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아유기 현장? 이건 '생명박스' 입니다…주사랑 공동체 이종락 목사
생후 1개월부터 18살까지 20명
스물다섯식구 월생활비 1300만원
보건복지부 부터 철거명령 받아
"법 사각지대 아이들 도와주세요"
전화를 받은 '주사랑 공동체'의 이종락(57) 목사의 목소리는 잠겨있었다. 한국시간으로 이른 아침이기도 했지만 밤새 울어댄 아기들 때문에 녹초가 됐다.
이 목사와 사모 정병옥(57)씨가 1999년부터 운영하는 장애아보호시설 주사랑 공동체에는 대식구가 산다. 부부는 생후 1개월서부터 18살까지 20명의 남매를 키우고 있다.
아이들은 모두 친부모에게서 버려졌다. 17명이 장애아다. 몸과 마음에 상처입은 가녀린 생명들을 그는 가슴으로 품었다. 8명을 입양했고 추가로 7명의 수속을 밟고 있다.
주은(9)이는 임신 7개월만에 배에서 '꺼내진' 아이다. 엄마는 태중의 주은이가 장애아 판정을 받자마자 제왕절개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1주일간 아이에게 아무것도 먹이지 않았다. 980g의 작은 몸에 다운증후군과 심장병의 장애까지 안고 태어났지만 주은이는 6개월간의 수술을 잘 견뎌냈다.
'우윳빛깔 피부'를 자랑하는 희망(22개월)이도 뇌성마비 1급이다. 정신지체를 앓던 엄마가 자연분만을 시도하다가 희망이 뇌에 산소공급이 중단됐다. 제왕절개로 나왔지만 뇌세포는 이미 죽은 상태였다. 희망이는 눈만 뜨고 감을 수 있다. 우유도 코에 삽입한 튜브로 먹는다.
태어난 지 하루만에 맡겨진 믿음(7)이는 중성이었다. 남자도 여자도 아니었던 믿음이는 수술로 사내아이가 됐다. 좌우뇌 연결부분이 없는 뇌성마비 1급으로 지능은 좀 떨어지긴 해도 밝고 착하다.
'애교덩어리' 사랑(8)이는 척추기형에 항문이 없이 태어났다. 생후 2개월에 버려진 사랑이는 수술을 이겨내고 지금은 정상적으로 살고 있다.
"그저 '키웠다'고 말하긴 부족해요. 함께 겪은 고비가 얼마나 많은지. 다들 아팠지만 그래도 살아줬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이 목사의 선한 사역은 12년전 시작됐다. 아들 지원(25)씨는 생후 4개월만에 파상풍으로 전신마비가 됐다. 자택 간호를 하기 위해 14년간의 오랜 병원 생활을 정리할 무렵 옆 침대에 입원한 당시 네살이던 상희(16)를 만났다. 상희는 의료사고로 전신마비가 됐다. 상희의 외할머니가 "손녀를 돌봐주면 내가 편안히 눈을 감을 수 있겠다"면서 이 목사에게 양육을 부탁했다.
"그때부터 제가 장애아를 돌본다는 입소문이 났어요. 어느날부터는 집 대문앞에 아이들을 하나둘 놓고 가셨죠. 어떡해요 생명인데."
아이들은 대부분 잘 자라줬지만 이 목사는 5년전 애지중지하던 딸을 가슴에 묻었다.
14살 미혼모가 낳고 병원에 버려진 한나는 무뇌아였다. 뇌가 없어 밥조차 삼킬 수 없었다. 밥 한끼 먹일 때마다 2시간씩 사투를 벌여야 했다. "며칠 살지 못한다"던 한나는 6년간 이 목사 부부의 사랑을 먹고 자랐다. 그러던 한나는 지난 2006년 11월11일 끝내 천국에 갔다. 한나가 죽었을 때 이 목사는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보다 더 울었다고 했다.
"한나 때문에 아이들에 대한 사명감을 굳혔어요. 제가 돌보는 아이들은 한나가 남긴 보석들이에요."
한나의 짧은 삶은 2009년 12월 '베이비 박스'로 결실을 맺었다. 더 많은 아이들을 품자는 결심이다.
2009년 12월에 설치한 베이비 박스에 처음으로 아기가 버려진 것은 2010년 3월 어느날 낮 2시45분이었다. 마음의 준비는 했지만 주사랑공동체 식구들은 처음 겪는 난감한 상황앞에서 말을 잃었다.
"모두 한참을 울었습니다. 낯설고 비극적인 상황에 익숙해지기 어려웠죠. 아기도 울고 저희도 울고 마음이 착잡했습니다."
베이비 박스는 아기가 놓여지면 '딩동'하고 울린다. 그 차임벨 소리는 설치된 후부터 밤낮없이 울었다. 새벽에도 대낮에도 한밤중에도 아기들은 버려졌다. 태어난 지 11시간만에 탯줄도 정리되지 못한 채 들어온 아이도 있었다.
자식을 버리는 부모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 목사는 "보통 욕을 하지만 겉만 보고 하는 말"이라고 했다. 자기가 그 입장이 된다면 그렇게 쉽게 욕할 수 없다고 했다. 베이비 박스에 아이를 버리는 부모중 80%가 미혼모라고 했다. 중학교 3학년생도 있었다.
"미혼모들은 매달 정부보조금으로 고작 15만원을 받아요. 기저귀 값도 안되는데 어떻게 키워요. 또 어디서 일해 돈을 법니까.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젠 오죽했으면 버릴까 싶어요. 아무데나 버리지 않고 여기 데려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에요."
새로운 자식들을 이 목사 부부는 지성으로 돌보고 있다. 쉬운 일이 아니다. 밤새 3시간 마다 우유를 먹여야 하는 젖먹이가 9명이다. 우유도 매일 800g 대용량 3통이 바닥난다. 기저귀도 매일 50리터짜리 대형봉지 하나 가득 채워진다. 스물다섯식구 월생활비는 1300만원(1만1000달러)에 달한다.
지난 6월 LA타임스 보도로 후원자들이 많아지긴 했지만 반대로 보건복지부로부터 철거명령을 받은 상태다.
일반 가정집을 개조한 현재 내부 시설을 좀 더 보완하지 않으면 아이들 10명을 다른 시설로 보내야 한다. 당장 1000만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저는 누구보다 베이비 박스가 없는 세상이 오길 바라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가끔 아이들의 환청이 들려요. 죽어가는 소리를 듣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나요. 법의 사각지대가 있다면 고쳐주세요. 그리고 우리 아이들 도와주세요."
정부기관은 베이비 박스를 '영아 유기의 현장'이라고 했지만 이 목사는 '생명의 박스'라고 했다.
▶도움 주실 분:(02)854-4505/(016)346-4503/홈페이지 http://cafe.daum.net/giveoutlove
정구현 기자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