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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자서전을 읽다*

임의숙(시인·뉴저지)

외 줄 하나에 몸을 감은 저 사내

알파벳의 간판 아래 현기증이 아찔하다



잘못 꾸어진 꿈들이 대서특필된

사건의 진상이 빼곡히 채워진 유리창

‘생명보험’이라는 제목을 달고 구름의 스케치와 먼지들의 결 진

광고가 인쇄된 기사는 옆 건물로 반사돼 복사되었다

빌딩과 빌딩 협곡 사이로 흐르는 사건의 전말은

12번가 불개미와 전갈의 오래 묵은 눈싸움이 총성을 쏘았고

47번가의 알코올 중독 노숙 쥐가 옛 앵커맨이었다는

바람이 단독 취재한 간밤의 특종이다

평화의 새 비둘기가 배설물로 인증을 찍었고

사건은 일단락되었다는데.

지우개의 부스럼처럼 사건의 줄거리가 흘러 내린다



허공에 의자 하나 걸쳐 앉은

사내는 자서전을 집필 중이다



독경을 외듯 잔잔한 리듬으로 옮겨가는 그의 몸짓 하나하나에

들숨과 날숨이 숨을 죽이고 롤러코스터를 타듯 이야기가 굴곡을 그릴 때마다

우리는 애 닳는 독자가 된다

찡그린 이마에 손을 짚고 읽어 내려가는 호기심으로 시작한

첫 장에서부터 발이 땅에 닿는 마지막 장까지

서커스의 곡예사와 번지점프의 희열이 타 들어가는

사내의 이야기는 결국 우리였다.



스파이더맨의 영상을 재편집하는 어느 이국 아이가 서 있다



바람이 뒤척일 때마다 우리의 자서전이 위태롭다.



-2011년 재외동포문학상 시 부문 대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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