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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키운 8할은 '외로움'

'머리가 쪼그라든 유령'을 보고 웃는 사람들이 세상엔 많았다
용기를 냈다. 영화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한 소년이 있었다. 소년은 언제나 외톨이였다. 아주 어릴 적부터.

"어린 시절 세상은 나에게 '혼자만의 지옥(Private Hell)'이었다."

그만큼 소년은 세상과 소통하지 못했다. 모두로부터 동 떨어져 있는 듯했고 알 수 없는 것 천지였다. 도무지 또래 아이들과 어울려 놀 수 없었다. 이야기하는 것 자체에 어려움을 느꼈다. 여자 아이들과는 더욱 더….

"돌아보면 내가 얼마나 외롭고 고립돼 있었던지가 새삼 기억나 무섭기까지 하다."

대신 소년은 혼자 TV를 봤다. 남들은 예쁜 그림의 만화 영화나 어린이용 드라마를 봤지만 소년은 달랐다. 또래 아이들은 보기만 해도 울음부터 터뜨릴 B급 공포 영화가 좋았다. 어둡고 기괴한 배경 무시무시하고 흉악스런 괴물들이 재미있고 신기했다.

소년이 나고 자란 버뱅크 집 근처에는 공원묘지가 있었다. 그곳이 소년의 놀이터였다. 혼자 무덤가에 앉아 이런저런 상상을 하는 게 소년의 낙이었다.

세상이 원하고 바라는 '착한 아이'와는 거리가 멀었다. 부모님이 시켜 억지로 가야 하는 주일학교가 싫었다. 언제나 도망가고 싶어했다. 가지고 놀던 군인 인형들의 머리를 죄다 뽑아 놓는다거나 이웃 친구들에게 외계인이 침략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해 겁을 줘 부모님을 걱정시키는 일은 다반사였다.

부모님도 소년을 이해하지 못했다. 소년은 그림 그리길 즐겼다. 매 번 종이에 이것 저것을 끼적였다. 하지만 부모님은 소년의 그림을 보며 매번 기암을 했다. 그럴 수밖에. 한 번은 소년이 독서 중인 엄마를 곁눈질해 스케치했다. 그런데 그 그림이 가관이었다. 책에서 엑스레이가 뿜어져 나와 뼈만 앙상히 남은 모습을 그려놓은 것이다. 그런 것만 그렸다. 괴물 해골 마녀 외눈박이 무덤 외계인 어두침침한 숲 같은 게 소년의 그림 소재였다.

"부모님은 다른 집처럼 내가 그린 그림을 냉장고에 붙여 놓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학교 미술 선생님마저 그의 가능성을 짓밟았다. 하지만 소년은 상상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리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었다. 그의 상상력을 높이 사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14살에 쓰레기 버리기 방지 캠페인 포스터가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해 버뱅크 시 쓰레기차에 두 달 동안 붙어있기도 했다. 캘리포니아 인스티튜트 오브 아츠도 그를 받아들였다. 마음껏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핼로윈 호박 같은 머리를 지닌 뼈만 앙상한 괴물 머릿속 뇌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외계인 온몸의 살갗을 헝겊처럼 기워 덧댄듯한 사람을 그렸다.

디즈니가 그의 재능을 높이 샀다. 애니메이터로 그를 고용했다. 하지만 그는 적응할 수 없었다.

"절대 디즈니 풍의 그림을 그릴 수 없었다. 예쁜 눈을 반짝이는 사람이나 귀여운 동물 같은 것은 그려 본 적도 없었다. 거의 미칠 뻔 했다. 다신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다른 길을 찾았다. 영화를 만드는 일이었다. 그 속에서는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 어떤 배경도 어떤 캐릭터도 괜찮았다. 물론 여전히 그를 낯설게 여기며 배타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컸다. 첫 영화인 '피위의 대모험'은 그 해 최악의 영화 10편 중 하나로 선정되는 굴욕을 당했다. 이어 만든 '비틀주스'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머리가 쪼그라드는 유령을 보고 웃기다고 생각할 사람들이나 볼 만한 영화'라고 혹평했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피위의 대모험'은 7만 달러의 제작비로 40만 달러의 흥행 성적을 올렸다. '비틀주스'는 개봉 2주 만에 32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사람들은 그의 독특한 스타일 기발한 상상을 좋아해 주기 시작했다. '머리가 쪼그라든 유령을 보고 웃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세상엔 많았다. 용기를 냈다. 영화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엄청난 능력을 지닌 영웅 '배트맨'. 하지만 외로움과 아픔을 간직한 채 밝고 정상적 세계를 떠나 홀로 어둠의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는 배트맨은 감독 자신을 닮아 있었다. 착하고 순수한 마음과 놀랄만한 예술적 재능을 지닌 아름다운 영혼 '가위손'. 하지만 세상을 향해 손을 내밀수록 사람들은 도망치기만 하고 스스로는 움츠러들 수 밖에 없는 주인공의 모습은 또다시 감독 자신의 초상이었다.

'에드 우드' '화성 침공' '슬리피 할로우' '빅 피시' '찰리와 초콜릿 공장' '스위니 토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까지. 그는 꾸준히 자신이 원하는 캐릭터 원하는 배경 원하는 이야기를 했다. 대중은 그를 이해하고 사랑하기 시작했다. 외롭고 소외됐던 어린 시절부터 오랜 시간 상상의 세계에서 꽃피워오던 그의 창조성은 스크린 위에서 찬란하고도 아름답게 꽃피웠다. 더 이상 그는 외톨이가 아니었다.

그리고 이제 평단은 말했다. "그의 외롭던 어린 시절은 이 위대한 감독의 영화 세계에 무궁무진한 영감을 주는 끝없는 원천이다."

그도 말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개성이 강한 사람은 늘 그렇게 집단으로부터 괴물 취급을 받는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바꾸고 싶지 않았다."

어린 시절부터 혼자 끼적여 온 700여 점의 그림들을 그는 한 점도 버리지 않고 모아두었다 전시회를 열고 있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상상하고 그림을 그리라는 영감을 주고 싶었다.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예술가가 될 필요는 없다. 당신이 좋아하는 것 당신에게 중요한 것을 꾸준하는 하는 것만이 의미 있을 뿐이다."

외톨이 소년은 이미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예술가 중 한 명이 돼 있었다.

그의 이름은 팀 버튼이다.

'비틀주스' 감독
'배트맨' 감독
'가위손' 감독
'배트맨 리턴즈' 감독
'크리스마스의 악몽' 제작 각본
'에드 우드' 감독
'화성 침공' 감독
'슬리피 할로우' 감독
'빅 피시' 감독
'찰리와 초콜릿 공장' 감독
'스위니 토드' 감독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감독


이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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