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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 특별기획] 능통한 8개 국어 중 과학적인 언어?…"한국어가 으뜸"

에스티로더 크리스토퍼 우드 수석 부사장

8년간 한국지사장 근무
"외모 빼면 난 한국인"
뉴욕서도 한국학교 등록


“한글은 어떤 언어보다 과학적입니다. 제게 30분만 주면 타민족에게 한글을 어떻게 읽고, 발음할 수 있는지 가르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원리만 알면 처음엔 배우기가 쉽다는 말입니다.”

국어학자의 말이 아니다. 스스로 “내 외모만 아니었다면 당연히 난 한국인”이었을 것이라고 강조하는 한 백인의 진지한 평가다.

한글날을 사흘 앞둔 6일, 세계적 화장품기업 에스티로더그룹의 크리스토퍼 우드(51) 수석부사장을 만났다.

뉴욕에서 태어난 그는 한국어뿐 아니라 영어와 스페인어·프랑스어·일본어 등 8개 국어에 능통하다. 캐나다의 외교관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전 세계를 돌아다녔던 영향이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언어 중 한국어가 으뜸”이라는 그의 평가엔 무게가 실린다.

우드 부사장은 지난해 뉴욕 본사로 발령나기 전까지 8년 여 동안 한국 지사장으로 근무했다. 2003년부터 2년 동안 일본 지사에 근무한 뒤 본사로 올 수 있었지만 한국 지사장으로 자원했다. 한국에 있는 동안 아내 김지숙(36)씨를 만났고 세 아이도 낳았다.

뉴욕에 와서도 그의 한국 사랑은 변함 없었다. 한인 교회를 다니고 새로 만난 친구도 대부분 한인이다. 소중한 사람들에게는 ‘한글’ 디자인이 된 넥타이를 선물하고, MP3 플레이어도 ‘아이팟’이 아니라 한국 브랜드 ‘아이리버’를 사용할 정도다. 최근에는 브롱스에 있는 뉴욕한국학교에 자녀들과 함께 등록했다.

“아이들은 한국어와 문화를, 나는 고급 한국어와 한자를 배웁니다. 아내도 한국 문화반에 등록해 토요일 오전엔 온 가족이 한국어와 문화를 공부하지요.”

한국어 교육의 ‘대모’인 허병렬 뉴욕한국학교 이사장은 이런 그에 대해 “어느 누구보다 한국을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가 처음부터 한국을 사랑한 것은 아니다. 처음엔 단지 한국 지사장 직책을 맡게 돼 한국에 가게 됐을 뿐이다. 하지만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그는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와! 세상에 이런 곳이 있다니.’ 처음부터 보고 경험하는 모든 것을 "이상하리만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그는 고백했다. 떡볶이 등 매운 음식뿐 아니라 한글과 아름다운 자연경관까지 하나 하나가 그에겐 매력 덩어리였다.

그렇다면 왜 그토록 한국에 끌렸던 것일까. 고민하던 그는 “끈끈한 가족애”라고 말했다. “미국과 달리 한국에서 가족은 평생 함께한다고 할 정도로 중요합니다. 그만큼 가족 문화가 끈끈하다는 점인데 난 한국의 아름다움이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그에게 마지막으로 ‘지금 당장 한국에 가야 한다면’이라고 질문을 던졌다. 그는 “당장이라도 한국에 가고 싶다. 한국을 사랑하는 것도 있지만 한국인인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서다”고 답했다. 한국의 참 아름다움을 ‘가족애’라고 꼽은 그의 가족사랑을 엿볼 수 있는 대답이었다.

강이종행 기자 kyjh69@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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