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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배우면서 한국 문화·역사도 알게 되지요"…어바인 일본문화센터 한국어반

오는 9일은 한글날이다.

어쩌면 한글날은 한국어가 무의식적으로 호흡하는 공기처럼 여겨지는 한국인보다 한국어를 통해 뿌리의식을 되새기는 미주한인들에게 더 특별한 의미가 있는지도 모른다.

한인사회에서도 한국어를 배우지 않는 후손들이 상당수 눈에 띄는 지금 오렌지카운티 한 켠에선 일본계 주민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565돌 한글날을 앞두고 어바인 일본문화센터에서 제공되는 한국어 강좌 수강생들을 만나봤다.



"그들은 한국어를 통해 한국을 배운다."

5일 오전 9시30분. 일본문화센터에서 만난 이아영 강사는 일본계들이 한국어를 배우려는 이유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수강생들은 한국에 호감을 갖고 한국에 대해 알고 싶어한다. 외국어를 습득한다는 기능적 측면과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배운다는 면을 동시에 충족하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강사는 지난 해 1월부터 이곳에서 한국어 강좌를 열었다. 일본계를 위한 한국어 강좌로는 최초이다. 일본문화센터에서 강좌를 꾸리게 된 것은 이 강사의 일본어 실력 덕분이다.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그는 일본에서 14년 거주하는 동안 일한우호협회에서 한국 유학을 가려는 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쳤다. 그는 1998년 이화여대 한국어교사 연수과정을 1기로 수료했으며 지난 해 LA연세어학당의 한국어교사 1년 양성 과정도 마쳤다.

2009년 7월 미국에 온 이 강사는 일본문화센터에서 일본 자수 강좌를 듣던 중 센터측으로부터 한국어 강좌 개설 제의를 받고 흔쾌히 응했다. 이 강사는 "일본인들은 외국어를 배울 때도 강사가 자신들의 언어를 구사해야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끼는 특징이 있다"며 "센터측이 내게 제의한 이유도 수업을 일본어와 한국어를 같이 쓰며 진행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강사에게 한국어를 배우는 일본계는 16명.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에 센터에서 열리는 강좌 수강생이 각 5명씩이고 나머지는 이 강사에게 개인교습을 받는 이들이다.

강좌에선 회화와 읽기 쓰기 수업이 병행된다. 교재 외에도 드라마나 영화 클립 신문 잡지 등 다양한 시청각 자료가 동원된다.

수강생의 연령은 20대 후반부터 60대까지 다양하다. 이 강사는 "자격 시험을 보거나 유학을 위해 한국어를 배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도 수강생들도 빨리 한국어를 습득하는데 주력하지 않는다. 한국어를 배우다가도 한국 문화 역사 사회 현상에 대해 토론을 많이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지난 주의 경우 수강생들은 한국에서 장발족과 미니스커트를 경찰이 단속했던 일 통행금지 한국 교복의 변천사 등에 대해 토론했다.

강좌가 시작되는 오전 10시. 5명의 수강생들이 모두 도착했다. 이 강사는 수업을 시작하기 전 "자신들이 좋아서 한국어를 배우기 때문에 많은 수강생이 첫 강좌부터 빠짐없이 수업을 듣고 있다"고 귀띔했다.

본격적인 수업 전 수강생들과 인사를 나누고 질문을 할 기회를 얻었다. 수강생 가운데 청일점인 해피 미즈타니씨는 부동산 브로커다. 1년째 한국어를 배운다는 그는 "고객 중에 한인이 많은데 내가 한국말로 인사하면 무척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어는 일본어와 어순을 포함한 문장구조가 비슷하고 같은 한자문화권이라 단어를 배우기도 쉽다"고 덧붙였다.

한국 드라마를 좋아한다는 미사오 이지마씨는 "한국 드라마를 무척 좋아한다"며 "한국에 가본 적이 없는데 한국에 가서 배운 한국어를 써보고 싶다"고 말했다. 세이코 최씨는 "남편이 한인"이라며 한국어 공부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이 강사는 "독도 영유권을 포함한 한일간 미묘한 문제에 대해서도 수강생들은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려 한다"며 "미국에서 한국에 우호적인 일본계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며 얻는 보람이 무척 크다"며 활짝 웃었다.

임상환 기자 limsh@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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