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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상징'이 '멋스런 예술'로 탈바꿈…전통 지닌 '빈티지 정크' 인테리어

낡은 고기잡이 어선, 식탁·의자로 활용하기도
긴 세월 견딘 '이야기·역사'가 진정한 값어치

‘쓰레기도 자원이다’. 먹고살 게 없던 시절의 구호가 아니다. 먹고 쓸 게 넘치다 못해 쓰레기가 지구를 뒤덮어가는, 그래서 쓰레기의 압박에서 벗어나야만 하는 작금의 얘기다. ‘녹색성장’ ‘환경친화’처럼 엄숙하고 준엄한 용어로 설명하지 않더라도, 쓰레기는 이제 우리가 써야 할 자원의 범주 안에 들어와 있다.

‘쓰레기도 가구다’. 정말? 정말이다. 인도네시아의 낡은 고기잡이배가 식구들이 둘러앉는 식탁과 의자로 변신하고, 1940년대 미국의 푸른 약병이 화장대 위에서 어떤 향수병보다 깊은 향기를 뿜어낸다. 참고 인내하며 어렵게 쓰는 게 아니라 삶의 여백을 즐기며 사용하는 멋진 가구다. 최근엔 ‘낡은 척’만 했던 빈티지를 넘어 정말 쓰레기가 돼버린 것들이 인테리어의 장으로 뛰어들어왔다. 일명 ‘빈티지 정크’다. 역사(history)와 이야기(story)를 담은 빈티지 정크 인테리어의 세계를 들여다 봤다.

빈티지와 앤티크는 생산연도에 따라 다르게 분리된다. 100년 이상 묵은 희귀한 아이템을 앤티크라 일컫는다. 빈티지는 1920년대부터 80년대 대량생산 시기에 만들어졌다. 핸드메이드가 아닌 공장 '출신'도 많다. 당연히 가격 면에서 차이가 난다. 그러나 빈티지 중에서도 1920년대와 30년대 제품들은 옥션에서 준(準)앤티크 반열에 올랐다.

그동안 유행했던 빈티지 스타일은 빈티지라도 제법 쓸 만한 빈티지였거나 빈티지처럼 '보이는' 데 주안점을 뒀다. 나무로 된 사과 상자를 리폼할 때 사포로 페인트 칠을 벗겨내 낡은 느낌을 내는 식이다. 그러나 빈티지 정크는 다르다. 진짜다 못해 쓰레기에 가깝다. 일부러 찢어서 멋을 낸 청바지가 아니라 너무 오래 입어 저절로 해진 넝마라고나 할까. 코카콜라 로고마저 '써금써금하게' 파먹힌 빨간색 철제 아이스박스 건전지를 갈아끼우는 부분에 파랗게 녹이 슨 제너럴 일렉트릭 라디오 초록색 날개에 먼지가 앉은 웨스팅하우스 선풍기 같은 것들이 이 세계에선 보물로 대접받는다.

오랜 시간을 견딘 것들의 매력

빈티지 정크 매니어들은 물건 자체보다 그 속에 스며든 이야기와 역사를 본다. 주방저울의 효율성으로만 치면야 최신식 전자저울이 낫다. 그러나 빈티지 정크 매니어들은 수십 년 전 먼 이국땅에서 가정주부 에이미가 사용했던 양팔 저울이 바다 건너 내 손에 오기까지의 방대한 여정을 구매하는 것이다. 물건들의 생산시기는 대략 1920년대부터 1980년대 사이. 두 차례나 세계대전을 거치고 대량생산과 대량소비가 일상화된 시기다. 그 와중에 공장에서 찍어내기 편리하도록 모더니즘 열풍이 불었다. 이전까지와는 사뭇 다른 '초현대식' 일렉트로니카의 향연도 벌어졌다. 대중이 열광하는 물건들이 근대적 세련성과 전근대적 감수성이 만나는 접점에서 아슬아슬하고 불완전한 매력을 갖고 태어났다.

빈티지 정크는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쉴새없이 대량생산되는 수많은 경쟁자들 사이에서도 용케 휘어지거나 부러지지 않고 형태를 유지했다는 것만으로도 가치를 인정받는다. 녹슬거나 해지거나 영광의 상처가 있으면 있는 대로 의미가 부여된다. 생존자들이기 때문이다. 처음엔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나온 똑같은 물건들이었지만 세월의 더께가 쌓이면서 남다른 사연을 가진 유니크한 아이템으로 변모한 것이다. 더구나 에코 재활용이 메가트렌드가 돼버린 시대다.

그렇다고 헐값은 아니다. 우리 부모 세대의 선망이었던 골동 제니스 라디오나 책받침만 한 웨스팅하우스의 구릿빛 탁상용 선풍기는 400달러선에서 판매되기도 한다. 오랜 시간 동안 깨지지 않고 버틴 60년 묵은 약병이나 나무로 만들어진 것들은 훼손되기도 쉬웠던 만큼 크기에 따라 값어치가 더 나간다.

낡은 것들과 함께 사는 법

빈티지 정크 인테리어는 일반 가정보다는 카페 등 특별한 공간에서 실험적으로 시도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오래된 물건들인 만큼 존재감이 강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이 많지만 의외로 수더분하게 공간에 녹아든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모든 공간과 아이템을 빈티지 정크로 채우는 건 위험하다. 자칫 잘못하면 '당집'처럼 우중충해진다. 기존에 소프트 빈티지 오브제만을 갖추거나 빈티지를 흉내 낸 스타일로 꾸몄던 집에는 진품 빈티지 정크 아이템 하나가 화룡점정이 될 것이다. 모던한 공간에도 어울린다. 빨간색으로 시공한 벽에 빨간 칠이 군데군데 벗겨진 빈티지 로봇을 세워두어도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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