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없는 손짓 찬양…그들은 하늘 언어를 쓴다
남가주농아교회 강순례 사모
-농아의 정의는.
"청각장애인과 언어장애인을 아울러 뜻한다. 보통 들리지 않기 때문에 말을 할 수 없게 된다.(난청의 정도는 데시빌(db)로 구별된다. 90db 이상의 큰 소리를 듣지 못하는 고도 난청을 농(聾)이라고 한다)"
-청각장애인에 대한 교계의 인식이 부족하다고 했다. 예를 든다면.
"세심한 배려가 부족하다. 우선 벙어리나 귀머거리 같은 비하하는 말이 아직도 교회에서 쓰이고 있다. 또 청각장애인들을 위해 좌석 배치에 신경쓰는 교회도 거의 없다."
-굳이 좌석 배치를 따로해야 하나.
"듣지 못하기 때문에 그들은 예배를 '봐야'하는 사람들이다.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종 단상에서 눈을 돌리지도 감지도 못한다. 그런데 일부 교회에서는 청각장애인을 뒷좌석에 앉힌다든가 사람들에게 거슬린다고 구석에 앉히는 경우가 있다."
-청각장애인들이 상처를 입을 때가 많을 듯싶다.
"무식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전혀 아니다. 말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것뿐이다. 우리말과 영어의 차이라고 보면 이해하기 쉬울 듯 하다."
-건청인과 농아인 사이의 갈등이 빚어지는 가장 큰 원인이라면.
"서로간의 오해다. 농아인들은 건청인들끼리 웃고 떠들면 자신의 욕을 한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건청인들은 청각장애인들의 손동작이 커지면 화를 낸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 상대가 못 알아 들으면 답답해서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수화 교실을 열어 일반인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수화를 정의한다면.
"수화는 손으로 말하는 '하늘의 언어'다. 물론 말의 미묘한 어감을 다 표현할 순 없다. 하지만 수화 덕분에 공부할 수 있고 소통할 수 있고 복음을 전할 수 있다. 감사한 하늘의 선물이다."
-수화 교실 반응은 어떤가.
"수화 찬양을 접하고 아름다운 모습이 보기좋아 오시는 분이 많다. 그런데 보기엔 아름답지만 배우려면 굉장한 인내가 필요하다."
-과정이 어렵나.
"단어 2000개를 외우는 초급과정만 16주다. 단어를 조합해 문장을 배우는 중급 관용적 표현을 배우는 고급까지 2년이 걸린다. 다 배운다고 해도 사용하지 않으면 대화하기 어렵다. 영어의 문법을 배웠어도 말하기 어려운 것과 비슷하다."
-관용적 표현을 왜 마지막에 배우나.
"관용사라고 한다. 왜 그 말이 그 뜻인지 알려면 유래부터 배워야하기 때문에 오래 걸린다."
- 예를 든다면.
"'할 수 있다'는 말은 수화로 원래 세 단어를 써야 하지만 관용적 표현으로는 '파'라고만 말하면 된다. 파는 구화법을 배우는 청각장애인들이 촛불을 앞에 놓고 발음연습을 할때 가장 발음하기 어려워 하는 단어다. 그래서 파를 말할 수 있다는 것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뜻이 됐다."
-일반인들이 쉽게 쓸 수 있는 수화 표현을 가르쳐달라.
"놀랍다고 할 때 건청인들도 양쪽 눈이 빠지는 동작을 한다. 수화도 같다.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랍다는 뜻이다. 또 목을 손으로 치는 동작을 하면 '너 끝장이야' '잘렸어'의 뜻이 된다."
-청각장애인 사역을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꼈을 때는.
"우리 사역은 한 손에는 복지 또 다른 손에는 복음을 들고 한다. 복을 주는 사역이다. 한 임신부가 있었는데 검진부터 출산까지 병원에 동행해 통역을 해줬다. 순산했을 때 기쁨은 평생 잊지 못할 듯싶다."
-TV광고를 찍었다고 들었다.
"내가 출현한 것이 아니라 광고에 수화 통역을 가르쳤다.(웃음) 한국에서 방송된 애플사의 아이폰4 광고다. 페이스타임(FaceTime)이라는 화상통화 기능을 선전하려는 애플사의 발상이 신선했다. 한국과 미국에 사는 한인 연인들이 수화로 화상통화를 하는 광고였다. 출연한 배우 2명 모두 한인이었지만 미국사(영어 수화)밖에 못해 한국사(한국 수화)를 가르쳐줬다. 지난해 8~9월에 한국에서 방송됐다고 하더라."
-농아교회에 가장 필요한 것이 있다면.
"선교가 저희 교회의 꿈이다. 전세계 농아 선교사들을 돕고 싶다. 또 청각장애 2세 학생들을 위한 지원도 필요하다. 영어사(영어 수화)를 할 줄 아는 교사가 필요하다. 수화를 몰라도 자원봉사할 의향만 있으면 된다. 또 가정 형편상 이비인후과 진료를 받지 못하기도 하고 보청기를 살 수 없는 아이들도 도움이 필요하다."
-들리지 않는데 보청기가 필요한가.
"난청에도 단계가 있다. 말을 듣진 못하지만 희미하게나마 울림을 느낄 수 있는 청각장애인들에게 보청기는 큰 도움이 된다. 찬양의 박자만 느낄 수 있어도 축복이다."
▶도움 주실 분들:(714)334-4117 강순례 사모
31년전 농아인 다섯 가정 모여 창립
남가주농아교회는
남가주농아교회는 1980년 9월30일 LA한인타운에서 이진구 목사를 중심으로 농아인 다섯 가정이 모여 창립했다. 1995년 2대 목사로 류수렬 목사가 취임했지만 4년 만에 사임했다. 퇴임했던 1대 이진구 목사가 다시 맡아 2006년 강상희 목사 부부가 3대 목사로 부임할 때까지 26년간 교회를 이어왔다. 2005년부터 은혜한인교회 지교회로 편입돼 후원을 받고 있다.
현재 교인수는 50여 명이다. 이중 40명이 청각장애인이다. 한국사(한국 수화)를 사용하는 1세가 70% 정도이고, 나머지는 미국사(영어 수화)를 쓰는 2세다. 교인들의 연령은 고등학생부터 80대까지 다양하다.
교인수는 더디지만 늘고 있는 추세다. 강 목사 부부가 부임한 6년 전에는 30명 수준이었다.
미국 전역 농아교인수의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남가주농아교회와 연합한 농아교
회가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애틀랜타, 워싱턴 D.C., 뉴욕에 각각 하나씩 있다. 매년 6개 농아교회가 한차례씩 연례모임을 갖는데, 참석하는 청각장애교인 수는 200명 정도 수준이다.
교인수가 적은 이유에 대해 강 사모는 "청각장애인들은 복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면서 "특수사역자들 사이에서는 농아인 한 영혼이 건청인(비 청각장애인) 100명과 맞먹는다고 할 정도로 복음을 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청각장애인을 교회로 이끌기 어려운 현실은 최근 한국의 한 조사에서도 두드러진다.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은 부산 에바다농아교회의 이우복 목사에 따르면 한국 내 전체 청각장애인은 35만 명이지만 이중 기독교인은 2%에 불과한 7000여 명에 불과하다.
청각장애인에 대한 에티켓
1. 청각장애인들은 분위기를 읽을 줄 안다. 듣지 못한다고 함부로 대하거나 반말을 해서는 안된다.
2. 수화를 못한다고 해도, 필기법으로 청각장애인들과 충분히 대화할 수 있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해하려는 시도가 중요하다.
3. 청각장애인들은 대화에서 소외되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 동석시에 건청인(정상인)들끼리 귓속말을 하는 것은 삼간다.
4. 청각장애인이 가장 불편할 때가 급한 일이 있어도 전화를 쓸 수 없는 경우다. 전화통화를 부탁받았다면 원하는 내용을 충분히 파악한 뒤 도와준다.
5. 구화법(입모양을 읽는 대화)을 사용하는 청각장애인과 대화할 때에는 계단을 내려가면서 이야기하는 것은 피한다. 장애인들은 얼굴을 보면서 이야기하기 때문에 자칫 발을 헛디뎌 다칠 수 있다.
정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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