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교과서 수록법 폐지운동…'정교 분리'와 '정치력 신장' 지원은 별개 <2>
"신자들에 투표 참여토록 적극 권유할 것"
과거 한인교계는 정교분리의 원칙을 내세워 현실정치 관여를 피해 왔다. 한인 정치인 비영리단체들이 "특정 정당 후보를 지원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교인들을 대상으로 유권자등록 투표참여를 독려해 달라"는 요청을 해도 상당수 교회들은 난색을 표했다.
하지만 동성애 역사를 공립학교 교과서에 수록하도록 하는 법(SB48) 폐지를 위한 주민투표 청원 서명운동이 촉발한 카운티 교계의 최근 유권자등록 및 투표참여 캠페인은 과거와 사뭇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OC기독교교회협의회(박용덕 목사)와 OC목사회(손태정 목사) 로마 가톨릭 OC교구내 일부 한인 성당 등 캠페인을 주도측 인사들은 "한인 정치력 신장 운동은 정교분리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앞으로도 신자들이 투표에 적극 참여하도록 권유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나섰다.
교회협의회 박용덕 회장은 "과거에 비해 한인들이 각종 투표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는 교계 지도자들이 크게 늘었다"며 "앞으로도 교계에선 순수한 유권자등록과 투표 참여 캠페인을 적극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처럼 기독교 정당을 만든다는 생각엔 반대"라며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법을 만드는 것이 정치이기 때문에 유권자들이 올바른 정치인을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애너하임의 성 토머스 한인 천주교회 토머스 송 부제도 "SB48 관련 캠페인은 정치적인 것이 아니라 성경적 가치에 근거한 도덕과 윤리회복을 위한 사회 운동"이라고 규정했다. 그 또한 특정 정파 정치인 지지와 무관할 경우란 전제 아래 "유권자등록 투표참여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당연한 의무이자 권리"라며 "앞으로도 신자들이 투표에 적극 참여해 세상을 바른 방향으로 바꿔나가는 것을 독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계가 한인사회 정치력 신장 운동에 적극 동조하고 나섬에 따라 한인사회에선 유권자 수와 투표율이 모두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교계의 투표참여 독려에 따른 투표율 제고 효과는 동성결혼을 불법화해야 한다는 내용의 주민발의안 8번이 투표에 회부됐던 2008년 대선에서 간접 증명된 바 있다.
카운티내 다수의 교회들은 교인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유권자등록 및 투표참여 캠페인을 벌였고 그 결과 대선 이전까지 광역선거에서 아시아계 중 최하위를 도맡아 온 한인 투표율이 일약 1위로 치솟았던 것. OC선거관리국(이하 선관국) 집계에서 한인 투표율은 64%로 중국계와 함께 아시아계 중 가장 높았다. 당시 대선에서 기록된 한인 투표율은 소수계 전체에서도 멕시코계(66.4%)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반면 종교적 이슈가 부각되지 않았던 지난 해 중간선거에서 한인 투표율은 불과 2년만에 아시아계 중 최하위로 떨어졌다. 투표율도 42%로 급전직하 했다.
SB48이 내년 6월 또는 11월 선거에서 주민투표에 회부될 경우 교계의 다음 수순이 대대적인 투표 참여 캠페인이 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설사 SB48이 주민투표에 회부되지 않더라도 이번 캠페인을 통해 급증한 한인 유권자들은 내년 선거에 출마하는 한인 후보들에게 더 없는 지원군이 될 전망이다.
임상환 기자 limsh@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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