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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웨이의 인종 장벽을 깨고 싶습니다"

'애니싱 고우즈' 출연 중인 뮤지컬 배우 레이몬드 J. 이씨

“아직은 작은 역을 하고 있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열고 싶어요. 아시안도 그들처럼 춤, 노래, 연기를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브로드웨이 히트 뮤지컬 ‘애니싱 고우즈(Anything Goes)’에 출연 중인 한인 2세 레이몬드 J. 이(한국이름 장욱·사진)씨는 한인들에게 아직도 두터운 ‘브로드웨이’라는 이름의 벽을 서서히 깨트리고 있는 배우다.

애틀랜타에서 전기공학자(이세훈씨)와 약사(안지원씨)의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6세 때 바이올린을 시작했다. 고등학교 때 내셔널유스오케스트라의 단원으로 케네디센터와 카네기홀 메인홀에서 무대에 올랐다. 어느 날 머라이어 캐리의 음반을 산 후 노래에 빠져든 그는 뮤지컬 ‘싱잉 인더 레인’을 보면서 진 켈리처럼 탭댄스를 추는 뮤지컬 배우를 꿈꾸게 된다.

하지만, 부모의 희망대로 의사가 되기위해 부친의 모교인 노스웨스턴대에 진학한 이씨는 자신의 묻어두었던 꿈을 발견한다. 그리고, 코리안에겐 ‘길고도 구불어진’ 브로드웨이를 걷기 시작했다. 그는 언젠가 뮤지컬 ‘렌트’의 마크 역도 아시안이 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애니싱 고우즈’는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이전에 4년 반 동안 ‘맘마 미아’에서 에디 역으로 출연했다. 그러나 ‘애니싱 고우즈’의 두 중국인 캐릭터를 찾는 오디션에 갔다. 둘을 따로 뽑지않았고, 함께 있을 때 둘이 잘 어울리는가를 보더라. 그래서 내가 존으로, 앤드류 카오가 루크로 캐스팅된 것이다.”

-존의 역할이 특별한가.

“원작은 칭 앤 링으로 개종한 중국인들이다. 1987년 리바이벌 때 좀더 시대에 맞는 루크와 존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난 중국인 모자를 쓰고 등장하는 알콜중독자 출신 존이며, 앤드류 카오는 도박사였던 루크 역을 맡았다. 연출자 캐슬린 마샬은 처음에 존과 루크를 스테레오타입의 중국인이 아니라 기분 나쁘지 않은 인물로 만들고 싶어했다. 우리는 웃기면서도 과장되지않고 리얼한 인물을 생각했다. 그래서 존은 뭐든지 신봉하는 인물로, 루크는 무료 승차해서 런던까지 가려는 영리한 중국인이 됐다.”

-스테레오타입을 벗어났다는 말인가.

“과장되고 떠들썩한 중국인 스테레오타입이 아니라 현실감과 신빙성있는 캐릭터다. 내가 아는 아시아계 연출자가 ‘애니싱 고우즈’를 본 후 캐슬린에게 이메일을 보냈다고 한다. ‘이제까지 브로드웨이에서 아시안의 캐릭터를 보면 민망했는데, 존과 루크는 참을 만한 인물들이었다’고. 이건 상당한 칭찬인 셈이다.”

-토니상 2관왕인 서튼 포스터(르노 스위니 분)과 일하는 기분은.

“홀륭하다. 서튼은 코러스걸로 시작해서 굉장히 겸손하다. ‘모던 밀리’에서도 대역이었다가 주연을 맡았다. 우린 뮤지컬 ‘슈렉’에서 워크숍을 함께 하면서 처음 만났다. 서튼은 ‘브로드웨이 디바’이지만, 디바인 척을 안한다. 너무나 사랑스럽고, 훌륭한 배우면서도 바보스럽다. 정말로 존경한다. 지금 서튼이 나오는 ‘애니싱 고우즈’를 본 소녀들이 뮤지컬 배우를 꿈꾸게 만드는 그런 롤 모델이다.”



의사 꿈 접고 뮤지컬 배우로



-바이올린 공부가 뮤지컬에 도움이 되나.

“부모님이 시키셔서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시작했다. 난 피아노를 좋아했지만, 부모님이 ‘사라 장! 사라 장이 한다면, 너도 할 수 있어!’ 하시면서 날 바이올리니스트로 만들고 싶어하셨다. 난 연주는 잘했지만, ‘음악을 느끼지는’ 못했던 것 같다. 지금 내가 뮤지컬에서 느끼는 것처럼. 하지만, 바이올린 공부는 뮤지컬에서도 음표 읽고, 하모니에 대한 도움이 많이 됐다.”

-음악적인 가족인가.

“어렸을 때 부모님이 트시는 비치 보이스 노래를 들으면서 자랐다. 기타도 치셨던 엄마는 사이먼 가펑컬을 좋아하셔서 늘 ‘I am a Rock’‘Mrs. Robinson’같은 노래를 들었다. 난 모든 장르의 곡을 좋아했다. 처음 머라이어 캐리의 뮤직박스를 사서 따라 불렀다. 우리 가족은 파티를 좋아해 구역예배가 끝나면 집에서 가라오케 기계를 틀고 노래를 즐겼다.”

-롤 모델은.

“우리 부모님이 롤 모델이었다. 영어도 잘 못하진 채 미국에 오셔서 열심히 배우고, 열심히 사셨다. 나도 일종의 일중독자라서 어머니가 ‘쉬어가면서 하라’고 말씀 하신다.”

-배우가 되겠다는데, 부모가 찬성했나.

“전형적인 한인 부모님이시라 내가 하버드나 예일같은 아이비리그에 못가는 것을 섭섭해하셨다. 의대에 가려고 노스웨스턴대 프리메드에서 화학을 전공하게 됐다. 그런데, 의사는 부모님이 원하신 것이었고, 나도 그런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난 TV프로듀서가 되기위해 커뮤니케이션(TV/라디오/영화)과로 전공을 바꾸었다. MTV 프로듀서를 거쳐 뮤지컬 배우가 된 것이다. 부모님은 배우라는 직업이 얼마나 불안정한지 잘 아시기 때문에, 아직도 ‘너 정말 의사나 변호사가 안될래?’하신다.”

-장남이라서 더 부담이 컸겠다.

“정말 그렇다. 한국사회에서 장남, 장녀의 역할이 얼마나 큰가. 난 디즈니 크루즈에서 ‘라이온 킹’의 심바 역으로 출연하면서도 부모님께 MTV 일로 지방에 간다고 거짓말을 한 적도 있다. 대신 몇년 전 어머니가 위암 진단을 받으셨을 때 내려가서 효도했다. 의예과를 다닌 덕에 전문 의학용어를 통역도 해드리고, 간호도 열심히 했다. 난 그야말로 ‘명예의 딸’ 역할을 했다. 요리, 청소같은 건 못해도 간호엔 자신이 있었다. 어머니는 초기에 암을 발견하셔서 지금 치유되셨다. 플로리다에 사시는 부모님은 아직도 ‘애니싱 고우즈’를 못 보셨다.”

-브로드웨이에서 아시안 남성이 맡을 수 있는 최고의 역할이 무엇인가.

“여자 배우에겐 ‘미스 사이공’이나 ‘플라워 드럼 송’이 있지만, 아시안 남자가 맡을 수 있는 작품이 정말 드물다. 내가 오디션에 가면, 흑인·히스패닉·아시안인 나 이렇게 본다. 난 아시안도 백인들처럼 노래·춤·연기를 잘한다는 것을 보여주며 아시안 스테레오타입을 깨는 선구자가 되고 싶다. 내가 처음 본 뮤지컬 ‘렌트’는 ‘팬텀 오브 오페라’처럼 오페라식 발성이 아니라 나에게 맞는 팝이라서 너무 좋아했다. 주인공 마크 역을 해보고 싶다. ‘스펠링 비’도 올 아시안 캐스팅으로 한번 개작해서 공연하고 싶다. 또, 언젠가 한국에 가서 리사이틀을 하는 것도 꿈이다.” www.raymondjlee.com.

박숙희 문화전문기자 sukie@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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