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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함부로 한다? 바로 응징하라"

'로마인 이야기' 작가의 '자식에게 강한 엄마는…"

'로마인 이야기'의 작가 시오노 나나미(사진)는 역사의 흥망성쇠 속에서 훌륭한 어머니상(像)을 찾았다. 잘난 자식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더 잘난 엄마를 그는 꿈꿨다. 그러면서 그는 "어렵지만 즐거운 작업"이라며 엄마 노릇에 만족해했다.

올해로 일흔 넷인 시오노 나나미가 다시 화제의 중심 인물이 됐다. 신작 '십자군 이야기'의 인기 덕이다. 그는 e-메일 인터뷰에서 "젊었을 때는 살기 위해 공부하고 생각하고 글을 썼지만 지금은 공부하고 생각하고 글을 쓰기 위해 살아간다"고 했다.

하지만 이토록 왕성한 시오노의 창작열에도 '휴지기'는 있었다. 바로 외아들 안토니오 시모네(37)의 유아기 때다. 시오노는 1972년 '신의 대리인'을 출간한 뒤 80년 '바다의 도시 이야기'를 펴내기까지 무려 8년 동안 작품 활동을 하지 않았다. "아이가 어렸을 땐 오전에만 일을 하고 오후시간엔 아이와 함께 보내려고 작정을 했는데 그마저도 시간을 내기 어려웠다"는 게 그가 밝힌 이유다. 세계적인 작가 자리보다 엄마 역할을 더 중요하게 여겼던 시오노. 그의 '엄마론(論)'을 따라가봤다.

▶대화의 주도권을 쥐어라



시오노는 "자녀와 대화할 때 부모가 의식적으로 대화의 테마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화의 주도권을 부모가 쥐라는 얘기다. 자녀가 원하는 대화의 주제를 찾기 위해 눈치볼 필요도 없다. 그런 식의 타협은 자식들도 싫어한다. 시오노는 "부모는 부모 자식은 자식이어야 오히려 대화가 자연스럽고 오래 이어진다"고 했다.

대화 중 난폭한 말대꾸는 절대로 봐줘서는 안된다. 특히 어머니한테 버릇없이 말대꾸를 하도록 내버려두는 건 금물이다. 시오노는 "누구나 인간 관계의 기본을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만들어간다"면서 "어머니에게 버릇없이 행동하다 보면 다른 사람한테도 거리낌이 없어진다"고 했다.

시오노는 자식이 잘못을 했을 때는 '즉각 응징'을 권했다. "너 그렇게 하면 화낸다" 식의 사전 경고를 하면 아이는 맞설 태세를 취하게 되고 도리어 반항심이 싹틀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럴 겨를을 주지 말고 잘못한 즉시 혼을 내라는 게 시오노의 해법이다.

▶'마더 콤플렉스'를 꿈꿔라

시오노는 '마더 콤플렉스 예찬론'을 펼쳤다. 어미의 영향력이 유소년기뿐 아니라 성인이 된 후까지 강하게 작용하는 게 뭐가 나쁘냐는 주장이다. 시오노는 마더 콤플렉스를 두 가지로 구별했다. ▶자식이 못나 같은 정도로 못난 어미의 영향을 받는 '낮은 수준'의 마더 콤플렉스 ▶자식이 꽤 잘났으나 어미도 못지않은 인격을 갖췄기에 자식이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는 '높은 수준'의 마더 콤플렉스 이렇게 두 가지다. 시오노는 "알렉산드로스 대왕 율리우스 카이사르 등 상당수 역사적 영웅들이 높은 수준의 마더 콤플렉스를 갖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들 뒤에는 용의주도하고 정열적이고 재능있는 어머니가 있었다는 것이다.

반면 아버지의 역할에 대해 시오노는 야박하다 싶을 정도로 무시하는 입장을 취했다. "동물의 세계에서 보듯 부친은 씨를 뿌린 다음에는 '부재'가 당연하고 늘 있는 편이 도리어 이상하다"고 했다. 또 "그 '씨'를 키우는 것은 절대적으로 어머니의 권리"라면서 "당당히 어머니의 영향력을 행사하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어머니의 영향력은 어떻게 발휘돼야 할까. 자식이 성장함에 따라 어머니의 역할에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게 시오노의 귀띔이다.

어렸을 때는 뭐든 시중을 들어주는 관계였겠지만 자란 뒤에는 매사에 의논상대가 돼주는 관계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 큰 자식들의 신변잡기 뒤치다꺼리에 종종거리는 수준의 영향력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는 일침이다.

▶자식의 '홀로서기'가 목표

어떤 동물이든 부모는 자식을 성심성의껏 돌보고 키워주지만 목표는 자식의 홀로서기다. 인간세계도 마찬가지다. 빨리 잘 키워서 떠나보낼 생각을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시오노는 "부모의 사랑은 연인의 사랑과 달라야 한다"고 짚었다. 연인의 사랑은 되도록 오래 자기 곁에 붙들어놓고 싶어하는 마음이지만 부모의 사랑은 빨리 독립시키려는 마음이 앞서야 한다는 것이다.

시오노는 모국어 공부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세계 어디에서나 살아갈 수 있는 사람으로 키우려면 외국어 공부를 시키는 게 중요하다"면서도 "외국어보다 중요한 것은 모국어"라고 꼬집은 것이다.

말 자체보다 그 속에 들어있는 '콘텐트'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시오노는 아들을 키우며 늘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라고 물었다. '자기 머리'로 스스로 생각하는 훈련을 시킨 셈이다.

시오노는 실제 어떤 엄마?

"직장맘도 양육 책임에는 차이가 없죠"


속에는 강하고 단호한 육아원칙이 있었지만 겉으론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어린 아들이 열에 들떠 몽롱해진 눈으로 "엄마"라고 부르면 가엾어서 곁을 떠나지 못했다고 한다. 아들이 고교 졸업 전까지는 아들만 이탈리아에 남겨두고 일본 출장을 가는 일도 꺼렸다. 시오노는 숱한 인터뷰에서 '일과 자녀양육 중 무엇이 더 중요한가'란 질문을 받았다. 그의 대답은 한결같이 "엄마 노릇이 더 중요하다"였다. "일이 잘되면 아이를 키우는 데도 여유가 생길 것 같아 일을 열심히 했다"는 것이다.

시오노는 2009년 아들과 공저로 '로마에서 말하다'를 펴냈다. 책의 출간에 얽힌 이야기를 들어보면 시오노의 아들에 대한 애정이 어느 정도인지 엿볼 수 있다. 시오노가 출판사 편집자들과 만났을 때 아들 얘기를 가끔씩 했다고 한다. 편집자들이 "영화를 평가하는 아드님의 시각이 흥미롭군요. 글을 써보게 하면 어떨까요"라고 권했다. 그래서 아들에게 글을 쓰라고 했는데 "40년을 글로 먹고 살아온" 엄마의 눈에 "'상품'이 안 되겠다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가 대화 형식의 책을 제안했고 아들이 정리한 원고에 엄마가 '재주'를 부려 책으로 엮어냈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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