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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미국판 '도가니'

- '내부고발자'를 보고 -

한국에선 <도가니> 라는 영화가 커다란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며 흥행 몰이 중이다. 9월 22일에 개봉한 이래 10월 9일까지 누적 관객수가 378만 명에 이르고 있다. 2005년 광주 지역에서 실제 있었던 청각장애인 학생에 대한 성폭행 사건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미국에도 이와 맥을 같이 하는 영화가 있는데 <내부고발자> (The Whistleblower)가 그것이다.

1999년 인종 청소 광풍이 쓸고 간 보스니아에 세계 각국에서 평화유지군이 들어와 치안 및 질서 유지를 돕는다.

미국 네브라스카주 링컨에서 경찰로 일하고 있던 캐시 (레이첼 와이즈 분)는 이혼 후 딸 양육권을 전 남편에게 빼앗겼다. 딸을 자주 볼 수 있도록 전 남편의 집 근처로 이사하기 위해 돈이 필요했다. 마침 고액의 연봉을 제공하는 평화유지군에 대해 듣고 지망하여 사라예보로 파견된다. 그녀가 현지에서 맡게 된 일은 가정 폭력이나 매춘 등과 관련된 문제들이다.



인근 바에서 일하고 있는 어린 소녀들이 각국에서 인신 매매로 팔려와 강제로 접대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이들을 고국으로 돌려 보내려고 한다. 그러나 조사 과정에서 이러한 인신 매매에 평화유지군과 외교관 및 현지 경찰 조직이 깊숙이 관여돼 있다는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된다. 캐시는 우크라이나에서 팔려온 두 소녀를 법정 증언토록 설득시켰으나 이 사실로 인해 두 소녀는 더욱 위험한 상황으로 빠지게 되고…

‘내부고발’이란 여간 해서는 실행하기 어려운 일이다. 자신이 소속된 조직의 구성원들로부터 따돌림 당하는 건 물론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생명의 위협까지 각오해야 한다. 일반 대중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배신자처럼 취급 받기 십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협심이 넘치고 용기 있는 사람들은 내부고발을 행동에 옮긴다.

자기 자신에게 불이익이 올 것을 뻔히 알면서도. 내부고발은 조직의 발전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고인 물은 썩듯이 어느 조직에나 기존 세력들의 기득권을 지키고, 나아가 자기들의 이익을 챙기기 위한 비리와 비행이 생기기 쉽다. 이를 외부에서 발견하고 메스를 가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내부에서 사정을 잘 아는 누군가가 뇌관을 터뜨려야 한다. 그러나 배신자로 낙인 찍히게 될 터이고, 내부고발자에 대한 보호 장치가 미흡한 상태에서 감히 누가 그런 십자가를 지겠는가?

영화는 인신 매매와 강제 매춘의 참혹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를바로 잡아보려고 거대한 조직을 상대로 고독한 투쟁을 벌이는 한 외국 여성 경찰의 안타까운 모습을 아카데미상 수상자인 레이첼 와이즈의 연기를 통해 씩씩하게 보여준다.

계란으로 바위 깨기 같지만 꼭 필요한 일이다.

명배우 바네사 레드그레이브와 이탈리아 최고의 미녀로 꼽히는 모니카 벨루치, 연기파 중진 데이비드 스트라테언이 공연한다.

메가폰은 우크라이나계 캐나다 감독인 라리사 콘드라키가 잡았다.


최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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