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 아기 등 여기 넣어 주세요"…한국서 수용시설 존폐 논란
미국 대학생들 "베이비 박스 살리자"
다큐멘터리 영화 만들기로
12월 한국서 촬영 모금 나서
한국에서 논란을 부른 '베이비 박스(Baby Box)'가 미국 대학생들에 의해 다큐멘터리로 제작된다.
베이비 박스는 영아 의탁 바구니다. 부모가 원치 않는 아기를 두고 갈 수 있다. 한국 최초로 2009년 12월 서울 난곡동 장애아보호시설인 '주사랑 공동체'의 이종락(57) 목사가 설치했다. 버려진 아기들은 대부분 장애아다.
LA타임스는 지난 6월20일자에 이 박스를 2개 면에 걸쳐 심층 보도했다. 영문 기사는 전세계의 관심을 끌었다. AP통신 중국 신화통신 필리핀 국영방송 프랑스 독일 호주 일본에서 베이비 박스를 앞다퉈 취재했다.
하지만 당초 의도와는 달리 한국에서는 논쟁을 불렀다. 일부 시민단체가 "영아 유기를 조장한다"고 했고 보건복지부도 폐쇄 지침을 내렸다.
한국 정부는 없애려고 하지만 미국의 대학생들은 생각이 달랐다. 살리겠다고 나섰다.
USC 영화텔레비젼학과(Cinema Television) 3학년생인 브라이언 아이비((Brian Ivie.21)를 비롯한 10명의 대학생이 다큐멘터리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2명은 한인 학생이다. 조광호(20)군과 사라 최(20)양이다.
"타임스 기사를 보고 불쌍한 아기들이 버려지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뭘까 생각했어요. 제 전공이 영화잖아요. 영상을 만들어 돕자고 결심했죠."
20대 초반의 앳된 학생들이지만 프로젝트는 짜임새 있다. 각자 전공을 살려 일하고 있다. 브라이언과 프로젝트 양축을 이룬 경영회계학과의 조광호(20)군은 살림살이를 맡았다.
취재는 저널리즘을 전공하는 윌 토버(21)가, 배경음악은 상업음악 전공인 브라이스 코메(21)가 담당하는 식이다.
다큐멘터리는 25분 분량으로 계획중이다. 내용은 한국의 베이비 박스를 투사해 전세계에서 버려지는 아이들의 슬픔을 다룬다. ‘사지 없는 희망 전도사’로 알려진 닉 부이치치도 특별 출연으로 돕는다.
이들은 1주일 예정의 현지 촬영을 위해 12월15일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문제는 제작비다. 영화제작용 ‘레드 에픽(RED Epic)’ 카메라 1주 대여비가 4만달러다. 인맥과 가족들을 모두 동원해 총 제작비를 4만달러로 줄였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현재까지 1만달러를 모금했다.
“한국에서 일정은 힘들어요. 하루에 8개 도시를 다녀야하고, 밤에는 스탭 친척 집에서 스탭들이 겹쳐 자야해요.”
가장 어려운 점은 일정이 아니다.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을까’하는 고민이다.
“옳고 그름의 정죄는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있는 사실 그대로 찍어서 판단은 관객에게 맡기려고 합니다.”
이들은 제작한 다큐멘터리를 선댄스, 부산국제영화제 등에 출품할 예정이다. 세계에 베이비 박스를 알리기 위해서다. 또, DVD로 제작해 얻어지는 수익금을 베이비 박스 운영기금으로 전달한다.
한번도 본 적없는 낯선 나라의 아이들을 위할 수 있는 동기가 궁금했다.
“죄책감을 느꼈습니다. 저는 감사하게도 건강한 몸으로 태어나, 좋은 부모님 밑에서 자라 일류 학교를 다니고 있죠. 학생이라 가진 것은 없지만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무시할 수 없지 않나요?”
무시할 수 있다. 눈만 감으면 된다.
▷도움 주실분들:(858)525-3624 조광호/이메일:[email protected]
정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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