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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아의 '코드블루'를 읽고…희망과 용기와 감동을 주는 책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을 만난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특히 그 책을 통해서 내가 잘 모르던 또 다른 세상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면 그건 나의 영혼을 풍요롭게 하는 일이기도 하다. 하정아 작가가 최근에 낸 '코드블루'가 바로 그런 책 중의 하나다.

'코드블루'는 생명이 위급한 환자가 발생했다는 병원 용어로 사람이 죽고 사는 일에 증인이 되는 현장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런 제목이 말해주듯 '코드블루'는 작가가 하얀 간호사 옷을 입고 병원에서 경험하고 느꼈던 이야기들을 모은 책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수술병동에 근무하면서 겪고 느꼈던 긴박하고 치열한 생사의 갈림 길의 모습들을 작가 특유의 잔잔한 필치로 써내려간 작품집이다. 그래서 책의 부제가 'LA 간호사 하정의 간호 에세이집'이다.

'코드블루'에는 모두 60편의 에세이가 실려 있는데 한 편 한 편에 작가의 혼이 담겨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열심히 썼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깊은 울림이 있고 때론 눈물이 나려고 하는 감동이 있다.



"응급실 닥터가 다녀갔다. 서류 위에 붉은 펜으로 쓰인 'Expired(사망)이라는 단어가 슬펐다. 시효가 지난 생명. 생명이 끝이 나면 우리는 그가 돌아갔다고 말한다. 언젠가 떠나온 것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국 고향이 있다는 얘기다. 우리 모두의 고향은 어디일까. 모국어는 무엇일까. 하늘 고향 하늘의 모국어를 잃어버린 탓에 우리 모두는 이렇게 슬픈 것이 아닐까."

-'모든 살아있는 것들을 보면 눈물이 난다'

그렇다. 작가 하정아는 병원에서 만나는 무수한 죽음을 통해 자신의 삶을 바라본다. 탁월한 작가적 능력이고 그래서 그의 글은 단순한 병원이야기가 아니라 삶의 이야기로 승화된다. 이런 삶에 대한 통찰이 있기에 작가는 "환자를 돌보면서 나를 괴롭히는 많은 욕망들을 미련 없이 내려놓는다."라는 독백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남에게 해주는 이야기가 아니라 남을 가르치려는 이야기가 아니라 작가 자신에게 하는 이야기이기에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그리고 이런 대목에서 나의 삶에 대한 희망을 발견하게 된다.

"그녀를 병동으로 보내기 전 온장고에서 따뜻한 담요 두 장을 꺼내어 그녀의 어깨와 발을 감싸주었다. 오래 전 간이침대 위에서 어깨와 발이 몹시 시렸던 기억이 새로웠기 때문이다."

-'엽기 간호사의 눈물'

간호사라는 직업이 냉정을 잃지 않아야 하는 직업이기에 때론 피도 눈물도 없다는 소리를 듣지만 그들에게도 따뜻한 감성이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문장이다. 환자가 요구하지 않았는데도 이런 배려를 해준다는 것은 마음속에서 우러나오지 않으면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작가의 필력은 오랫동안 미주중앙일보에 에세이를 연재를 하면서 다져진 결과이고 출판도 국내 간호책 전문 출판사인 현문사의 출판제의로 이루어졌다.

작가적 역량을 인정받았다는 뜻이고 발표지면이 교포사회로 한정되어 있는 미주문인들에게는 쉽게 오지 않는 기회다. 하 작가의 책이 미주 교포 사회뿐 아니라 국내 독자들에게도 소개됨을 '동업자'로서 기뻐하며 축하한다. 아울러 앞으로 더욱 알찬 글로 더 많은 독자들을 만나기를 기원하고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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