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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 마당] 사막의 경이를 찾아

김성옥 / 한국수필작가회 이사

때때로 가족 여행이나 멀리서 손님이 찾아오면 빼놓지 않고 구경을 시켜드리는 곳이 라스베이거스이다. 그 곳은 원래 멕시코 땅이었고 스페인어로 '광야'라는 뜻이 담겨 있다.

네바다 주의 사막 한 가운데 세워진 이 도시는 객실 수 5천개가 넘는 세계 최대의 호텔들 도박과 쇼 환락의 관광지인 명소이다. 형형색색의 전구로 전신갑주를 입고 밤의 잔치를 시작하는 세상에서 야경이 무척 아름다운 곳 중 하나이다. 황폐뿐인 사막에 사람들은 1930년대 후버댐을 만들어 라스베이거스에 물과 전기를 공급해 준다하니 젖줄을 대는 어머니와 같다.

지난밤은 네온사인이 화려한 거리를 오랜동안 구경하며 즐겼기에 아침 늦어서야 기상을 했다. 밤의 현란함에 비하면 죽음처럼 조용한 아침이다. 호텔 역시 한적함은 마찬가지였다. 우리 일행은 뷔페식당에서 아침 겸 점심 식사를 했는데 저렴한 음식가격이 놀라웠다. 식사를 마친 후 자동차로 15번 길 동북쪽으로 50마일에 위치한 고도 2000~2600피트 되는 야트막한 불의 계곡으로 향했다.

지난번 이곳에 왔을 때 바람이 강하게 불었던 것이 기억나 오늘은 잠잠한 날씨였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갖고 모아파 인디언 보호구역을 지나 입구에 도착하니 한 시간이 채 안 걸렸다. 공원 중심에 위치한 안내소에 들러 인디언들의 풍습과 유물을 둘러보고 지형과 지질의 변화도 배우며 마음에 드는 기념품을 샀다. 20불의 입장료를 지불하고 나와 길섶의 바위를 보니 구멍이 몇 개씩 숭숭 뚫려 있었다. 한 두 사람정도 들어가기 좋은 크기라 여기저기 들어가 기념사진을 찍었다.



불의 계곡은 네바다 주에서 가장 오래된 주립공원으로 3만4880 에이커이며 1935년에 구획이 정해졌다. 붉은 사암은 공룡시대 때부터 있었던 모래언덕이 변화되어 바위로 변한 것이다. 1억5천만 년 전엔 바다였을 것이고 지진과 화산 폭발 같은 자연 현상으로 인해 온통 햇빛이 반사되어 마치 불에 타는 것처럼 보여 이름을 불의 계곡이라고 지은 것이다. 예전에는 푸에블로 인디언과 모아파 밸리에서 온 농부들이 BC300~AD1150년 까지 살았다고 한다. 근처에 물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냥과 종교의식에 따라 지냈음을 벽화를 보고 추정해 볼 수 있었다.

오랜 풍상을 겪는 동안 기기묘묘한 적색 바위들은 코끼리와 거북이 모양 아치 스타일 등등 저마다 특색으로 장고의 세월을 버티고 있는 모습이 멋지고 엄숙했다. 안내소 뒤쪽으로 가노라면 모세의 언덕이 나오는데 성경의 출애굽 당시에 황량한 광야를 상징한 듯했다.

서쪽엔 인디언들이 새겨놓은 조각과 상형문자를 관람하라고 친절하게 철골로 긴 사다리를 만들어 놓아 끝까지 올라가게 되어 있었다. 해와 달 사냥하는 모습 등 원시인들의 삶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토록 척박한 땅에서도 오랜 세월을 살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신념이 조상의 땅이라는 믿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힘든 생을 보낸 인디언들을 생각하니 연민과 함께 춥고 더움도 인내하지 못하는 내 자신을 돌아보며 숙연해졌다. 겨울엔 0도에서 24도 여름엔 38도에서 49도의 전형적인 사막기후로 일교차가 심해 거센 바람과 소나기가 쏟아지면 천둥과 번개까지 쳐대니 얼마나 무섭겠는가. 연간 강우량이 4인치 정도의 비가 내린다니 목이 마른 생존의 현장이다.

라스베이거스를 찾는 여행자들은 게임과 쇼 관람 온갖 명품들이 진열된 샤핑에 마음을 빼앗겨 근거리에 있는 불의 계곡을 알지도 못하고 찾는 발길도 뜸하다. 주립공원이지만 인파가 적어 매우 한적하고 적막하다. 광대한 미국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없는 이곳은 일 년 내내 개방하고 방문객을 기다린다. 봄이나 가을에 오면 감격과 환희로 가슴 벅차 원수도 사랑하고 싶은 뜨거운 마음이 드는 곳이다.

요즈음은 이곳에서 영화나 자동차 광고 같은 커머셜 사진을 찍는다. 스타 트렉 영화에서 캡틴 커크가 죽는 장면과 트랜스포머의 오토볼이 군용차로 질주하는 장면을 찍었는데 그 촬영현장을 직접 보니 반갑기 그지없었다. 1956년 6월 30일에 관광도로로 지정된 동서 10.5 마일을 가로질러 공원 동쪽으로 나가 169번 도로를 따라가면 콜로라도 강줄기를 만난다. 로키 산맥에서 형성된 수많은 물줄기들이 모여서 흘러내리는 콜로라도 강은 콜로라도 유타 애리조나 네바다 캘리포니아 주를 거쳐 멕시코의 바하 캘리포니아로 흘러가 태평양으로 합쳐진다. 이 길을 지나노라면 붉은 바위에 매료되어 열기 오른 마음을 시원한 강 바람에 식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길게 흐르는 물줄기를 막아 미드 호수를 만들었고 연간 40억 와트를 생산하는 후버댐을 완공했다. 수영을 하고 수상 스키나 보트도 타고 농어 낚시를 하는 사람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강 주변의 계곡에는 천혜의 노천 온천들이 두세 군데 있다. 뜨거운 미네랄 온천이 바위 사이로 아니면 지하에서 흘러나온다.

노천 온천에서만은 나체를 허용하는 미국법이다. 적나라한 모습으로 온천을 즐기는 사람들을 대놓고 바라보기가 민망해 손으로 눈을 가리지만 호기심은 어쩔 도리가 없다.

모래땅 작렬하는 태양아래 그늘조차 찾을 수 없는 사막을 인위적인 지혜와 기술 자본을 총 동원하여 아름다운 오아시스를 만들었다 해도 신이 만든 자연의 예술품과 어찌 감히 비교하겠는가. 그 분은 위대하고 신선한 작품들을 만드시고 그 자연의 작품들을 통해 우리에게 삶의 겸허함과 감동 침묵의 가르침을 주신다.

해 질 무렵 귀로에 오른 우리는 159번 도로 서쪽에 위치한 레드 락 캐년에 들렀다. 그곳에는 조각 같이 깎아 낸 3000피트 높이의 붉은 바위들이 모여 있는데 13마일 거리의 절경을 일출이나 일몰시에 보게 되면 저절로 감탄과 탄성이 나오며 두 손이 모아진다. 백번 듣는 것 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낫다는 말을 실감하게 되기 때문이다.

자연과의 만남은 정신을 윤택케 하는 비타민이며 여행이란 새로운 견문과 사유의 영역을 넓히는 좋은 공부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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