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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에서] 꼭 기독교적 노랫말이어야 할까

곽건용 목사/나성향린교회

내가 시무하는 향린교회에서는 매년 추석 즈음에 민속예배를 드린다. 머나먼 이국땅에 살지만 우리 겨레의 고유 명절인 추석을 잊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기독교 예배에 우리 겨레 고유의 가락과 춤사위를 접목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신문들이 이 예배에 대한 기사를 실어주어 기사가 나간 다음에 적지 않은 전화문의를 받곤 한다. 이번에는 전통음악을 공부하셨다는 분이 전화해서 민속예배 때 어떤 노래를 부르냐고 물어왔다. 곧 우리 고유 가락의 노래인 줄은 알겠는데 가사가 기독교적인지 아니면 기독교와 상관이 없는 가사인지를 물었던 것이다.

내가 둘 다 부른다고 대답하자 그분은 못마땅한 기색을 보이며 전화를 끊었다. 가락은 우리 교유의 가락일지언정 노랫말은 하나님을 찬양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예배 때 부르는 노랫말은 반드시 하나님을 찬양하는 내용이어야 할까? '그래야 한다.'가 쉬운 대답이겠지만 여기에는 좀 더 깊이 생각해야 할 점이 있는 것 같다.

노랫말도 말(언어)의 일종이다. 말은 생각을 전할 때 주로 사용한다. 말하는 사람의 생각을 전하는 그릇이란 얘기다. 하지만 말은 거기 그치지 않는다. 말에는 말하는 사람의 감정과 마음과 영혼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생각은 전하는 말은 '편리'하지만 감정과 마음과 영혼을 전달하는 말에서는 '아름다움'을 느낀다. 가끔 영어설교를 할 때가 있는데 하고 나서 아직까지 한 번도 만족한 적이 없다. 내 영어실력으로는 내 진솔한 감정을 말에 담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 감정과 영혼에 영어는 아직 낯선 언어다.

신앙은 궁극적으로 '하나님과 소통하는 일'이다. 기도 예배 찬양 제사 침묵 등 모든 종교행위들은 이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수단이다.

민속예배는 우리 것을 간직하고 계승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하나님과 소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을 찾으려는 목적도 이에 못지않게 크다.

하나님과 소통하는 가장 좋은 수단은 마음을 진솔하게 담을 수 있는 언어이어야 하고 진실을 오롯이 실을 수 있는 가락이어야 하며 영혼이 그 안에서 맘 놓고 자기를 들어내 보일 수 있고 맘대로 뛰어놀 수 있는 춤사위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런 점에서 노랫말이 기독교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은 유보했으면 좋겠다.

이제부터라도 교회 예배가 더 자유롭고 좀 더 큰 날갯짓으로 훨훨 날았으면 좋겠다. 슬픔에 빠져 있는 사람에게는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따뜻한 안아줌이 더 큰 위로가 될 수 있다.

하나님과의 소통도 마찬가지다. 백 마디 말보다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는 한마디 말이 진솔한 감정이 실려 있는 익숙한 가락이 영혼이 깃들어 있는 어수룩한 춤사위가 하나님과의 소통을 더 풍요하게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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