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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민 기자의 인물로 보는 영화] 도가니

경악하라. 이것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 영화가 된 작품이다. 그리고 잊지마라. 현실은 이것보다 더욱 처참하고 잔혹했다. 이억만 리 떨어진 한국 땅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심리적 거리도 그렇게 둘 수 있을까. 아니다. 터져나오는 탄식을 참지 못하고 주체할 수 없는 분노를 불사를 수밖에 없으리라.

아무리 나 살기 바빠 세상 일에 관심 끄고 산다 할지라도, 우리 안엔 양심과 선의가 살아 있다. 사람은 사람다워야 한다. 영화 '도가니'는 우리에게 그것을 일깨워 준다. 원작은 공지영 작가의 소설 '도가니'다. 2005년 세상의 오랜 침묵을 비집고 새어 나왔던 신음을, 광주 인화학교의 실제 사건을 극화한 작품이다. 14일부터 CGV 개봉. 이제, 진실과 마주할 시간이다.

강인호·공유
진실·정의 위해 일어선 장애인학교 교사


인호는 청각장애인 학교 자애학원의 미술 교사다. 부인을 잃고 홀어머니와 아픈 딸을 부양해야 하는 그는 딸의 수술비를 위해 이 학교에 왔다. 취직을 담보로 돈을 요구하는 학교의 부조리도 묵묵히 참아가면서. 아이들과 가까워지며 그들이 학교 선생들에게 얼마나 학대받아왔는지 알게 된다. 그래서 떨치고 일어난다. 진실을 위해, 정의를 위해. 주인공 인호 역을 맡은 공유는 군 복무 시절 공지영 작가의 원작 소설을 접하고 완전히 매료돼 작품의 영화화에 직접 발벗고 나선, 영화 '도가니' 제작의 일등 공신으로 알려졌다. 따스하면서도 한층 깊어진 내면연기가 공유의 배우 인생에도 또 다른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서유진·정유미
약자위해 뜨거운 눈물 흘리는 인권 운동가


그녀는 무진 인권운동 센터의 간사다. 당차고 거침없지만 약자를 위해서 만큼은 진심으로 눈물을 흘리는 뜨거운 심장도 가졌다. 우연한 기회의 인호를 만나 자애학원의 끔찍한 현실을 알게 된다. 참을 수가 없어 앞장서 싸우러 나선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이 우리를 바꾸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라 외치며.

원작 소설 속 서유진은 인호의 학교 선배이자 홀로 두 아이를 키우는 이혼녀로 묘사됐지만, 영화에서는 정의감에 넘치는 젊은 여성으로 등장한다. 배우 정유미는 "내가 이 작품을 감당할만한 그릇일까 고민도 많았지만 실제 사건 해결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 영화에 합류하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연두·김현수, 유리·진유리, 민수·백승환
학대 속 끔찍한 하루하루…'작은 용기'로 맞서는 어린 학생들


사고로 청력을 잃었지만 영특하기 그지없는 연두, 청각 장애에 지적 장애까지 겹쳤지만 순진하고 해맑기만 한 유리, 교직원들의 학대를 견디다 못해 자살한 동생을 잃은 분노로 괴로워하는 민수. 셋은 지옥 같은 자애학원에서 끔찍하기만 한 하루하루를 견뎌내는 어린 학생들이다. 깊은 상처에 인호를 경계하고, 세상에 대한 두려움과 불신에 침묵하지만 점차 마음을 열고 진실을 위해 용기를 낸다. 절망적 상황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시작하는 것이다. 세 아역배우는 치열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됐다. 쉽게 견뎌내기 힘들 법한 원작의 무게를 당당히 이겨내며 타고난 연기력을 뽐낸다. 함께 출연한 성인 배우들이 '연기를 위해 태어난 아이들 같다'고 극찬했을 정도다.

이경민 기자 rache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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