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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부자가 다 패리스 힐튼 같을까요, 잘못 아신 겁니다

새로운 부자들
짐 테일러·더그 해리슨·
스티븐 크라우스 지음
이진원 옮김
마젤란


TV 드라마에서 부자는 대개 명품으로 온몸을 치장하고 결혼 반대와 상속 문제로 다투는 '막장 활극'의 주인공들이다. 미국도 별반 다르지 않은가 보다. 시장조사 컨설팅업체 해리슨 그룹의 창업자 및 임원인 저자들이 2006년 조사했을 때 미국인이 부자에 대해 갖고 있는 주요 이미지는 '운이 좋고 오만하고 과도하고 무책임하고 게으르고 방종한 사람'이었다. 철없는 상속녀로 비춰지는 패리스 힐튼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실제 부자들이 그럴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적어도 저자들이 5년간 6000여 명을 심층 인터뷰한 바에 따르면 그렇다.

'아이비리그를 졸업하고 명품을 탐닉하는 사교계 명사'라는 선입견과 달리 부자들 중엔 중산층에서 평범하게 자라 본인의 통찰력과 노력으로 부를 거머쥔 사람이 더 많다.

그들은 고급 매장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소매 할인매장과 인터넷을 통해서도 물건을 산다. 세일이나 쿠폰도 꼼꼼하게 챙기는 편이었다. 19세기 사회학자 소스타인 베블렌이 '과시적 소비'라고 명명한 현상과 거리를 둔 '은밀한 부(stealth wealth)'가 두드러졌다.

저자들에 따르면 이들은 1980년대 벤처 자본을 촉발시킨 '레이건 혁명'(자본시장을 육성할 수 있게 한 세법 개정) 이후 등장했다. 실제 오늘날 미국의 부의 90% 이상은 80년대 이후 만들어졌다. 70% 이상은 95년 이후 창조됐다.

미국의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가 처음 부자들의 명단을 발표한 1982년 이래 비슷하던 순위는 90년대 초 눈에 띄는 변화를 보였다.

록펠러.듀퐁.멜론과 같은 이들은 여전히 상위 10위권에 있었지만 월마트 창시자 샘 월튼과 그의 후손들이 250억 달러의 재산으로 새롭게 10위에 진입했다.

빌 게이츠와 워렌 버핏도 40억 달러에서 60억 달러에 이르는 재산으로 10위권에 들었다. 게이츠는 96년 부자 순위 1위에 올랐다.

이 책은 거대한 부의 폭발 시대에 중심에 선 '새로운 부자들'을 탐색하고 있다.

500만 달러의 유동자산을 갖고 있거나 적어도 연간 소득이 12만5000달러 이상 되는 사람들이 대상이다. 포브스가 처음 부자들의 명단을 발표한 82년 부자 400명의 총 자산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3%가 채 안됐지만 지금은 거의 10%에 이른다.

83년부터 2004년까지 미국 인구는 33% 늘어났는데 순자산이 500만 달러 넘는 사람은 353% 증가했다. 어떤 기준을 적용하건 지난 30년 동안 부자들의 숫자는 크게 늘어났고 부의 집중현상은 심각해졌다.

오늘날 정치.경제.사회.문화적 빅뱅의 중심에 있는 부자들에 대한 인식은 그러나 옛날식에 머물러있다는 게 저자들의 판단이다.

때문에 이들은 미디어에 비친 이미지나 대중의 선입견 혹은 사회심리학적 이론을 배제하고 실제 부자들의 생각을 듣고자 했다.

부자들은 처음에는 인터뷰에 응하길 꺼렸지만 '세상에 그들에 대한 진실을 말해 주겠노라는 약속'에 감화돼 응했다고 한다.

어떻게 재산을 축적했고 부가 그들의 삶을 어떻게 바꿔놓았는지 돈이 행복을 사줄 수 있는지 '전형적인 부자'라는 것이 있는지 꼼꼼히 물었다.

그렇게 그려낸 부자들은 대체로 미국 중산층의 검약한 분위기에서 자라 호기심과 성실성 열정으로 부를 쌓아간 도전자이다.

게다가 부자들이라고 다 같진 않다. 책에 따르면 돈에 대한 가치와 목적에 대한 반응을 기준으로 부자는 다섯 그룹으로 나뉜다. 돈이 자신의 삶을 바꾸지 못하게 노력하는 '이웃(neighbor)'이 있는가 하면 가진 자의 책임감 영향력 유산 문제 등으로 고민하는 '레슬러(wrestler)'도 있다.

'매버릭(maverick)'은 부를 쌓았다가도 새로운 열정으로 또 다른 도전을 즐기는 편이고 '디렉터(director)'는 행복을 위해서라도 부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패트론(patron)'은 마음 편하게 소비하면서도 자선활동에도 열심이다. '부자학'이라는 측면에서 주목해볼 이런 분류는 부자를 상대로 하는 비즈니스.마케팅을 하는 이들에게 유용한 지침이 될 듯하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선 "부자 되세요"가 덕담으로 통한다. 그러면서도 정작 부자들에 대해선 '대물림된 부를 기반으로 속 편하게 출발해 사회 약자들을 핍박하는 이기주의자들'로 꼬나보기 일쑤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만나는 부자들은 부자라는 레테르에 집착하기보다 축적된 부가 가져다 주는 인생의 변화에 더 적극적인 이들이다.

촘촘한 인터뷰와 통계자료로 구성된 이 책은 새로운 부자들에 의한 새로운 윤리학이 요청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빌 게이츠의 자선사업 워런 버핏의 부자 증세 제안이 있기 전에 앤드류 카네기는 이미 말했다.

"남는 재산은 그것의 소유자가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한평생 써야 할 신성한 빚이다." 원제 'The New Elite: Inside the Minds of the Truly Wealth'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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