챘는지 동생은 가다가 군데군데 차를 세우고, 북적대는 단체 관광객들과 나를 섞어 놓기도 했다. 현무암으로 깔아놓은 길이 깔끔하면서도 색달랐다. 가끔은 현무암으로 만든 테이블과 벤치도 색깔과 군데군데 구멍이 뚫린 형태가 현대적이며 대리석 만큼이나 상품성이 있어 보였다. 몰려온 중국 관광객이 수만이라더니 송악산 근처에서는 그들이 타고 온 버스 수십여대가 몰려 있었다.

제주도여 나래를 펴라

‘세계가 찾는 제주, 세계로 가는 제주’라는 케치프레이즈에 걸맞는 모습이었다. 그 날 나는 유명한 제주 풍경사진에 담겨있는 장소들을 눈에 넣고 밟기도 했다. 성산 일출봉, 산방산, 송악산, 정방폭포, 주상절리, 용두암, 신비의 도로 등을. 여행할 장소에 대한 조언만으로 관광객을 불러들이기엔 뭔가 부족하다. 가야할 이유가 있다면, 훨씬 지속성이 있을 것이다.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제주도가 선정된다면 지금 한층 달리고 있는 제주가 날개를 다는 격이 되리라 믿는다.

돌·바람·여자가 많다고 해서 삼다도라 불렸던 제주에서는 그만큼 여자의 영향력이 컸다고 볼 수 있다. ‘여자로 태어나느니 소로 태어나고 싶다’는 말이 있는 걸 보면, 제주 여성의 삶이 얼마나 고됬는가를 알게 한다. 해녀박물관에 가보면 철골 구조물로 해녀의 모습을 표현해 놓았는데 강인한 해녀의 모습을 각인시킨다. 그런데 한라산의 모습에서 나는 해녀의 모습이 중첩됨을 느낀다.

그러나 이제는 치마폭을 펼치고 앉은 여유로운 모습으로서 말이다. 그 치마폭 안엔 그녀가 몸으로 살아낸 해안과 동굴과 폭포와 숲속이 넘실거린다. 이제 이것들은 ‘세상의 보석’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일은 제주 해녀들이 했던 ‘물질’에 대한 큰 보답이 되리라 믿는다.

떠나오던 날도 제주의 날씨는 쾌청했다. L위원께서 끝까지 배웅해주셨다. 우리의 짐은 배로 불어나 있었다. 그 속에는 추자도 굴비와 감귤 초컬릿 그리고 모슬포 재래시장에서 산 무우 말랭이와 참깨가 들어 있었다. 엄마는 이런 제주 먹거리의 신봉자며 애호가였다. 비행기가 이륙할 때 한라산 봉우리가 보였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제주가 이번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된다면, ‘올레’라는 말처럼 세상으로 향하는 변곡점이 될거라고….

☞ ◆세계 7대 자연경관=제주도는 세계 440개 관광지 중 28곳의 최종 후보에 올라있다. 미국의 그랜드캐년, 브라질의 아마존, 이스라엘의 사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테이블마운틴 등과 경쟁하게 된다. 홈페이지(www.n7w.com)에 누구나 투표할 수 있다. 전화로는 (011)-44-75-890-012-90에 걸어 제주코드(7715)를 누르면 된다. 마감은 11월 10일.

☞ ◆로즈 장 링컨센터 콘서트(11월 9일 오후 7시 30분)

▶티켓: 중앙일보 본사(718-361-7700 Ext. 118) 플러싱 지국(718-358-8900) 맨해튼 지국(212-239-1774) 뉴저지 지국(201-944-8299)/H Mart 유니온 지점(718-445-5656) 156가 지점(718-888-0005) 그레잇넥 지점(516-482-3113) 리지필드 지점(201-943-9600) 포트리 지점(201-947-7800) 잉글우드 지점(201-871-8822) /한양마트 플러싱 지점(718-461-1911) 리지필드 지점(201-943-7400).

글=한혜진(1&9갤러리 디렉터), 사진=권기갑(www.photojej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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